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촛불

이 정 님

키가 낮아진다.
낮아질수록 간절해지는 소망
뜨겁게 고이는 촛농
가슴 뜨겁게 밝아오는 빛
빛과 그리고 아름다운 세상

모두 행복해지려고
저토록 행복해지려고
마음을 정갈하게 씻어
웃음을 만들고
기름진 은혜로움을 조각하는
표정 표정들

신의 손길을 맞잡기 위해
우린 더 깊어져야 하고
더 겸손해져야 함을 배우려고
낮게 무릎을 꿇는다.

낮추며 더 낮추며 빛을 내는
촛불 앞에.

촛불을 켜고 종교 의식에 참례(參禮)하는 모습은 경건하고 귀하다, 모든 종교 의식에서는 촛불이 켜진다. 12월이면 성탄 대 축일을 앞 둔 대림절 내내 성전에는 촛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설레이며 즐거워한다. 정갈한 마음으로 촛불을 닮아가고 싶어진다.
야자나무에서 추출한 팜유, 벌집에서 나온 밀랍 바이오 캔들이 어둔 실내에 켜진다면 황홀하고 아름다운 축제의 밤이 되지 않을까. 따뜻한 열기와 빨간 불꽃은 밤을 아름답게 장식하게 된다. 초는 스스로를 태우며 그 존재를 낮추게 된다. 태우며 소멸되어 가는 것은 神께 드리는 거룩한 번제가 되지 않을까, 촛불을 태우는 것은 자기를 희생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인지되고 있다.
촛불놀이, 촛불기도, 촛불축제, 촛불시위는 조용한 부르짖음과 함성이며 간절한 퍼포먼스가 된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초의 마지막 그루터기까지 소멸하는 속성이다.
얼마나 더 태워야 거룩한 손길에 닿을수 있을까, 맑고 깨끗한 고요와 어둠의 진정한 깊이까지 알게 되리라고, 시인은 더 낮아지고 겸손해지는 모습을 촛불을 통해 형상화 시키고 있다. 낮게 무릎을 꿇는 법도 배워간다.
낮추며 더 낮추며/ 더 낮추며 빛을 내는 / 촛불 앞에 /  무릎을 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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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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