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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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올해엔 전 세계 문학인들의 관심사였던 노벨문학상 시상식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 아유는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의 여파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는데, 노벨상의 원산지 스웨덴도 그 점에서는 예외가 아닌가 보다.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상 선정위원 18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여성시인 카타리나 프로텐손의 남편인 쟝 클로드 아르노 사진작가(겸 공연기획가)가 성폭력 혐의를 받게 되면서, 이 스캔들로 인해 스웨덴 한림원의 대외적 신뢰도가 추락됐다고 판단한 일부 선정위원들이 그 위원직을 사퇴한 결과로 일어난 일이다. 프랑스계 스웨덴 사진작가인 아르노는 무려 십팔 명의 여성들로부터 성폭행 피해 고발을 당한 형편이며, 최근엔 그가 과거에 빅토리아 왕세녀를 더듬었다고 하는 혐의까지 받고 있었다.  
현재까지 6명이 사임한 실정에다 비활동 위원 2명의 인사를 합치고 보면, 남아 있는 10명의 활동 위원만으로는 선정 작업을 진행시킬 수 없는 현 실정이라는 것이다. 노벨문학상 시상이 1901년부터 시작된 이래 수상자 측의 일방적 거부가 아닌, 선정위원회 측의 어떤 사정으로 인해 시상이 불발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년 이후 75년 만에 처음 발생한 일이다.
그런데, 사직을 한 6명의 선정위원 가운데는 성추문의 장본인인 아르노 사진작가의 아내 카타리나 프로텐손 시인이 들어있는 것은 물론, 아쉽게도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이 함께 포함돼 있어서 주위 사람들이 상당히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림원 최초 여성 사무총장이었는데, 폐쇄적 운영에 길들여져 있던 스웨덴 한림원을 새로이 개방적으로 운영하면서 국민들 모두와 동료 위원들로부터 상당히 두터운 신뢰를 받아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 스켄들의 장본인인 아르노 사진작가와 프로텐손 부인이 함께 운영해온 어떤 문화센터에 한림원이 재정 지원을 해준 일과, 또 노벨문학상 심사와 관련해 그 선발 과정과 최종 명단 등이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초기 대응 조처가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게 된 다니우스 사무총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과거 한림원의 폐쇄적인 운영으로 인해 드러났던, 노벨문학상 시상과 관련된 논란거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던가. 위대한 작가들, 곧 톨스토이나 마크 트웨인, 제임스 조이스, 그레이엄 그린… 등의 작가들이 결과적으로 영원히 탈락되었다는 사실이 아주 치명적인 것으로 보이며, 다른 훌륭한 작가들을 제치고 자국(스웨덴)의 문인 두 사람에게 시상을 했던 일(1974), 그런데 수상자 두 명 중의 1인이요, 노벨상 선정위원이기도 했던 마르틴손 시인이 자신에 대한 계속된 국제적 비난과 시비를 견뎌내지 못하고 수상 4년 뒤(1978)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상사 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16년 미국 가수 밥 딜런에게 주어진 노벨문학상은 과연 온당했던 것인가 하는 논란도 많았던 경우였다고 하겠다. 또한 수상자들이 너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게 치중된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한림원의 처지에서 보면 피하기 어려운 지적거리였던 셈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한림원 선정위원회의 원상회복이라고 하겠다. 사무총장 직위까지 합쳐 비활동적인 자리 여덟을 채우기 위한 극단의 노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선정위원 자리는 종신직이라는 사실이 요즘 문젯거리로 부상하였다. 종신 선정위원 중의 어느 누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리할 마땅한 규정이 없는 셈이다. 다시 말해 그들의 신분이 ‘종신’ 위원이므로 ‘사임’이란 개념이 애초에 존립하기조차 않았던 때문이다. 그래도 ‘8명의 빈 자리’만은 엄연한 현실 문제로 돼버린 실정이라면 무슨 대책을 세워야만 내년(2019)의 심사에라도 대비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림원은 내년에 두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겠다고 앞서 밝힌바 있으니 말이다.  
그 고민이 현 스웨덴 국왕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 모양이다. 이번의 파문 뒤에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는 한림원 종신위원의 사직을 허용하기 위한 관련 규정의 개정을 논의 중이라고 한 바 있다. 한림원에 대한 든든한 후원자로서 사회 문제에 있어서 늘 중립을 지켜왔던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가 이번에 발 빠르게 나서서, 현행 한림원 종신위원 법을 조속히 개정해 한림원의 정상적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하니, 불원간 한림원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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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불발-임 영 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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