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누구보다도 이슬람, 동성애, 종교인과세, 난민의 부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앞장서서 일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한국전 참전용사를 13년째 초청해 온 목사입니다. 그러니까 꼭 진영을 구별한다면 저는 우파라인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정파적 우파가 아니라 성경의 진리와 기독교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순수한 종교적 신념에 선 우파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요즘은 저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국민을 두 진영으로 분열시키면서까지 조국 장관만을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세워야 했을까요? 게다가 지금의 정부는 사회주의를 표방한다는데 -물론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그것도 네오 막시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베네수엘라처럼 우리나라도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난번 광화문 집회에 가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선약된 집회가 있었고요. 그런데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은 저의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어댄다든지, 한미동맹 약화, 사회주의로 가는 것은 저도 결사반대할 것입니다. 사실 그 집회를 주도한 분들이 저와 개인적으로는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지나치게 정파적이고 극단적인 주장과 더불어 막말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솔직히 단순한 진영논리로만 보면 저는 그곳에 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복잡하고 미묘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우리 사회는 우파 진영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중도에 속한 사람도 있고, 진보 진영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도 우리의 선교 대상입니다. 그러니까 자칫하면 프레임에 말려들게 되고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소비될 것 같은 염려도 들어왔습니다.
더구나 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부총회장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져서 더 신중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진영논리가 아니라 종교적인 가치와 신념, 명분이 더 크다면 과거보다 더 앞장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저에게는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또한 종교인 과세문제로 한국교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온갖 오해를 받으며 이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던 김진표 의원님을 비롯하여 여러 크리스천 국회의원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분명히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은 기독교에 있습니다. 유물론적 사회주의를 막고 동성애 운동을 막는 힘도 한국교회에 있습니다. 그러나 정파적 이념 논리가 아닌 한국교회만의 순수한 목소리를 내야 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시대를 아파하며 통곡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화합과 희망의 메아리를 외치는 집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