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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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세가 그의 팔을 들면 이스라엘이 더욱 우세하고, 그가 팔을 내리면 아말렉이 더욱 우세하였다. 모세가 피곤하여 팔을 들고 있을 수 없게 되니, 아론과 훌이 돌을 가져 와서 모세를 앉게 하고, 그들이 각각 그 양쪽에 서서 그의 팔을 붙들어 올렸다. 해가 질 때까지 그가 팔을 내리지 않았다”(출 17: 11-12).
독자에 따라서는 고개를 갸웃하거나 혀를 찰 수도 있는 장면이 아닐까. 나는 그랬다. 작심하고 신구약을 통독해보려 안간힘을 쓰던 대학생의 눈에는 유치하기만한 드라마였다.  
그 바로 앞 장면 9-10절에서 여호수아에게 전투 지휘를 부탁한 것은 모세 자신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하는 것은 여호수아와 장정들이 아닌가하고 의분도 느껴보았다.   
앞서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장정들을 뽑아서 아말렉과 싸우러 나가거라. 내일 내가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들고, 산꼭대기에 서있겠다.”(출 17:9-10)했다는 대목이 영 마땅하지 않았다. 싸움터에 나가는 지휘관에게 일러주는 작전지시라니. 차라리 수작이라 할 것을. “내일 이런저런 ‘쇼’를 연출하겠으니 알아서 처신하라”는 협박으로도 볼 수 있지 않는가.     
그러나 “이렇게 해서, 여호수아는 아말렉과 그 백성을 칼로 무찔렀다.”(출 17:13)를 읽게 되면서 이 전투의 주인공이 여호수아라는 것을 밝히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나마 다행이라 읽었던 기억이 있다.   
모세는 만나를 내리게 하고 불기둥을 세웠다. 자연법칙을 넘어서는 카리스마적 지도자였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져있는 ‘이스라엘 땅’은 엄연한 물리적인 장소인 것을. 토라의 정신을 물리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구의 몫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지도자였다.
시각이 달라진 것은 목회를 하면서였다. 모세와 여호수아의 공동작업 공간에서 나름대로 공감의 장을 발견 했다고나 할까. 모세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도자였다. 그래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여호수아를 선택한 것이었다.
앞서 살핀 대로 아말렉과의 싸움에서 모세는 언덕 위에 서지만, 여호수아는 싸움터에 있었다. 토라가 계시될 때 모세는 하나님이 계시는 안개와 구름 속으로 나아갔지만, 여호수아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여호수아의 위치가 그냥 단순하고 분명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론과 홀이 백성과 함께 있을 때에 여호수아는 홀로 산속에 있었다. 여호수아는 백성에 속해 있지 않고 그들보다는 훨씬 높은 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백성과의 거리를 모세만큼은 떼어 두려하지는 않았다. 그는 모세와 백성의 사이 그 어딘가에서 제 자리를 지키려 했다. 그는 언약 판을 들고 산꼭대기에서 내려온 모세를 본 사람이었고, 모세 말고는 유일하게 깨어지기 않은 언약 판을 볼 수 있었던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여호수아서>를 <토라>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모세가 이집트로부터 이스라엘의 탈출을 이끌어낸 인물이었다면 이 일을 완성한 것은 여호수아였다고 보기 때문일까. 여호수아의 지도력은 모세와 직결되고 있다. 여호수아는 예언자들의 메시지를 따르는 지도자가 아니었다. 사무엘처럼, 혹은 다윗처럼 자신의 신념에 충실한 지도자도 아니었다. 언제나 모세가 그와 함께 하고 있었다.  
“한 소년이 모세에게 달려와서, 엘닷과 메닷이 진에서 예언하였다고 알렸다. 그러자 젊었을 때부터 모세를 곁에서 모셔온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나서서, 모세에게 말하였다. “어른께서는 이 일을 말리셔야 합니다.”
그러나 모세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나를 두고 질투하느냐? 나는 오히려 주께서 주의 백성 모두에게 그의 영을 주셔서, 그들 모두가 예언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민 11: 27-29) “주께서 주의 백성 모두에게 그의 영을 주셔서 그들 모두가 예언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언질은 얼핏 농담 같이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승 모세의 수수께끼 같았던 언질은 결국 여호수아가 완성한 국가의 기틀이 되었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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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와 여호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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