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한기총, 한기연, 한교총 등이 앞장서 오는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한국교회일천만기도대성회에 대한 교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일제 치하 일본군의 시퍼런 총칼의 위협 속에 신사참배라는 결코 기독교인으로서 행할 수 없는 범죄를 결의한 한국교회의 과거를 대대적으로 회개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는 취지다.

 

한국교회 대표 연합단체들은 물론이고, 이영훈 목사, 소강석 목사, 윤보환 감독 등 교계를 대표하는 유명 목회자들이 순서를 맡으며, 이번 행사에 교계 뿐 아니라 사회적 기대가 모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짙게 내고 있다. 이미 끝난 문제를 또다시 꺼내어 교계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교계 유력 단체는 최근 논평을 통해 신사참배라는 과거에 대해 커다란 범죄이자, 역사의 오점인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후 장로교 제39회 총회에서 신사참배 가결을 취소하고, 이틀에 걸쳐서 이를 회개 했기에 신사참배 문제는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 단체는 속죄원리라는 말을 사용하며, “이미 회개한 사안에 대해 반복적으로 회개하는 것은 하나님의 속죄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사참배가 어디까지나 강제적으로 이뤄진 결의였으며, 이를 거부해 순교한 이들과 구속된 이들이 수천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 역시 이에 동조했다. 박 교수는 최근 열린 미래목회포럼 정책간담회에서 한국 기독교의 신사참배를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것은 옳지만, 마치 기독교만 그랬다거나 전형적인 친일행위로까지 규정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다기독교가 가장 강하게 반대했다는 것도 동시에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이와 함께 한국교회가 과거 문제에 대해 스스로를 너무 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신사참배 결의 덮을 수 없는 분명한 범죄

신사참배를 둘러싼 교계의 논란이 생각보다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역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구나 이번 사안은 같은 보수진영 안에서 벌어지는 논란으로, 교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반적인 이념 논쟁과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신사참배라는 과거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지금도 회개를 하는게 옳은가? 아니면 이들의 주장처럼 이미 회개한 것이기에, 더 이상 회개할 필요는 없는 것인가?

 

먼저 양쪽은 모두 신사참배라는 결의가 잘못된 범죄라는 점에서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을 모시는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십계명의 제1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기독교 입장에서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사안이다.

 

물론, 당시 결의 과정에 엄청난 압력이 있었다. 19379월 장로교총회 회의장을 둘러싸고, 일본 경찰들이 총칼을 들고, 결의가 가결되기까지를 끝까지 지켜봤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위 단체나 박명수 교수의 말대로 신사참배에 거부한 기독교의 역사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간과한 채 신사참배를 가결한 것만 내세우는 것 또한 역사적 균형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우려가 있을 것이다.

 

물론 고신측 등 신사참배에 반대한 분명한 역사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는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이를 솔선이행했다는 것이다. 신사참배 결의라는 결정적 사건은 그 어떤 이유나 변명으로도 덮을 수 없다. 이는 그 사실 그대로 지금까지도 역사에 존재하는 사실이다.

 

또한 지금 벌어지는 회개에 대한 정당성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빛과 소망, 민족의 희망임을 자처한 교회가 일제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점이다. 회의장을 둘러싼 총칼의 위협에 굴복해 해방의 그날만을 꿈꾸며, 모진 일제의 억압을 견뎌냈던 민중들의 희망을 저버렸다. 그것이 신사참배의 본질이다.

 

신사참배 결의를 기억하는 것은 기독교인의 의무

독일은 세계 제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으로서,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의 본국으로서, 과거에 대한 철저한 회개를 하고 있다. 지금도 그들은 나치 문양을 법적으로 금하고 있으며, 지금도 스스로 범죄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회개하고 있다.

 

이에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나치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항구적 책임이라고 말했으며, 가우크 전 대통령은 홀로코스트를 되새기는 것은 독일시민의 도덕적 의무이며, 아우슈비츠는 독일 역사의 일부이고 그것 없이 독일의 정체성은 없는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교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함으로서 가장 크게 상처받은 것은 바로 우리 민족이다. 유일한 희망이자 등불이었던 교회가 일제와 결탁한 사건은 그 어떤 절망보다도 깊은 암흑이었다. 물론 나치의 크나큰 범죄를 신사참배 결의와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심히 위험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독일의 자세는 분명 우리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말에 빗대면 신사참배 결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한국 기독교인의 항구적 책임이자 기독교인의 의무신사참배 결의는 과거에 회개했다며 우리 스스로 종결이라 선언할 수 있는 그러한 단순한 기독교만의 역사가 아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결의를 취소하고 회개했다 말하지만, 결정적으로 국민들은 이를 용서한 적이 없다.

 

배우 전도연씨가 주연을 맡은 영화 밀양을 보면, 주인공 여자가 깊은 고민 끝에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 그를 용서하려고 하지만, 그 살인자는 자신은 이미 하나님께 모든 죄를 용서받았다며, 스스로 떳떳해 하고, 이를 바라보는 주인공은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우리는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취소와 회개라는 과거를 앞세워 현재 스스로를 떳떳해 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히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신사참배 결의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우리가 더욱 주목해 봐야 할 점은 해방 이후 한국교회의 자세다. 일제의 억압을 벗어난 이후 위에서 언급했듯 한국교회는 신사참배 결의를 취소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시 결의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신사참배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목사직을 면직당하고, 감옥에서 고문 끝에 죽은 주기철 목사도 총회는 끝내 복권시키지 않았다

 

또 당시 신사참배를 반대해 감옥에 갇혀 있다가 해방후 출옥한 한상동 목사 등 출옥성도들은 신사참배자들이 최소한의 치리라도 받아야 함을 주장했다. 신사참배라는 엄청난 범죄를 단순히 취소로 끝낼 수는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한 목사 등의 주장에 대해 당사자들은 당신들이 감옥에 감으로 교회를 지켰다고 하지만 우리 역시 교회를 지키기 위해 한 것이다. 우리가 교회를 이어가지 않았으면, 한국교회는 없어졌을 것이다라고 오히려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신사참배 결의는 취소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누구의 책임도 묻지 않았으며, ‘취소라는 한 마디로 없어진 역사가 되어 버렸다.

 

여기에 더 깊게 짚어볼 수 있는 것은 신사참배 결의 당시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순전한 위협에만 굴복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대다수의 목회자들이 신사참배 결의에 반대하고, 순교하기도 했지만, 일부 친일 목회자들도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의 지원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한 반면, 신사참배에 반대한 목회자들은 어려움을 면치 못했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구도는 해방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특히 일부 친일 목회자들은 일제 시대부터 막대한 재산과 부를 축적한 반면, 신사참배를 거부한 목회자들의 빈곤은 나아지지 않았다.

 

회개는 계속되어야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회개가 옳으냐? 그르냐?의 논쟁은 어쩌면 우리가 현 시점에서 되짚어야 할 신사참배 결의의 본질에서 한참 동떨어진 주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개의 진정성이다. 우리가 진정성을 갖고 과연 회개를 했는가의 문제다. 하지만 신사참배 결의를 취소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는 쉬이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자신이 결의한 것을 스스로 취소하고 회개하며, 다시 당당해지는 이러한 과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국교회는 분명 독립운동과 해방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 증언한다. 하지만 신사참배 결의 역시 거울의 뒷면과도 같은 양면하는 역사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이를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굳이 어느 한 면으로 반대편을 뒤덮을 필요도 없고, 감추려 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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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참배'의 치욕을 기억하는 것은 기독교인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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