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와 베토벤
2003-07-03 16:03 l 관리자기자 enoin34@kornet.net
이상범목사 1770년, 악성(樂聖) 베토벤이 태어났을 때, 시성(詩聖) 괴테는 21세로, 이미 그의 문명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두 천재가 만난 것은 1812년, 괴테는 63세였고, 베토벤은 42세의 장년으로, 그의 이름도 온 유럽에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남아있는 세월을 두고 말한다면, 괴테는 아직도 20년을, 베토벤은 15년을 남겨 둘 뿐이었다. 두 천재를 이어 준 여인이 있었다. 1810년 한 여인이 베토벤을 찾아왔는데, 재색을 고루 가춘 25세의 베티나.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둘은 서로에게 매료된다. 베티나는 이미 1807년부터 괴테와 깊은 교제를 나누고 있는 터여서, 그녀로 인해 두 천재는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로망 로랭은 “괴테와 베토벤”이라는 저서에서 세 사람의 관계를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 1812년 7월 칼스바트에서 지내고 있던 괴테가 대공의 편지를 받고 테프리츠로 갔다. 오스트리아의 젊은 황비가 그를 만나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마침 베토벤이 일주일 전부터 그 곳에 와 머무르고 있었다. 괴테가 그곳에 왔다는 사실을 베토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먼저 상대방을 찾아간 것은 괴테였다. 7월 19일 괴테는 베토벤을 방문했다. 베티나는 둘에 대해서 이렇게 적는다. “그들이 함께 산책을 나갔을 때, 베토벤은 괴테의 팔을 붙잡고 테폴리츠의 큰 길이나 좁은 시골길을 걸었다. 그들은 고위층 인사들과 자주 마주치곤 했다. 그럴 때면 괴테는 격식을 갖추어 정중하게 인사를 했는데, 그러한 태도가 베토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 괴테는 궁정사람들과 황비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그야말로 정중하고도 겸허한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럴 때면 베토벤은 투덜거리곤 했다.” 베티나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두 사람이 한창 말을 나누고 있을 때, 마침 황비가 공작과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그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자 베토벤이 괴테에게 말했다. ‘팔짱을 낀 상태로 이대로 걸어갑시다. 그러면 우리가 길을 비키지 않고, 저 사람들이 비켜서야 할 겁니다.’괴테는 베토벤의 팔을 뿌리치고 모자를 벗어 손에 든 채 길 가장자리로 물러나 서 있었다. 반면에 베토벤은 팔을 휘저으며 대공 일행의 한복판을 황소처럼 거침없이 뚫고 지나가다가 모자 끝에 가볍게 손을 갖다 대는 자세를 취했을 뿐이다. 그런데 대공 일행은 베토벤이 지나가도록 공손하게 길을 터주면서 모두들 그를 향해 다정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뒤에 베토벤은 저만치 가서 괴테를 기다렸는데, 괴테는 대공 일행이 다 지나갈 때까지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자 베토벤이 괴테에게 말했다. ‘나는 선생님을 높이 사고 존경하기 때문에 선생님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저 사람들을 지나치게 존경하시는 군요.’ 로망 로랭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베토벤의 책망이 아주 정당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괴테 같은 인물이 어린 학생처럼 귀를 기울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괴테가 그렇게 사회적으로 사려 깊은 태도를 보이며 사회질서를 인정하게 되기까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쓰라린 체험을 하면서 삶의 지혜를 터득했을 지 베토벤은 막연하게나마 추측이나 할 수 있었을까? 비록 베토벤의 말이 옳은 것이었을지라도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태도는 괴테로서는 참을 수 없는 것이었을 게다.” 괴테는 1812년 9월2일 첼터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띄웠다. “메포리츠에서 베토벤과 알게 되었네. 그의 재능은 놀랄 정도라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자신을 전혀 제어할 줄 모르는 사람일세. 그는 세상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데,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태도라는 것만은 분명하네. 하지만 그 같은 행동으로서는 실제로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별로 유쾌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는 없는 법이네. 청력을 점점 잃어가는 것을 보니 무척 안타깝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런 행동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어야겠지. 그렇게 몸이 망가지는 상황이 그의 음악에 장애가 된다기보다는 아마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켜 버리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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