중상과 문둥병 그리고 한 랍비 이야기
2003-07-09 11:37 l 관리자기자 enoin34@kornet.net
대체로 유대인들은 종교적인 범죄에 대해서, 하나님이 직접 형벌을 내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둥병에 대해서만은 달리 생각했다.
미리암과 아론이 듣지않는 곳에서 모세를 비방했기로 미리암에게 문둥병이 내렸다는 민수기 12장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데서 남의 욕을 하거나 소문을 퍼드리는 자에게는 모든 사람에게 들어나게 문둥병을 내려 징벌한다는 보기로 랍비들이 즐겨 들먹이는 이야기가 되어 있다.
중상과 소문 퍼뜨리기 등, 사회나 타자에 대해 말로서 일으키는 일체의 해악을 “라숀 하라아”(‘악의에 찬 혀’라는 뜻)라 불렀고, 혀가 범하는 죄의 직접적인 결과가 나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유대인들은 악한 혀를 흉기로 여겼다. 탈무드는 중상을 말하는 것을 극악한 불신앙, 간통죄, 살인죄와 동등하게 취급했다. 화살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검으로 죽이는 것 보다 더 악질이라고 인정하는 그들은 사람을 중상하는 것은 마치 화살로 살인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늘에서 남의 인격을 말살하는 자는 냉혈 살인범일 뿐만 아니라, 토해버리고 싶은 비겁자로 여겼다.
탈무드의 현자들이 이렇게도 중상을 비난한 것은 중상을 방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랍비는 말했다. “중상을 듣지 않는 날은 하루도 없다.” 이와 같은 현실을 자각하고 있는 현자들은 타인의 품격을 해치는 말을 하면서 “이것은 농담인데”한다거나, “남을 해칠 의도는 없지만” 한다거나, “어차피 다들 알고 있는 걸” 하고 말하면서, 안일하게 중상의 죄를 정당화하지 않도록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랍비 이스라엘 메이르 하코헨 카간(1839-1934)은 그가 쓴 책 “하페츠 하임”으로 해서 유대인의 세계에서는 “하페츠 하임”으로 통한다. 이스라엘 남부에 세워진 한 키부츠는 그 이름을 붙여 성자를 기리고 있다. “하페츠 하임”은 시편 34:12-13 “생명을 사모하고 장수하여 복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누구뇨?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 네 입술을 궤사한 말에서 금할지어다.”에서 따온 것이다. 1873년에 출판된 이 책은 하나의 주제, 곧 악한 혀가 저지를 수 있는 갖은 해악에 대해서 상세히 논하고 있다. 이어서 같은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다룬 다섯 권의 책이 간행되었다.
어느 날, “하페츠 하임”이 바르샤바로부터 자기가 살고 있는 라덴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기차를 탔다. 앞자리에 앉은 한 사나이가 허름한 차림을 한 그 분이 하페츠 하임인 줄은 까맣게 모르고 말을 걸었다.
“나는 지금 ”하페츠 하임“을 쓰신 위대한 학자이시며 성자이신 분에게서 축복을 받기 위해 라덴으로 가는 중이라오.”
아첨을 듣는 것 같아 거북해진 랍비가 말했다.
“아마도 당신은 사람을 잘못 알고 있는 듯싶소. 당신이 찾아가려는 그 사람은 학자도 아니고, 성자도 아니랍니다.”
그러자 이 낯선 사람은 랍비의 따귀를 후려치며 “건방진 녀석!”하고 호통을 쳤다. 볼품없이 작은 키에 별로 아는 것도 없어 보이는 노인이 건방지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랍비는 한 마디 대구도 하지 않았다.
라덴에 도착한 사나이는 하페츠 하임의 집을 찾아갔다. 뜻 박에도 조금 전에 자기가 뺨을 때린 그 사람을 보게 되자 소스라쳐 놀랄 밖에. 얼마나 당황했을까? 업들이여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랍비는 조금도 나무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사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당신에게 감사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해결할 수 없었던 한 문제에 대해서, 당신이 새롭고 중요한 교훈을 주셨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다른 사람을 중상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에 더해서, 자기 자신을 중상하고 부끄럽게 해서도 안 된다는 교훈을 일깨워주셨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말을 했을 때, 당신은 즉석에서 나를 두들겨 주었지요. 감사합니다.” “하페츠 하임”은 1934년 95세로 세상을 하직했다. 죽기 직전까지 여러 곳을 여행하며 악한 혀를 조심하도록 타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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