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한국교회 위기 초래한 교단 분열의 역사 되돌아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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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한국교회 성도가 염원하는 교계 최대 숙원이 있다면 단연 분열된 한국교회의 온전한 통합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교계통합을 위한 대의적 첫 걸음이 될 것이기에 이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더구나 최근 양 단체 대표회장과 주요교단 교단장들이 직접 나서서 양 단체 통합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며, 11월 말까지 통합을 완료하겠다는 공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전 교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당시의 공표 이후 양 단체의 사이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교연은 기자회견에 나서 통합을 선언했던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의 행보를 개인적 의견으로 치부하며, “이단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한 통합은 없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여전히 되풀이 하는 중이다. 여기에 조일래 목사 역시 통합 선언 이후 일주일여만에 공식석상에서 “한기총에 이단들이 너무 뿌리 내리고 있어 그 이단들과 하나가 되고 싶지 않다”는 발언으로, 통합선언을 완전히 뒤집어 엎었다. 이 뿐 아니라 조일래 목사는 당시 제3의 연합단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얼핏 내비치며, 단체 통합이 아닌 또 다른 분열을 예고해 교계의 우려를 낳았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 과연 가능성은 있는가?

한교연, ‘이단 문제 선결’ 전제
먼저 지난 8월 31일 ‘한기총·한교연 통합에 대한 기자회견’ 이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않던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이하 연추위)가 지난 11월 16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모임을 갖고, 정식발족을 선언하고, 합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감을 감출 수 없다. 먼저 한교연의 ‘이단’에 대한 입장이 여전히 강경한 상황이어서 언제든지 위원회가 와해될 수 있는 분위기다.
그간 조일래 목사의 공동 기자회견에 대해 개인적 의견으로 치부하고, 조 목사의 사과까지 받았던 한교연은 최근 입장을 조금 선회해 연추위에 일단 4인의 위원을 파송키로 결의했다. 하지만 ‘이단 문제 선결’이라는 전제 조건이 반영되지 않을 시 언제든지 위원을 다시 소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즉, 한교연은 다락방 세력이 포함된 예장개혁측이 이번 통합 논의에 앞서 한기총에서 먼저 배제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고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락방측은 한기총의 두번의 검증을 통해 ‘이단성 없음’이 확인된 상황으로, 만약 한기총이 한교연의 요구를 수용코자 한다면, 한기총은 자신들의 이단 검증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는 상황이 됨으로 애초부터 한교연의 요구는 성립될 수 없는 사안이다.
사실상 이단 문제는 그간 양 단체의 통합을 번번이 가로막던 주제임으로 그리 특별할 것도 주목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게 있다면 바로 제3의 연합단체가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3의 연합단체, 실현가능성 높아
조일래 목사는 지난 9월 6일 예장대신(백석)의 정기총회에 참석해 연추위에 대해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아니라 그곳에서 나와서 한국교회 이단을 제하고 건전교단들이 함께 모이는 그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즉 연추위의 목적은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아니라 제3의 연합단체라는 뜻이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듯 한기총과 한교연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제3의 연합단체 창립이 더 이상 소문이 아닌 사실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제3의 연합단체가 추진된다면 사실상 한기총과 한교연의 이단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앞으로 새롭게 창립될 제3의 연합단체는 주요 교단들이 모여 자기 구미에 맞는 한국교회의 새 판을 짤 것이기 때문이다.
연추위는 사실상 얼마 전 부활한 교단장회의가 주도하고 있는 조직이다. 교단장회의는 본래 교단장들 간의 친목단체로서 그 활동에 한계가 있으나, 지난해 새롭게 부활한 이후, 매우 정치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로 혼란한 교계에서 ‘주요 교단들’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부활절연합예배 등의 연합행사를 이끈 바 있다.
그런 교단장회의가 이번에는 한국교회의 연합을 빌미로, 새로운 연합단체를 만들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 지금의 한기총과 한교연 모두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단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한기총은 역사성은 있으나, 회원교단 면면이 매우 약하다. 반면 한교연은 예장통합이 중심에 있으나, 역시나 한기총의 분열세력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짧은 역사는 여전히 대표가 되기에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교회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는 사실상 통합과 합동이다. 한국교회의 대표 연합단체가 되고자 한다면 양 교단의 참여는 필수다. 이번 연추위의 활동에는 통합과 합동뿐 아니라 감리교까지 참여한다. 교단장회의의 중심에 섰던 감리교가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간의 활동은 전임 전용재 감독회장의 업적이었기 때문에, 바통을 이어받은 전명구 감독회장이 얼마나 이를 이어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NCCK에 매우 뿌리깊게 자리한 감리교가 타 연합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내부적 정서를 고려할 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통합과 합동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주목할 만하다. 과거 한기총이 NCCK보다 훨씬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두 교단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합 합동뿐 아니라, 기성, 기하성, 대신(백석), 기침 등 주요 교단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3의 연합단체 창립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분열을 조장하는 통합의 이면
하지만 그럼에도 제3의 연합단체는 또다른 분열이라는 우려를 피할 수 없다. 지금의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을 해결코자 제3의 연합단체를 창립한다는 것은 절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그저 또 한번의 분열이 될 뿐이다.
현재 연추위는 내년 1월 양 단체의 연합 출범 총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요 교단들이 모여서 연합총회를 한다고 해도 그간의 한국교회 분열 역사에서 증명하듯 여전히 한기총과 한교연의 잔류 세력은 남을 것이 뻔하다.
합동과 통합을 중심으로 새로운 조직이 짜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합은 결코 연합이 아니며, 한국교회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뿐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통합’이라는 대의적 사업에 정치적인 이기심을 더하며, 분열을 조장해 왔다. 한국교회의 대부분의 분열 뒤에는 ‘통합’이 있었다. 과거 합동과 개혁의 통합이 그랬고, 최근의 대신과 백석의 통합이 그러했다. 과연 통합으로 그들 교단이 온전히 하나가 됐는가? 개혁은 오히려 지금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만큼 분열에 분열을 거듭했다.
과거 한기총에서 한교연이 분열해 나갈 때, 한국교회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연합단체의 분열’이라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쉬운 법이다. 한국교회의 교단 분열도 시간이 갈수록 그 분열의 속도가 더해져 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제3의 연합단체가 끝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또다른 정치적 대립에 따라 언제든 제4의, 제5의 연합단체가 출범할 수 있다.
우리 한국교회는 바로 그것을 염려해야 한다. 주요 교단 몇몇이 모였다고 한국교회가 연합했다고 자축할게 아니라, 세상 천지로 퍼질지 모르는 분열의 씨앗을 애초부터 제거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연합단체의 출범은 결코 대안이 아니라 또 다른 분열의 시작임을 기억해야 한다.                          <차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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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한국교회, 제3의 연합단체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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