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2014-12-18 17:18 l 교회연합기자 epnnews@empal.com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쓴 것은 1843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차림을 새로이 하며 베스트셀러를 유지하고 있으니, 줄거리를 모르는 이는 없겠지만, 오히려 원작을 읽는 이도 많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    
대학 첫 학기에 ‘영국 소설 강독’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만났지만 반도 못 읽고 학기를 마쳤다. 남은 것이라곤 교수의 별명을 ‘스크루지’로 지어드린 일.
60여년이 지나서 다시 읽어본 뒷맛은 이외로 좋았다. 훤한 줄거리라 그야말로 소설 읽듯이 건너뛰고 미끄럼을 타면서 읽었지만, 19세기 영국 독자들은 21세기 독자들이 ‘무라카미 하루기’를 즐기듯 디킨스를 읽을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머레이의 망령”: 19세기, 런던. 크리스마스이브인데도 수전노 스크루지는  장부정리에 몰두하고 있다. 모처럼 식사초대를 하겠노라 찾아준 조카를 박정하게 돌려보내고, 크리스마스휴가를 간청하는 종업원을 핀잔주고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폐허 같은 방. 7년 전에 죽은 옛 동료 머레이의 망령이 나타난다. 좀체 동할 줄 모르는 스크루지가 공포에 떠는데, 망령이 나타난 것은 스크루지를 구원하기 위해서란다. “그대를 찾아 온 것은 충고를 위해서라오. 그대가 나와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도록 말이오. 아직은 길과 희망이 있기에 내 입으로 그것을 일러주러 왔소.” 머레이의 망령은 자신이 생전에 범한 죄 값으로 사슬에 묶여 방황하고 있다는 것, 스크루지도 이대로라면 같은 운명을 더듬게 될 것이라는 것, 돌이킬 기회를 주기 위해 유령 셋이 나타날 것이라 전해주고 망령은 사라진다.   
2. “첫째 유령”(과거): 밤 한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나타난 첫 째 유령은 스크루지의 지난날을 보여준다.
고독했던 기숙학교에서의 소년시절과 성장하여 상사와 동료와 함께 수련을 쌓고 있던 시절의 자신을 보면서 주인공은 순수했던 지난날을 회상한다. 그러다 차차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던 무렵, 약혼자와 헤어지는 장면에서 스크루지는 괴로워 한다. 옛 약혼녀가 말한다.: “나는 그대가 순수한 동경과 희망 그리고 높은 뜻을 점차로 잃어간다 싶더니 마침내 폭리를 탐하는 집념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았지요.” “그렇지만 그대에 대해서 내가 달라진 것은 아니지 않소?” 그렇게 반응하는 스크루지에게 그녀는 머리를 가로 흔들며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물러선 것이라오. “
헤어진 약혼녀가 훗날 좋은 어머니가 되어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 스크루지는 마구 유령에게 덤벼든다. “나를 내버려 두세요. 제발 돌아가게 해주오.” 지친 스크루지는 잠이 든다.
3. 둘째 유령(현재): 밤 한 시 종이 울릴 때, 스크루지가 옆 방문을 열자 둘째 유령이 나타나서는 활기찬 크리스마스 거리를 보여준다. 지붕에서 눈을 쓸어내리는 일꾼들조차도 희희낙락 인사를 주고받는가하면, 잘 익은 배와 사과 그리고 커피와 홍차 향기가 코를 간질이는데, 종이 울리자 차려입은 선남선녀가 교회로 몰려든다.       
종업원 크라치트의 집안. 가난하지만 정성껏 밥상을 준비하는 아내, 다리가 성하지 못한 막내 팀을 목말태우고 크라치트가 돌아오자 크리스마스이브의 일가단락이 시작된다. 유령은 조카 브레드의 집안도 보여주는데, 내외가 친척들과 파티를 즐기고 있다.     
4. 셋째 유령(미래): 자정 종소리가 그치자 온통 검게 차려 입은 유령이 앞서고 스크루지가 뒤좇아 간 곳은 눈에 익은 런던의 금융가. 얼굴이 익은 상인들이 하는 이야기는 아무개가 죽었다는 것.   
한편, 컴컴한 방 침대에 누군가가 누워있는데, 얼굴은 볼 수는 없다. 유령이 보여 주는 대로는 슬퍼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유령이 교회묘지의 한 묘석을 가리킬 때에야 주인공이 유령의 의도를 알아차리는데, 떨리는 목소리로 새겨진 자신의 이름 ‘에브니저 스크루지’를 읽는다.
5. 대단원: 거듭난 스크루지가 소리친다. “하나님과 크리스마스를 찬양하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길가는 소년에게 물으니 그날이 놀랍게도 크리스마스 그날이란다. 세 밤에 걸쳐 유령을 만난 줄 알았는데, 그 모두가 크리스마스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니. 그 사이 크라치트의 집에 칠면조를 보내고 브레드의 집을 찾아가 노크하는 스크루지가 되어 있었다.  
교회를 떠난 크리스마스의 카리스마가 소설이나 공연물에서나마 살아있다면 하는 마음이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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