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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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의 계절이면 자주 듣게 되는 ‘헥토파스칼(hPa)’이라는 기압 단위가 블레즈 파스칼의 이름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그 파스칼이 대중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마차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착안해서 파리와 런던에서 창업했었다니.... 그는 철학자요 사상가요 수학자요 신학자가 아니던가.    
그 파스칼이 그의 <팡세>에서 말한다. “사람들로 부터 ‘수학자’라거나 ‘설교 꾼’이라거나 ‘웅변가’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그는 오넷트 옴’이다. ‘라고 불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고.
프랑스어 사전에 ‘오네트 옴(honnete homme’을 입력하면 “(17세기 사교계에서 교양이 있는) 신사”라는 풀이를 만난다. ‘17세기 사교계에서 교양 있는’에 쳐진 괄호는 아마도 ‘17세기 이후라고 해서 그런 뜻으로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하는 자상함일 터.     
<팡세>를 해설한 책에서 보다 자상한 풀이를 인용해본다. “‘오네트 옴’이란 17세기 프랑스에서 이상적인 신사로 여기던 인간상을 말한다. 교양에 더해 심미안을 갖추고 있으면서, 예의바르고도 기지가 깃들여진 대화로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신사. 그러면서도 떠벌리거나 나서지 않고 질서를 지켜 매사에 중용을 벗어나지 않는 교양인을 말한다. 그러니까 르네상스 스타일의 초인적 영웅 상을 벗어나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을 일컫는 특별한 명사이다.”
파스칼은 말했다. “모든 것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알아서, 만능이 될 수는 없는 노릇. 그런고로 모든 것에 대해서 조금씩만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어떤 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기 보다는 모든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 이런 쪽의 보편성이 더 아름답다. 두 쪽을 아울러 가질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면 이 쪽을 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실행하고 있다. 왜냐하면 세상은 더러 좋은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
1651년, 부친이 돌아가시자 파스칼의 누이동생이 오라비의 만류를 뿌리치고 폴 로와이얄 수도원에 들어간다. 이후 몇 해 동안 파스칼은 얼른 보기로는 신앙과는 멀어진 듯싶은 세월을 보낸다. 그럴 즈음 파리 사교계 인사들과 사귀는 가운데 한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슈발리에 드 메레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는 훗날 신사다움(honnete)에 대한 이론가로서 알려진 사람이다. 그에 따르면 ‘오네트’란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솜씨였다. 파스칼은 친구 메레로 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나 1654년, 다시 신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한 때 멀리 하고 있었던  폴 로와이얄 수도원 쪽으로 다가서게 된다.    
파스칼은 말한다. “허영심은 인간의 마음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병사도 요리인도 심부름꾼도 자만하며 자신을 칭찬해주는 사람을 바란다. 철학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허영심을 비판하는 사람조차도 잘 썼다는 칭찬을 원한다. 그 글을 읽은 독자도 잘 읽은 데 대한 칭찬을 요구한다. 이것을 쓰고 있는 나도 영락없이 그런 욕망을 가지고 있고 나의 글을 읽는 이들 또한...”
‘오네트 옴’조차 허영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일까. 파스칼의 사후, 병상에서 입고 있던 내복 깃에 짧은 문서가 꿰매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가 체험한 신앙적 회심에 대한 진술이었다고 한다. 파스칼은 고백한다. “인간은 동등하게 사랑해야한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교뿐이다. ‘오네트’에서는 인간이 동등하게 사랑할 수도 행복해질 수도 없다.”
다른 곳을 인용해본다. “미덕을 양쪽 끝까지 추구하려 들면, 악덕이 나타난다. 그것은 아주 작은 무한 쪽으로 부터는 감지할 수 없는 길을 통해서 몰래 스며들고, 아주 큰 무한 쪽으로 부터는 떼를 지어서 나타난다. 그 결과 인간은 덕 속에서 미아가 된다. 더이상 미덕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인간은 완전한 악조차도 피하게 된다.”
“우리가 미덕 안에서 몸을 지탱하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힘 때문이 아니라, 두 개의 상반된 악덕의 균형에 의한 것이다. 그것은 반대 방향에서 불어오고 있는 바람 사이에서 서 있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어느 한 쪽의 악덕을 치워버린다면, 당장에 또 하나의 악덕 속에 빠져버리게 될 것이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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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오네트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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