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계층(Class X)”
2014-10-24 17:12 l 교회연합기자 epnnews@empal.com

“X 계층(Class X)”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영미문학을 강의하는 파셀 교수(Paul Fussel, 1924~2012)는 그의 저서 <Class: A Guide Through the American Status System, 1983>에서, 미국 사회에는 상중하 세 계층 말고 어는 편으로도 분류될 수 없는, 그래서 ‘X 계층’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집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예비 작가, 자칭 화가, 팔리지 않는 록 가수 등이 그들. “변변한 수입이 없으니 경제적으로는 하층계급에 속하지만, 그들은 중류층의 소시민적 생활을 경멸하면서 나름의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고 있다. 때론 높은 교양과 풍부한 재능을 동원해서 상류사회를 압도하기도 하는” 것이 그들 ‘X 계층’이란다.   
어제는 빈곤에서 허덕이는가 싶더니, 오늘은 성공한 유명인사가 되어 TV화면을 달구는가하면, 일확천금을 들고 상류사회로 들어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기도 하다. 뉴욕은 ‘X 계층’이 높은 긍지를 가지고 내일을 꿈꾸며 서로 몸을 비비며 겨루고 있는 소굴이라는 것.     
뉴욕에 살고 있는 일본인 여류화가 로스 이꾸꼬도 ‘X 계층’. 1996년에는 <뉴욕. ‘클래스 X’-가족과 아트와 이국문화>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일본에서 여자대학을 졸업하자 뉴욕으로 건너가 미술학교에 들어간 그녀는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공부했지만, 세계로부터 재능을 자부하는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뉴욕에서의 성공이란 생각했던 것만큼 손쉬운 것이 아니란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학교 동료 리처드 로스와 혼인해서 사내아이 둘을 낳게 될 무렵 부친의 부음과 함께 송금은 끊어지고 일가는 극빈의 삶을 살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가 그린 그림을 눈여겨주는 화상은 없었습니다. 이브닝드레스에 그림을 그려주고 받는 한두 달러로 나날의 빵 값을 치러야했습니다.” 남편 리처드는 교사가 되려고 이력서를 내보지만 번번이 퇴자만 맞았고. 아이들이 발레학교에 들어간 것은 단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사내아이들이 발레를 하려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가 배려해준다는 틈새(?)를 더듬은 덕택이었다. 어느 덧 아이들은 <잠자는 숲속의 아가씨>에서 심부름꾼 역을 맡아 10달러 혹은 20달러의 출연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 돈을 저금하도록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그 저금에서 가족의 생활비를 빌려 썼습니다. 그럴 때마다 차용증서를 써 주곤 했지요. 그러나 수입이라고는 거의 없는 부모가 갚을 수 있는 기회는 쉬 와주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아이들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물었습니다. ‘빌려드린 돈이 꽤 될 텐데, 엄마 괜찮겠어요?’”  
아이들은 건전하게 자라주어 성적도 좋았다. 여름방학에는 가족이 낡은 차로 여기저기 여행했다. 벽촌을 찾아가서 어부의 집을 빌려 자취하면서, 엄마는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고, 리처드는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셋이 뛰어다니거나 낚시를 즐기곤 했다.  
“지금도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가난하지만 충실한 바캉스였습니다. 남의 눈이나 의식하는 중류계급은 맛볼 수 없는 마음의 기쁨이 있었습니다.”
뉴욕에 돌아와서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여름 내 그린 그림 중 몇 점을  팔 수 있었다.
그녀가 파셀 교수의 <X 계층>을 읽게 된 것은 아이들이 고등하교에 다니게 되었을 무렵. 그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나서부터는 ‘X 계층’이란 말을 자주 쓰게 되었다. 남이 버리는 헌옷을 입으면서 남들처럼 제대로 된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는 없을 지라도, 우리는 정신적 귀족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X 계층’이니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일러주었다. 좋게도 나쁘게도, ‘X 계층’은 변명거리로도 격력의 말로도 입에 오르내렸다. “아이들은 장학금으로 진학하는가하면, 남편은 맨해튼 중심의  ‘링컨 센터’의 길이 50미터나 되는 벽에 벽화를 그리게 되고, 나는 맨해튼의 풍경화로 한 해 두 차례의 개인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도쿄에서 열린 부부미술전은 성황이었다. 뉴욕의 ‘X 계층’으로 심해어처럼 25년간 물 밑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이제야 바라볼 수 있는 빛이 아직은 굴절되어 있지만 수면위에서 비춰오는 빛임에는 틀림없었다.           
 enoin34@naver.com 
댓글은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음란성 내용 또는 음란물 링크및 상업적 광고 또는 사이트/홈피 홍보 글등 불건전한 댓글은 발견시 별도의 통보없이 즉시 삭제 합니다
아이디 비밀번호
현재 기사의 의견(0)건 입니다

교회연합신문소개구독신청광고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2003 by : 교회연합신문, 주소 : 110-460 서울특별시 종로구 연건동 195-19 l Tel. 02-747-1490(~1493) l Fax. 02-747-1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