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칼 대제(742-814)
2003-07-16 14:39 l 관리자기자 epnnews@empal.com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통합에 공헌한 인물을 표창하기 위해 제정된 상을 “샤를마뉴(Charlmagne) 상”이라 명명했다. 샤를마뉴란 칼 대제의 프랑스식 표기. 영어로는 찰즈, 이탈리아어로는 까를로마뉴, 독일어로는 칼이다. 유럽의 황제였던 그의 이름에 마그누스 혹은 대제란 존칭을 부치는 것도 그가 유럽을 통합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약 200년 전, 칼 대제의 묘가 공개되었을 때, 발굴 작업을 하던 일꾼들은 꼿꼿하게 앉은 자세로, 한 손으로는 홀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릎위에 펼친 성경을 가리키고 있는 대제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펼쳐진 성경은 마가복음 8:36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생명을 잃으면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 여서 새삼 대제의 의도를 분명하게 해준바 있다.
원래 유럽이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페니키아 왕녀의 이름에서 유래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리적 개념이었다. 한 동안 그리스의 중부를 가리켰지만, 발전하여, 자기들을 둘러 사고 있는 세계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나누어, 유럽은 그리스를 포함하는 지중해의 북쪽 지역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다가 이 지역에 그리스도교가 들어오면서 종교적인 의미를 내포하게 되는데, 600년경 그레고리우스 교황이 로마교회와 유럽의 개념을 명확하게 연결시켰다. 로마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게르만이나 켈트 지역에도 포교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함으로 로마교황과의 연계를 유지하려 한 것이다. 이 시대의 유럽은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하는 동방의 그리스적 그리스도교 세계에 대해서,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의 라틴적 그리스도교 세계라는 의미를 획득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럽의 종교적 색채는 칼 대제 이전 시대에서는 거의 현실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로마 교황의 힘이 너무나 약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유럽은 아직 태아의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칼 이전의 왕들에게 있어 신앙과 정치적 복종은 기본적으로 별개의 문제였다. 그리스도교화 사업은 성직자의 몫일 뿐 왕이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칼의 생각은 달랐다. 프랑크인은 하나님이 선택한 백성이요, 칼 자신은 국내에 평화와 정의를 실현할 뿐만 아니라, 이교도로 하여금 그리스도교로 개종케 하는 일 또한 그의 임무라 믿었다.
최근 EU 회원국들이 채택한 EU 헌법 초안의 전문(前文)에 기독교와 하나님에 대한 언급을 포함시킬 것인가를 놓고, EU 가입을 계속 희망해 온 유일한 이슬람 국가인 터키와 로마 교황청이 격돌했다. 터키의 에르도안(Erdogan) 총리가 “EU는 기독교· 지리적 공동체가 아닌 정치적 가치의 집합”이라며, EU 헌법에 유럽의 기독교적 뿌리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마 교황청의 입장은 정반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EU 헌법에 유럽의 기독교적 유산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기를 재차 호소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새천년을 시작하는 유럽은 예수에게 문을 열라. 여러분 자신이 되라. 여러분의 근원을 되찾고, 뿌리를 되살리라”고 주문했다. 교황은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고 한 누가복음 18장 8절을 인용해서, “그 분이 고대 기독교 전통의 땅인 유럽에서 신앙을 찾을 수 있겠느냐?”며 유럽의 ‘배교’를 종말론적으로 경고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폴란드 네덜란드 등이 이에 동조한다.
그러나 지난달 그리스 포르토 EU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EU 헌법 초안에는 그간 교황청과 EU 내 가톨릭 우세 국가들과 유럽 기독교 민주당의 강력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기독교적인 배경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성령이 유럽을 떠난지 오래고, 미 대륙을 거쳐 아시아로 왔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일까?
댓글은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음란성 내용 또는 음란물 링크및 상업적 광고 또는 사이트/홈피 홍보 글등 불건전한 댓글은 발견시 별도의 통보없이 즉시 삭제 합니다
아이디 비밀번호
현재 기사의 의견(0)건 입니다

교회연합신문소개구독신청광고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2003 by : 교회연합신문, 주소 : 110-460 서울특별시 종로구 연건동 195-19 l Tel. 02-747-1490(~1493) l Fax. 02-747-1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