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한국교회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한기총-한교연 통합이 결국 무산될 분위기다. 현재 양 단체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위원장 이종승 목사)가 지난 12월 5일 모임을 가졌지만, 이 자리에 한교연측 위원들이 전원 불참하며, 사실상 통합이 결렬됐다. <관련기사 3면>
근데 주목할 것은 연합추진위는 기존의 로드맵대로 통합을 계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의 두 당사자 중 한 축인 한교연이 빠진다면 당연히 연합추진위의 활동도 끝나야겠지만, 연합추진위는 한교연이 통합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성탄절 전까지 통합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의는 대신백석 이종승 총회장과 합동 김선규 총회장, 기성 여성삼 총회장, 통합 채영남 직전총회장, 기감 전용재 직전 감독회장, 한기총 파송 이강평 목사 등 6명 만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논하는 자리에 정작 당사자들이 빠진 것이다. 더구나 이들 중 일부는 이미 교단장의 임기가 만료되었으며, 위원으로서의 자격에도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이날의 모임을 온전한 연합추진위 회의로 보기에는 한참 모자란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모임에서는 반대로 지난 8월 말 통합 기자회견 이후 계속적으로 태도를 바꿔 온 한교연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날 모임도 한교연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등에게 매우 중요한 자리이기에 반드시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도 결국 불참했다는 성토도 있었다.
하지만 연합추진위는 한교연에 기회를 다시 한 번 주기로 하고, 오는 12월 9일 오전 7시 30분에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리는 차기 모임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문제는 한교연이 9일 모임에 나오지 않더라도 연합추진위의 활동은 계속된다는 점이다. 정작 통합의 당사자를 배제하고도 계속될 수 있는 이같은 행보는 지난 8월 말 통합 기자회견 이후 본보가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했던 ‘제3의 연합단체’에 대한 실체가 수면위로 드러난 것으로, 사실상 교단장협의회가 중심이 된 연합추진위의 애초의 목적이 양 단체의 통합이 아닌 제3의 연합단체 신설에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또한 그간 본보가 예상했듯 제3의 연합단체의 출범은 각 교단을 상대로 한 ‘헤처모여’ 형식의 모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기총-한교연 통합이라는 대외적 명분이 사라졌기에, ‘한국교회의 연합’이라는 타이틀에 맞춰 제3의 단체 출범을 정당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것은 교단장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자칭 주요 7개 교단이 중심이 되어, 한기총과 한교연에 속한 교단들을 영입해, 자신들을 명실공이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 연합 단체로 자부할 것이 뻔하다.
문제는 제3의 연합단체 출범 이후 과연 한국교회가 제3의 단체를 구심점으로 새롭게 하나로 뭉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우선 한국교회를 이끌고 있는 통합과 합동, 기감까지 참여하고 있다는 점만 봐서는 충분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 이들 3개 교단이 한국교회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봤을 때, 이들이 힘을 합칠 경우 한국교회를 대변한다고 봐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기총과 한교연이 완전히 쇠퇴했을 때의 얘기다. 비록 제3의 연합단체 출범으로 기존 두 단체가 입는 타격은 불가하겠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제3의 연합단체가 이들을 완전히 압도했다고 보기에는 심한 무리가 있다.
먼저 한기총이 한교연의 분열로 세력이 줄어 들기는 했지만, 한기총이 갖는 역사와 정통성은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특히 지난 20여년간 교회협과 더불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였다는 점과 한국교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수세력을 대변하며, 사실상 한국교회의 최상위 단체로 존재했다는 점은 오직 한기총이라는 이름만이 가질 수 있는 정통성이다.
한교연은 분열세력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지만, 지난 수년간 한기총이 내부적인 분란으로 표류할 때 반대로 한교연이 중도보수세력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게 됐다. 또한 비록 한기총만큼의 인지도는 아니지만, 예장통합을 앞세워, 한기총과 견줄 만큼의 대내외적 영향력을 가졌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제3의 단체가 주요 7개 교단을 앞세워 한국교회의 완전한 대표성을 갖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그저 한기총, 한교연의 또 다른 경쟁상대 정도로 머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고작 한 달도 남지 않은 성탄절 전에 모든 통합을 완료하겠다는 연합추진위가 과연 이런 예상대로 흘러갈지 새로운 반전을 이끌어 낼지 주목해 봐야할 것이다.
           <차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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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한교연, 통합 사실상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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