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기주의를 경계한다-김 승 동 목사
2014-05-22 14:29 l 교회연합기자 epnnews@empal.com

종교 이기주의를 경계한다



우리나라의 남단에 위치한 명산(名山) 지리산에는 1920년대부터 조성된 기독교 선교사 유적지가 남아 있다. 1921년부터 조성된 선교사 유적지(수양관)는 먼저 노고단에서 시작되었는데, 1940년 일제와 미국 남장로회 선교부와의 ‘신사참배’ 문제로 관계가 악화되어 폐쇄될 때까지 41개의 건물이 남아 있었다. 당시 외국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활동할 때, 우리나라의 여름철에 만연하던 풍토병은 선교사들을 상당히 괴롭혔고, 목숨까지 빼앗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지역에서 선교사가 67명이 질병으로 사망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에 선교사들은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해발 800m 이상 되는 곳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의사들의 조언을 받아 들여 이곳에 선교사 수양관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선교사들은 계속하여 호남 및 충청남부지역에서 의료, 교육, 문화, 산업을 도우며 선교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해방이 되어 선교사들이 귀환하면서 일제에 의해 ‘적산’처리 되었던 선교사 수양관을 미군정청과 교섭하여 그 소유권을 되찾게 되었다. 그러나 여·순사건과 6·25를 거치고, 지리산이 좌익 빨치산의 근거지가 되면서, 노고단 선교사 수양관 건물들과 주변 환경은 철저하게 훼파되었다.
이를 다시 복원하기 시작한 것은 순천에서 결핵 요양원을 하고 있던 린튼 선교사(Hugh Linton)와 전주에서 성경학원을 하고 있던 하퍼 선교사(J. Hopper)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장소는 노고단이 아닌 좀 더 산속으로 들어간 왕시루봉이었다. 이 왕시루봉에는 12채의 건물이 있다. 이 중요한 유적지가 이를 관리하던 린튼 (인휴)선교사가 1984년 사망과 함께, 그 이후부터 무관심으로 쇠락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2004년에 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이 결성되고, 2008년에는 고 김준곤 목사의 도움으로 각 전문가들을 통해 역사적, 문화적, 건축학적, 선교학적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용역보고’가 이뤄졌다. 이곳이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구약성경을 한글로 번역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한글문법을 체계화시킨 공헌을 하였으며,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글보급’과 ‘문맹퇴치 운동’을 펼친 것이다. 또 지리산 수양관에 머물렀던 선교사들은 대구 동산병원을 시작으로 광주 기독병원, 전주 예수병원 그리고 수많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설립하는 등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맹을 깨우치는 것은 물론,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는데 공헌한 본산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귀중한 자료를 간직한 역사 현장인 것이다.
그 외에도 선교사들이 지은 수양관은 세계 각국의 건축 양식으로(노르웨이, 영국, 미국, 호주, 일본식 등) 되어 있어, 2012년 10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는 모든 검증 과정을 거쳐, “반드시 지켜야 할 자연 환경 및 문화유산”으로 인정하였다.
이어서 올 3월 (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과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는 “지리산 선교사 유적 보전과 운영을 위한 신탁협약서”를 맺어 문화적 자산을 기독교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품으로 돌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에 찬물이라도 끼얹듯,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화엄사에서는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의 ‘등록문화재’ 절차를 가로 막고 나선 것이다. 즉 ‘불법건축물’이며, ‘자격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지리산 왕시루봉에 위치한 선교사 유적지는 전남도 건축물 대장에 엄연히 등재되어 있고, 그 토지 사용에 대해서도 소유주인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에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불교계가 ‘자격 운운’하는데, 이런 주장들은 억지나 다름없다. 문화유산에 대하여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역사, 문화, 건축 등 각 분야의 전문가의 판단이 우선이지 불교계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부정적 역사의 현장도 보존하려 한다. 2010년 중국은 1966년부터 약 2년간 중국을 혼란하게 만들었던 충칭시의 홍위병(紅衛兵)들의 집단무덤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로 하였다. 이들은 “以史爲鑑”(이사위감) 즉, ‘역사를 거울로 삼는다’는 의식 때문이다. 하물며, 우리 역사 근·현대의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역사 현장을 보존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는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준 개화기 역사발전의 현장이며, 증인이다. 이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그 정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 후손의 몫이다. 특히 기독교의 사명이다.
여기에 불교계가 적극 반대하고 나섰는데, 제발 ‘종교 이기주의’ 때문에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중요한 문화유산이 유실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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