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통해서만 시간은 정복된다”
2014-12-08 17:43 l 교회연합기자 epnnews@empal.com

“시간을 통해서만 시간은 정복된다”
Only through time time is conquered.



제목은 T.S 엘리엇,(1888-1965)의 <4개의 4중주( Four Quartets)>의 한 구절. 영화 <마지막 사중주>에 소개되면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 같다. 영화의 원제목은 <A Late Quartet>, 베토벤 후기 현악사중주란 뜻.
뉴욕, <푸가 현악사중주단>이 결성 25년을 맞아 기념 연주회 레퍼토리를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4번>으로 정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1 바이올린 다니엘은 기교와 정확성을 내세우는 주자. 음악 밖에 몰라라하는 성격 탓일까 아직 독신이다. 제2 바이올린 로버트는 다니엘에 견주어 손색이 없지만 제1 바이올린을 뒷받침하여 고저음을 아울러 왔다. 비올리스트 줄리엣은 로버트의 아내이고, 첼로 피터는 단원들의 스승 격이었고 실질적인 리더였다.    
어느 날 피터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아 은퇴를 선언한다. 그들 사중주단의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기에 25년을 함께 해온 멤버는 갈림길에 서게 된 셈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새로운 변신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제2 바이올린이 제1 바이올린을 맡겠다고 나선다. 오랜 세월 가슴에 묻고 있던 불만을 털어놓은 셈이다. 펜들의 인정을 받고 있는 다니엘에 대한 질투이기도 했고, 연주가 온통 다니엘의 생각대로 이끌려가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기도 했다. 로버트는 악보를 보지 않고 열정적이고 자유롭게 연주해 보자고 제의해왔지만 보수적인 다니엘은 끝내 거부했다.    
아내 줄리엣 마저도 로버트 보다는 다니엘의 의견을 따르는 눈치, 아내와 다툰 로버트는 홧김에 어떤 여성과 하룻밤을 범하게 되는데, 로버트는 아내가 다니엘을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던 차였다. 로버트의 실수가 들통이 나면서 줄리엣 부부의 관계는 파탄의 고비를 맞는다.   
줄리엣은 딸 알렉산드라가 다니엘과 남녀관계를 가지게 된 것을 알게 된다. 나무라는 엄마에게 알렉산드라는 어렸을 적 부모가 연주활동을 빙자로 많이 집을 비워 쓸쓸한 유년기를 참아야했던 불만을 터트리고 나선다. 왜 나를 낳았느냐면서. “내가 엄마의 입장이었다면 낙태 했을 것”이라는 딸의 막말은 어머니에게 더 없는 상처가 되고.  
연습을 하는 중에 딸 알렉산드라와 다니엘이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로버트는 다니엘을 두들겨 주어 연습은 엉망이 된다. 연장자 피터가 다니엘에게 알렉산드라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종용하지만 다니엘은 거절하는데, 지난 날 줄리엣을 사랑했으면서도 현악사중주단을 위해 단념했었기에 이번에는 알렉산드라와 헤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 끝에 알렉산드라가 다니엘에게 헤어질 것을 선언한다. 오래전 <푸가 사중주단>이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엄마나 스승 피터에게 <푸가 사중주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 것이고, 그 악단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다니엘을 단념해야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줄리엣도 오늘날까지 아버지 역할을 해주셨던 피터가 은퇴한다면 자신도 더불어 악단을 물러설까 생각한다. 그러나 “나를 위해 <푸가 사중주단>을 지켜 달라”는 피터의 간곡한 부탁을 차마 거절 할 수는 없었다.  
지난 날 피터는 줄리엣의 어머니와 함께 사중주단을 결성하고 있었다. 줄리엣의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대주자를 찾는 대신 악단을 해산하고 말았던 일이 피터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되고 있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피터의 말에 줄리엣은 고개를 끄덕인다.   
감추어져 있던 갈등과 불만들이 서로의 감정과 부딪치며 상처투성이가 된 네 사람. 그러면서도 시간은 흘러 예정된 창단 25주년 기념공연은 막이 오른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4번>을 연주하는 도중, 갑자기 첼리스트 피터가 연주를 중단한다. 그리고 일어나서 입을 연다. “더 이상은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는 후임자 니나를 소개했다. 조용히 그러나 뜨거운 박수가 연주장을 메우는 가운데 동료들의 눈물을 뒤로 하고 피터는 무대를 물러난다.  
베토벤이 쉬지 말고 연주하기를 요구한 바 있는 <현악사중주 14번 C단조> 가 다시 시작되는데.... 제1 바이올린 다니엘이 악보를 덮자 모두 이를 따른다. 피터 대신 니나와 더불어, 그리고 처음으로 악보를 덮은 채 만들어 가는 연주는 이전과는 어딘가 다른 울림이지만 분명한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4번 C단조>이었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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