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양심적 병역거부’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 성 구 목사
2018/11/09 14:1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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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동안 자신들이 유죄로 판단해 왔던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9:4로 무죄를 선고하는 파격성을 보였다. 이 결정을 두고 지금 국민들은 거센 논란을 벌이고 있다. 찬반양론이 여전히 격렬하게 맞서지만 이미 방향은 결정되었다. 이런 결정은 지난 6.28일 헌법재판소에서 병역 제5조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판결을 내릴 때 예견된 것이었다. 병역법 제5조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 준비역·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하여 대체복무제를 포함시키지 않았으므로 헌법정신에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정부가 2019년 말까지 대체 복무할 수 있는 법을 만들도록 주문하였다. 우리 사회 진보적 그룹에서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 오랫동안 요구해온 일이 마침내 현실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과 달리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락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거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엄격히 말해 아직 전시상황인데, 어떻게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그리고 엄연히 헌법이 규장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를 거부할 수 있는가? 국민의 의무는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소위 자신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책무를 면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양심적’이라는 용어에도 반감을 보인다. 그 양심에 대한 판단은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행할 수 있는가고 묻는다. ‘군대 갔다 온 나는 양심 불량이냐?’라고 빈정거리는 소리까지 들린다.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대법원의 재판결과에 따라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방법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군복무만큼 어려워야 하고 군복무 기간보다는 길어야 특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맞서 ‘징벌적’ 대체복무는 안 된다는 사람들이 벌써부터 길거리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첨예하게 의견들이 부딪히고 상황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대체적으로 지금까지 교회는 대체복무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교회가 이단으로 취급하는 ‘여호와의 증인’ 그룹에 속하고 있기 때문에 이단에게 군입대를 면제해 주는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2001년 12월 불교신자로서 평화주의자를 자처하는 오태양씨가 병역거부를 선언하면서부터 비종교적인 이유의 양심적 병역거부가 이어졌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이런 종류의 병역거부자가 65명이 발생하였다는 통계가 있다. 여기에 동성애금지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임태훈씨가 군인권센터를 세워 줄기차게 군대내의 동성해 허용을 주창하는 사태까지 생겨나고 있다. 더 이상 ‘여호와의 증인’과 이단에게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는 현실은 우리에게 보다 더 합리적인 사고를 요청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몇 가지 질문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병역의무에 대한 성경적 기준이 있는가? 둘째, 병역이행여부가 양심의 문제인가? 셋째, 병역의무 대신 대체복무를 하는 것이 특혜인가?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은 늘 전쟁에 직면했다. 그 때 모세와 아론은 징병관 역할을 하였다. 민수기1:3절은 이렇게 말한다. “이스라엘 중 이십 세 이상으로 싸움에 나갈 만한(able to serve in the army) 모든 자를 너와 아론은 그 진영별로 계수하되...” 모세와 아론은 전쟁에 나가서 싸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징집하였다. 관련 구절들을 살펴보면 싸울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 전쟁을 치렀음을 알 수 있다. 전쟁은 하나님의 백성이 피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그 일을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았다. 징집에는 당사자의 상황에 따라 항상 예외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신약은 국가권력에 복종하라고 말한다(롬13:1). 그러니까 병역의무이행의  문제는 성경적 원리의 문제가 아니라 각 국가의 법에 따라 시행하면 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나라 군입대제도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뀌어지면 이런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일이다.
병역을 거부하는 자들은 총을 드는 것은 사람을 죽이려는 것이고 그것은 성경의 가르침에 맞지 않다고 말한다. 성경은 예수님을 평화의 왕으로 말하고 있는데 서로 죽이는 훈련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군인은 절대적으로 방어적 역할을 위해 훈련을 하지만 사격훈련은 만약의 경우 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하여 적을 죽이기 위한 훈련임에는 틀림없다.
병역 거부자들이 전쟁을 영원히 멈추게 할 기적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면, 자신과 가정과 국가를 지키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대한민국 국군과 함께 하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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