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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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의 과학문명과 20세기의 공산주의는 둘 다 똑같이 종교는 곧 사라질 봉건시대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그리하여 종교는 미신과 인민의 아편으로 몰려 척결의 대상이 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은 교회를 “낡은 사회에서 반동 통치계급의 정치적 비호 아래 근로자들의 계급의식을 마비시키고, 제국주의 침략자들의 반동적 사상, 문화적 침투의 중요한 수단”으로 규정했다. 심지어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종교는 일종의 미신이다. 예수를 믿든 부처를 믿든 그것은 근본적으로 미신을 믿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종교인들을 데리고 공산주의 사회로 갈 수 없다”며 종교 말살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과학문명이 꽃을 피우고 공산주의가 인간의 정신을 할퀴고 있던 20세기에 세계 종교인구는 그 이전 세기의 배로 증가했다.  
◇현대인은 전통클래식 종교뿐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신종교(新宗敎)에까지 깊은 관심을 갖는다. 현대인의 삶의 모든 것이 종교적 관심으로 기울러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엔 무엇이 종교이고, 무엇이 종교 아닌지를 구분하기조차 모호해져 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인간의 정신 세계 혹은 영성 세계가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이 과학지식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종교를 광신화 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사실 현대사회가 과학으로 종교의 세계를 증명할려는 시도 자체가 전혀 틀린 발상이다. 세상에는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는 세계가 얼마든지 있다. 돈이나 명예가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삶을 즐길 만한 충분한 돈과 명예를 가지고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과학이나 지식이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인류사는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에 인류의 정신에 자양분이 될 위대한 전통이 탄생했다. 이를 '축의 시대'(Axial Age)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 시기가 인류의 정신적 발전에서 중심 축(軸)을 이루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기독교는 여기에서 나온다),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가 그것이다. 이는 모두 어떤 모양으로든 종교의 산물이다. 인류는 이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선 적이 없다. 이 시기에 축적된 지적, 심리적, 찰학적, 종교적 자양이 인류의 정신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대한 인류의 정신사를 봉건시대의 낡은 산물로 여기고 부정해버리는 과학 만능주의나 공산 유물주의는 오히려 허황하기 짝이 없는 정신 세계에 빠져 있는 것이다.
◇자연과학을 비롯한 현대문화는 오랜 인류의 정신적 노력의 산물이다. 이것은 종교와 분리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종교를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건강한 현대인이라면 수천년 동안의 축적되어온 종교의 가르침에서 지혜를 얻되, 현대사회의 갈등과 혼돈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종교를 봉건시대의 산물로 여기고 쉽게 거부하거나, 종교의 순기능을 받아들여 현대문화와 부단히 조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병든 현대인이고, 후자는 건강한 현대인이다. 똑같은 논리에서 종교인도 마찬가지이다. 현대사회와 문화를 거부하고 종교적 신앙에만 매몰된 사람과 그것과의 신앙의 조화를 부단히 추구하는 사람의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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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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