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
2015-01-09 17:07 l 교회연합기자 epnnews@empal.com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는” 진실 너머에서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되는”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하는 요즘이다.   
1995년. <모모>의 작가 미하일 엔데(Michael Ende,1929-1995)의 부음을 접한 당시 독일 대통령 헤르초크는 진심어린 조전을 보냈다. “오늘날 독일 사람치고 엔데의 작품과 더불어 성장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말년이 가까워지면서 엔데는 온 몸으로 물음을 던졌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물질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진정한 풍요와 삶의 기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돈을 내는 자가 명령한다.”는 독일의 옛 말을 들어, 현대 과학기술이 군사를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재정이익을 위해서는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있음을 경고 했다. 과학연구가 특정방향으로만 달려가고 있는 현상을 우려해서였다.  
작고하기 수년전에는 현대의 화폐 시스템을 두고 진한 우려를 토로했다. “환경, 빈곤, 전쟁, 그리고 정신적 황폐화와 같은 현대의 병적인 상황의 근원에는 돈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돈에는 여러 기능이 있어서, 서로 모순하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 물건과 노동을 거래하는 교환수단으로서 발달한 돈이었는데, 그 돈이 재산과 자산의 기능을 가지게 되면서, 저축은 되어있으면서도 유통되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 이제 돈은 은행과 주식시장을 통해서 거래되는 자본으로서의 기능을 발전시켜 그 자체로 상품과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지폐는 대형 컴퓨터를 돌고 도는 숫자로 화해서 실체는 들어내지 않고 있지만, 그들은 세계를 누비며 생활과 생산의 터전을 혼란케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모모>를 다시 음미해보자.  
한적한 마을 한 쪽, 폐허가 된 원형극장에 초라한 모습의 말라깽이 소녀가 발붙여 살게 된다. 이름은 모모.  
모모가 몸 붙여 살면서, 마을 사람들의 삶이 놀랍도록 밝아진다. 왜냐하면 모모에게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뛰어난 재능이 있기 때문. 마을 사람들의 번민과 하소연을 시간을 아끼지 않고 들어주는 모모는 어린아이들과도 어울릴 줄 알았다.
마을에 회색차림을 한 “시간도둑” 일당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일변한다. 시간도둑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시간을 절약해서 남은 시간을 “시간저축은행”에 예치하도록 권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시간저축이 목숨을 배로 늘어나게 해준다고 부추기는 것이었다.    
마을이 크게 변한다. 이전에 한 시간도 넘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성껏 손님의 머리를 다듬던 이발사가 이제는 성이라도 난 듯 입을 굳게 다문 채 30분도 안 걸려서 완성 해버리게 되었다. 남는 30분을 은행에 맡기기 위해서다. 마을 사람들의 쉼터였던 선술집 주인은 어떻게 하면 손님들의 회전이 잦아져서 효율을 올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골몰하게 되었고, 구둣방 주인과 양복점 주인도 모두 바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을 절약하려는 부모는 비싼 장난감을 아이들에게 안겨주는 것이 고작. 얼마동안 좋아라든 아이들도 계속 변덕을 부리는 새 장난감 앞에서 눈에 생기를 잃어갔다.  
이제 모모를 찾는 사람은 없다. 시간을 낭비하는 일인 것을. 마을사람들은 나름대로 제법 두툼한 <시간저축통장>을 지닐 수 있게 되지만, 그들의 얼굴이 한결 험상궂어지는가 싶더니, 몸가짐에 안정을 잃으면서 일상에 다툼이 자자진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작심한 모모가 시간도둑들과 맞선다. 저축은행의 철문을 부수고 속에 가두어둔 시간을 다시 마을 사람들에게 돌려주자, 마을에는 다시 웃는 얼굴과 평화가 돌아왔다.
저자 미하일 엔데는 “시간이라고 하는 것은 진정한 소유주에게서 잘려나가게 되면 곧 죽어버린다. 인간은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그 시간은 진정 자신의 시간일 때에만 살아있는 시간일 수 있는 것이다.” 하고 말한다.
21세기를 맞은 지 15년. 우리 마을에도, 아니 온 지구촌이, 시간도둑들의 손에 떨어지고 한 참 되었다. 그들의 감언이설에 놀아나고 있는 세계는 자연과 대화를 할 시간도 없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시간도 없다. 오직 시간절약이라는 목표를 향해서만 달려가고 있다.   
 한 시인이 <모모>의 독후감을 썼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고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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