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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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맥베스부인은 Lady Macbeth로 등장할 뿐 달리 이름이 없다. 셰익스피어의 모든 희곡에서 이름이 없는 주요 등장인물은 Lady Macbeth 그녀뿐이란다. 맥베스와 맥베스부인은 이름으로서도 일심동체로 등장하고 있다. 던컨 왕 암살계획에서부터 부부는 완전한 공범이 된다. 동기에서도 결과에서도.  
Macbeth: If we should fail?
Lady Macbeth: We fail?
우리말 번역에서는 흔히 we를 생략할 수 있다. 영어의 ‘I’나 ‘you’ 혹은 ‘we’와 같은 인칭대명사는 되도록 생략해버리는 것이 명 번역의 조건이 되고 있다는 사실쯤은 번역을 업으로 하거나 글줄이나 끄적여 본 분이라면 다들 깨치고 있는 바가 아닐까.  
그러나 <맥베스>의 1막, 이 장면에서는 자칫 뜻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따져보아야 한다. 원문의 주어가 ‘we’가 아니라, ‘I’와 ‘you’로 오해될 수도 있기 때문. “내가 만약 실패한다면 어떻게 하지?” 다시 말해서 맥베스가 겁을 먹고 주저하고 있을 때 맥베스 부인이 “실패? 있을 수 없는 일이지.”하며 격려하는 장면으로 읽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둘의 관계가 더없이 밀착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그러니까, 맥베스 왈 “우리가 실패한다면?”하지만, 맥베스부인은 “우리가 실패한다고?”로 응수함으로 성공하는 ‘우리’가 되든 실패하는 ‘우리’가 되든 우리는 일체가 되어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사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2막 2장, 맥베스가 왕이 되려면 반드시 거치지 않으면 안 될 과정인 던컨 왕 암살 장면에서, 이를 결행한 맥베스가 고민하고 있을 때, 맥베스 부인은 “It will makes us mad.”라며, 지난 일을 두고 고민하지 말라고 말한다. 여기서도 ‘us’는 굳이 번역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이 장면에서의 ‘us’는 뚜렷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아야할 것 같다. ‘미치는 것’은 왕을 죽인 남편 맥베스만이 아니라 일심동체가 되어 있는 맥베스 부인도 함께 라는 함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적어도 셰익스피어는 그렇게 의도하고 있었을 것이란 말이다. 
맥베스가 잠자고 있는 던컨 왕을 죽이고 두 사람의 시종도 죽인다. 곧 부인이 단검을 넘겨받아서는 둘을 범인으로 덮어씌우겠다고 장담한다. 이로서 맥베스 부부는 완전한 공범이 된다. 그래서 3막의 막이 오르면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국왕이 되어 있다.
그러나 맥베스 부부는 허무를 느낀다. “왜 외톨이(keep alone)로 망상에 사로잡혀 있소?”라며 남편의 소심함을 달래려 하자, 맥베스가 말한다. “우리는 둘 다 얼굴을 가면으로 삼아 마음을 덮어 본심을 감추지 않으면 안된다오.” “나의 마음은 독사들로 가득 차 있소.”할 때, 맥베스는 ‘our mind’가 아니라 ‘my mind’라 일컫는다. 그리고 “일단 시작한 악한 일은 토대를  굳히기 위해서 악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법. 자 따라오시오.”하고 말한다.  
“Why do you keep alone?” 하고 묻는 아내와 ‘we’하고 응답하는 남편. 셰익스피어는 ‘we’와 ‘alone’으로 범죄 후에 달라진 두 사람의 상황을 교묘하게 표출한다. 그리고 새로운 살인 계획은 자객을 통해서 부인 몰래 단독으로 진행되는데, 부인은 눈치 채지 못한다. “귀여운 당신은 몰라도 돼. 훗날 잘 했다고 칭찬만 해주면 될 것을...”
둘 사이의 공범관계가 어디에서 그 끈이 끊어졌는지, 둘이 따로따로가 된 시점이 어디였는지를 ‘alone’과 ‘we’ 가 서로 엇갈리게 하는 기법으로 오히려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한 해설가는 <맥베스>의 줄거리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1, 2막은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고, 전환점이 되는 3막은 ‘we’와 ‘alone’이 엇갈리는 이야기, 4, 5막은 두 주인공의 ‘alone’이 모두 무너지는 이야기라고.
4막과 5막에서는 둘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둘이 함께 등장하는 것은 3막 4장, 만찬석이 마지막이 된다. 맥베스는 벤코우의 망령을 보고 무서워하지만, 다른 귀족들과 맥베스부인조차도 보지 못한다. 그렇게 맥베스는 ‘alone’이 되면서 폭군이 되어 간다. 그리고 맥베스 부인은 몽유병환자가 되어 손에 묻은 피가 씻기지 않는다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마침내 ‘we’가 아닌 ‘alone’이 각각 고독 속에서 죽어간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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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내외의 ‘we’와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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