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기획 / 한기총-한교연 통합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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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를 둘러싼 온갖 사건과 사고가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것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조일래 목사)의 통합 여부다.
홍재철 대표회장 시절 완전히 갈라졌던 두 단체가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의 대표회장이 된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조만간 통합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정적 순간에 한발 뒤로 물러서며 여전히 통합 논의는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 최근에는 양 기관의 통합을 주도하겠다며 합동, 통합, 기감, 대신, 기성, 기하성, 기침 등 주요 7개 교단이 나서 ‘한기총과한교연통합협의회’를 구성하고,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안까지 내놓았다.
7.7 정관 당시로의 회귀를 골자로 한 계획에는 이후 대표회장 선출 체제와 사무 인력 개편에 대한 전반적 사안까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계획할만한 어떠한 권한도 없다. 한국교회를 대표할 만한 중대형교단들이라는 점은 인정되나, 그렇다고 엄연히 조직과 역사를 갖고 있는 양 단체의 입장을 무시한 채, 자기들끼리 통합 논의를 진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교연에서는 이들에 대해 통합을 위한 협력자일 뿐, 주도할 수는 없다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당사자도 아닌 제3자들끼리의 통합 논의가 사실상 어이없다는 반응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기총이나 한교연의 통합의지는 어떠한가? 여태까지 나온 양 단체의 입장을 보면 먼저 한기총은 일단 통합을 하고, 이후에 문제를 조율해 나가자는 생각인데 반해, 한교연은 선 문제 해결 후 통합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타협의 여지 없는 ‘이단 문제’
한교연이 그동안 통합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지목했던 것은 ‘이단 문제’의 해결이다. 금번 ‘한기총한교연통합협의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도 한교연은 ‘이단 문제’의 해결 없이 절대로 통합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한교연이 말하는 ‘이단 문제’는 한기총이 두 차례에 걸친 검증을 통해 “이단성이 없다”고 확인한 다락방 류광수 목사 문제이다.
다락방 류광수 목사는 홍재철 대표회장 시절에 1차 검증을 했으며, 이후에도 계속적인 잡음이 생기자, 이영훈 목사가 새롭게 대표회장에 취임해 다시 한번 검증을 진행한 바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조사를 통해 “이단성이 없다”고 결의한 한기총이 만약 한교연과의 통합을 위해 이 모두를 뒤집는다면, 그간 한국교회의 대표 연합기관으로 군림했던 한기총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릴 것이 뻔하다.
앞서 류 목사에 대한 재검증 당시에도, 한기총 스스로가 자신들의 조사와 결의를 믿지 않는다는 일부의 비난을 받았어야 했다. 그런 상황에 또다시 이를 부정한다는 것은 한기총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인 것이다. 즉 한교연이 내건 ‘이단 문제’라는 선결 조건은 사실상 타협의 여지가 없으며, 지금의 분열을 고착화시킬 뿐이다.
여기에 한교연은 ‘이단 문제’에 대한 단체의 입장을 확실히 정리할 필요도 있다. 한기총을 향해서는 이단에 대한 판단은 교단에 있으며, 해제는 당사자를 정죄한 교단에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금번 예장통합측의 ‘특별사면위원회’에 대해서는 “주요 교단 허락 없이는 이단을 풀 수 없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앞서는 정죄한 교단만이 해제가 가능하다고 해놓고, 정죄한 교단이 이단을 해제 하려 하자 절대 불가하다는 이중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한교연은 통합의 중대사 앞에 ‘이단 문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렇다면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다른 입장이 아니라 확고한 하나의 입장을 정립해 내놓아야 할 것이다. 

주요 7개 교단, 스스로 부여한 대표성 내려놔야
최근 들어 교계 연합사업에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주요 7개 교단들에 대해서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합동, 통합, 기감, 대신, 기성, 기하성, 기침 등 7개 교단은 금번에는 ‘한기총과한교연통합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양 단체 통합을 논의하고 있으며, 일전에는 ‘교단장회의’를 부활시켜, 교계 연합단체로서의 면모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이들 7개 교단들은 사실상 한국교회 전체의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기독교는 결코 덩치나 숫자로 대표되는 종교가 아니다. 군소교단의 목회자라 할지라도 대형교단의 목회자와 똑같은 지위를 갖고 있으며, 교계 연합사업에 있어 똑같은 권리를 갖고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7개 교단이 스스로에게 대표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힘 있는 교단들끼리 모여 우리가 주도할테니 무조건 따르라고 명령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이들은 언제든지 한국교회에 또다른 연합기관을 만들 만한 힘과 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한기총과 한교연 모두를 무시한 채 제3의 연합단체를 만들거나, 교단장회의를 교계 대표 단체로 세우겠다고 한다면, 한기총과 한교연 역시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을게 뻔하다.
하지만 한국교회 역사는 분열의 역사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들이 새로운 연합단체를 만든다 할지라도 한기총과 한교연은 여전히 또다른 누군가에 의해 운영되고, 존재할 것이다. 결국은 분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되는 것이다.
만약 7개 교단이 한국교회의 대통합을 이루고 싶다면, 스스로에 부여한 대표성을 내려놓고, 한국교회 일원으로서 자신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차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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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없는 이단 문제에 발목 잡힌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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