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택하십시오”
2014-12-29 16:43 l 교회연합기자 epnnews@empal.com

“생명을 택하십시오”


신명기 30장 19절을 펴놓고, 새해 칼럼을 써보기로 했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사망, 복과 저주를 당신들 앞에 내놓았습니다.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십시오.”
유대계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이 말했다. “자살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인간은 스스로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러니까 이 본문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생물학적 삶과 죽음이 아니라, 원칙과 가치로서의 생과 사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참 꿍꿍거리고 있는 데, 플로리다에서 살고 있는 친구로부터 메일이 왔다. 읽으면서 무릎을 쳤다. 이 글이 바로 “생명을 선택한 이야기이지!” 그 이야기를 다듬어 보기로 했다. 이도 생명을 선택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 생각해서이다.
2차 대전 종전을 한 해 앞두고, 독일 소년 프리츠 빈켄(Fritz Vinken)이 겪었다는 이야기. <Reader’s Digest>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발지 전투(Battle of Bulge)가 한창이던 1944년 12월, 벨기에와의 접경에 위치한 독일의 휘르트겐 숲속의 한 오두막에 열두 살 난 소년 빈켄과 부모가 살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 포 소리는 그치지 않고 있지만, 파티를 준비하며 민방위대원인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연 어머니 앞에 철모를 쓴 두 병사와 그들에게 부축을 받고 있는 병사가 서있는데, 얼른 보기에도 미군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흘이나 숲속을 헤맸다고 했다. 불빛에 드러나는 그들은 소년티를 갓 벗은 앳된 모습. 어머니의 눈에는 적군이기보다는 당장 도움이 필요한 아들들이었다.  부상자는 아들 침대에 눕히고, 아들에게는 나머지 둘의 동상치료를 해주도록 지시하는 어머니의 동작은 숙연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위해 아껴 두었던 수탉 한 마리와 감자로 요리를 만들고 있는데, 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연 빈켄의 몸이 얼어붙는다. 이번에는 독일군들이었던 것이다.  
“축 성탄” 하는 어머니의 인사에 병사들은 날이 새기까지 쉬어가기를 청한다. “물론이지요. 따뜻한 음식도 있으니 어서들 들어오셔요.” 안도하는 그들에게 어머니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집에는 이미 다른 손님들이 와 있어요. 그들이 당신들의 친구는 아닐지 모릅니다.” 순간 독일군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고, 숨어있던 미군도 총을 겨누는 긴박한 사태가 벌어진다. 어머니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우리 집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일은 허용할 수 없지요. 당신들은 내 아들과 같아요. 저기 부상당한 미군도 마찬가지구요. 모두가 배고프고 지친 몸. 우리 오늘 밤만은 죽이는 노릇은 잊어버립시다.”
무거운 침묵을 깨트린 것은 총소리가 아니라 어머니의 밝은 목소리였다. “뭣들 해요! 어서 맛있는 식사를 듭시다. 총은 장작더미에 올려놓고요.” 모두 고분고분 어머니의 말을 따랐다.
어머니를 도와 분주히 돌아가던 빈켄이 부상한 미군의 신음 소리를 듣고 침대로 가보니 안경을 걸친 독일군이 미군의 상처를 돌보고 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있었단다. 꽤 유창한 듯한 영어로 상처가 곪지는 않았고 영양을 섭취하면 괜찮을 거라며 미군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경계심이 누그러지면서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식탁에 앉은 그들은  모두 어린 아이 같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하사가 배낭에서 포도주 한 병을 꺼내자, 하인츠는 호밀 빵 한 덩이를 꺼내 놓는다. 어머니가 빵을 잘게 썰어 식탁 위에 놓고 포도주 반병은 부상당한 미군을 위해  남겨두었다.
어머니가 기도를 드렸다. “주님, 오셔서 저희의 손님이 되어 주십시오.”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소년으로 되돌아간 병사들도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자정이 되자 “베들레헴의 별을 보자”며 문밖으로 나오는 어머니를 따라 모두들 어머니를 둘러서서 하늘을 우러렀다. 가장 밝은 별을 찾는 사이 전쟁은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이튿날 크리스마스 아침, 독일군과 미군은 오두막 앞에서 악수를 나누며 헤어졌다. 독일군은 미군에게 부대로 돌아가는 길을 자상하게 알려주고.  
글을 다듬으며 생각했다. 이나마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은 그날 밤 그들의 선택 때문일 지도 모른다고. 아마도 나와는 동갑네기일 듯싶은 빈켄 소년은 지금 어디서...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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