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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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탕달의 명작 <파르마의 수도원>은 이렇게 시작한다. “1796년 5월 15일, 보나파르트 장군은 젊고 활기 있는 군대 선두에 서서 밀라노에 입성했다. 그 군대는 방금 로디교(橋)를 건너 들어오면서, 시저와 알렉산더 이래 수 세기가 지나서야 그 후계자가 등장했음을 세상에 알렸다. 수개월동안 이탈리아가 지켜본 용기와 천재성의 기적은 잠자고 있던 민중을 일깨웠다. 프랑스군이 도착하기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밀라노 사람들은 프랑스군이 오스트리아 황제의 군대 앞에서 늘 도망만 다니는 강도 집단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한편 혁명의 주체임을 자처하는 나폴레옹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오랜 세월 이탈리아에서는 공화정치가 존재하지 못했다. 자유의 성화는 꺼지고, 유럽에서 가장 좋은 이 땅은 외국의 멍에에 메어있었다. …오늘날 이탈리아는 결코 퇴화한 것이 아니라, 자유를 획득하기에 어울리는 존재임을 온 세계에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6월 29일)
나폴레옹은 자신이 그 혁명의 중심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훗날이긴 하지만(1839년) 스탕달은 나폴레옹이야말로 전제지배로 부터의 해방자라 떠받든 것이다.   
그러나 자유를 선전하는 나폴레옹의 손이 거머쥔 것은 프랑스 국고를 채우기 위한 배상금과 부과금이었다. 나폴레옹의 말에 따르면 이탈리아가 총재정부에게 보낸 돈은 무려 5천만 프랑이었단다.
그런데도 스탕달은 쓴다. “바로 그날(나폴레옹이 밀라노에 들어온 지 사흘째 되는 1796년 5월 18일), 6백만 프랑이라는 전쟁배상금 게시문이 게시되었다.  프랑스군의 궁색함을 메우기 위해 부과된 것으로서, 여섯 번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스무 곳을 정복한 이 군대에 신발, 바지, 웃옷, 모자 따위가 부족했던 것이다. 프랑스군은 그렇게도 가난했지만 이들과 함께 롬바르디아에 밀려들어온 행복과 환희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래서 6백만 프랑의 배상금이나 그에 뒤이은 갖가지 요구를 짐스럽게 느끼는 사람은 성직자들과 몇몇 귀족들뿐이었다.”
그러나 소설가 스탕달과는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적잖은 역사가들은 프랑스군에 대한 이탈리아 민중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고 증언한다. 끊이지 않는 민중반란은 배상금과 부과금 말고도 프랑스군에 의한 징발 때문이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배상금이나 부과금에 더해서 이탈리아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그림과 조각과 같은 미술품도 수탈해서 파리로 보냈다. 그림만도 227점에 달했고 고대 로마시대의 대리석 조각 80점 이상을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의 수탈행위에 “자유”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천재의 작품은 자유의 공동유산...이 걸작들은 너무나 오랜 세월 예속된 눈초리로 오염되어왔다. 이름 있는 이의 작품이 머물러야 할 곳은 자유로운 여러 국민의 가슴이어야 한다. 노예의 눈물은 그들의 영광에 어울리지 않는다.” 1794년 9월 20일, 벨기에에서 수탈한 루벤스의 그림을 파리로 보낸 한 군인화가가 작성한 보고서의 일부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부와 명성이 모두 미술에서 얻어진다. 그러나 자유의 왕국을 확고하고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서는 미술의 왕국 프랑스로 옮길 때가 왔다. ‘국가미술관’은 모든 예술의 가장 유명한 기념물을 수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국가미술관’이란 곧 ‘루브르궁전’이었다.  
나폴레옹 자신은 미술에 대한 조예가 없어, 그 일은 전적으로 전문가들에게 맡겨졌다. 나폴레옹은 아내로 맞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조세핀을 진중으로 맞아들인다. 1796년의 일이다. 화려한 파리를 버리고 전쟁터에 오기 싫어하는 조세핀을 간신히 설득한 것이다.
사교계에서 자란 조세핀은 나폴레옹을 정계의 거물로 만들고 싶어진다. 궁리 끝에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만들 그림을 계획한다. 그 결과가 유명한 앙투안 장 그로의 작품 <아르콜레 다리의 보나파르트 장군>이다. 오늘날 베르사이유에서 보게 되는 그 그림말이다.
한편 나폴레옹은 3종의 신문과 잡지를 파리와 밀라노에서 발행하게 한다. 패전은 숨기고 <아르콜레 다리의 보나파르트 장군>처럼, 날조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나 적어도 과장된 전승을 선전하는 방법을 동원해가면서.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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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과 스탕달 그리고 조세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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