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 반 윙클(Rip Van Winkle)-유쾌한 공처가
2014-11-17 15:12 l 교회연합기자 epnnews@empal.com

립 반 윙클(Rip Van Winkle)
-유쾌한 공처가


1950년도, 늦게는 1960년도 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중 고등학교 영어교사는 물론 대학의 영문학과 교수들까지도 영어회화는 서툰 것이 예사였다. 미군부대에 종사했다가 복학한 학우들이 더러 회화실력을 뽐낼라치면 ‘하우스보이 영어’라며 비아냥거림을 당하는 판이었으니. 그런 분위기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이들은 워싱턴 어빙의(Washington Irving,1783-1859)의 <스케치 북(Sketch Book)>을 정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압관념에 시달려야만 했다. 왜 하필이면 <스케치 북>이어야 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얼마 전 스페인을 여행하다가 ‘워싱턴 어빙이 머물던 집’이라는 표찰을 보면서 무려 60여 년 전에 매달렸던 <스케치북>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립 반 윙클>의 줄거리를 떠올렸다. 술에 취해 한 잠 자고 났더니 20년이란 세월이 흘러있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립의 20년은 나의 60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그런 이야기가 흔히 그렇듯,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립의 이야기’에는 시간과 장소가 뚜렷하게 기록되어 있다. 허드슨 강 가까이 캐츠킬 산맥 기슭에 있는 한 마을, 그 지역이 영국의 영토였던 무렵, 립 반 윙클이라는 소박하고 마음씨 좋은 사나이(a simple good-natured fellow)가 살고 있었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조상 중에는 용맹으로 이름을 떨쳤던 이도 있었건만, 립에게는 그런 기상을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돈이 될 만한 농사일은 싫어해서 부인에게서 잔소리를 얻어 듣는 나날. 립은 그렇게 공처가로 그려진다.
그런 주인공이 오래토록 미국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라면, 만사태평한 그의 성격과, 개와 아이들과 이웃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는 것 말고는 공처가란 사실 정도일 것이나, 셋째 조건에 가장 무게가 실려진다. 미국의 공처가 전통은 우리의 주인공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지고 있으니.   
립의 마음씨가 착하고 아무에게서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곧 그가 공처가였기 때문이라면 립은 공처가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는 것이 작자의 주장이다.  
부부싸움이 벌어질라치면 마을 아낙네들이 입을 모아 립의 편을 들어주었다.  아이들도 그를 따랐고 개들조차 그를 좋아했다. 그러나 이웃은 도우면서도 제 집 일은 거들떠보지 않는가하면, 머리를 써서 일을 처리하기 보다는 차라리 고픈 배를 움켜쥐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작자를 함께 살고 있는 부인이 잔소리의 대상을 삼았다고 해서 감히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그런 립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은 애견 울프. 그러나 녀석도 늑대를 닮은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어서, 주인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마나님을 두려워했다.  
어느 가을날, 엽총을 멘 립이 울프를 데리고 높은 산봉우리에 올랐다가 저녁나절이 되어 산을 내려오는데, 멀리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둘러보아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거름을 옮기자 다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울프가 털을 곤두세우며 낮게 울부짖는가 싶더니 립 곁으로 바싹 다가와서는 계곡 골짝을 무서운 듯이 내려 보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등에 통을 메고 있는 낯선 노인이 서있었다. 나지막한 키에 터부룩한 머리와 뒤엉킨 수염의 노인은 복장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손을 잡아달라는 노인의 시늉에 립은 노인과 번갈아가며 통을 지고 한 동안 묵묵히 걸었다. 한 분지에 다다랐을 때, 거기에는 노인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네덜란드 말을 쓰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네덜란드 술을 얻어 마신 립은 깊은 잠에 떨어진다.  
립이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고 푸른 언덕에 누워있었다. 술 탓에 외박을 해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립은 마나님에게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할지 걱정이었다. 그런데 광을 냈던 그의 엽총은 녹슬어있었고, 울프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산을 내려와 보니 마을에는 알지 못할 얼굴들 뿐, 낯선 아이들이 놀려대는가 하면 얼굴이 익지 않는지 개들도 마구 짖어대는 것이었다.  
그가 살던 집은 허물어져 있었다. 개는 울프를 닮은 듯 했지만 반가워하지 않았다. 자신을 닮은 아들 립은 성인이 되어 있었고, 딸 쥬디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딸이 말했다. ‘아버지 립 반 윙클이란 사람은 20년 전에 총을 가지고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고 어머니는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여튼 우리의 주인공은 이제 공처가라는 구속으로부터는 자유롭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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