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푸른 잎을 보여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 거리에 나부끼는 우리들의 모습이 추하게 보이지는 않는 건가요
. 그러나 우리는 병든 잎사귀가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 우리가 떨어져 거리에 나부끼고 있는 이유는 여름과 같은 작렬한 햇살의 체온을 유지하지 못한 결과이지요
. 햇살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 가을날에도 눈부신 햇살이 비추지만 지구의 공전과 자전으로 태양과의 거리가 멀어져 땅에 떨어지고 말았지요
. 아직도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푸른 잎사귀들이 있습니다
. 그러나 저들도 언젠가는 못내 아쉬워하고 서러워하면서 우리와 같이 될 것입니다
. 우리는 그들보다 더 열정을 태우다가 일찌감치 장엄하게 떨어졌을 뿐이죠
. 혹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드시나요
? 여러분의 인생도 낙엽이 될것이라고
, 우울한 마음이 들지는 않나요
?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제일 싫어합니다
. 가을을 맞는다고 어찌 여러분의 마음이 흩날리는 낙엽 같아서야 되겠습니까
?
폴 베를렌은 ‘가을의 노래’라는 시를 썼다지요.
“가을 날 바이올린의 / 긴 흐느낌 / 끊이지 않는 우수로 / 내 마음 괴롭히네 / 종소리 울릴 때 / 창백하고 곧 숨막혀 / 옛날들 기억나 / 눈물 흘리네 / 그리고 / 휩쓸어 가는 모진 바람에/ 이끌려 가네/ 여기저기로 / 낙엽처럼”
왜 우리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쓸쓸함과 비애를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 우리들을 밟고 지나갈 때 얼마나 낭만적인 마음이 드시던가요
? 산길을 걸으면 바삭바삭하는 소리
, 사뿐사뿐 뛰어 다니는 다람쥐와 고라니의 발자국 소리까지 내어주는 이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 가을 낙엽을 보면 나뭇잎의 눈물이 느껴진다고요
? 그렇게 생각하며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생각하노라면 오히려 가을낙엽은 눈물을 흘리는 것이죠
. 또 하나의 눈물이 있다면 우리가 가을바람에 나뒹굴다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와 겨울에 내리는 눈을 맞고 흙 속에 묻힌다는 걸 생각할 때입니다
. 우리는 내년 봄에 피어날 우리의 다음세대를 위하여 아낌없이 자양분이 된 후에 따사로운 어느 봄날 여린 연둣빛 사랑으로 다시 올 테니까요
. 그것을 생각할 때 눈물이 납니다
. 그러니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더 이상 비애와 쓸쓸함
, 서러움의 눈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내년 봄에 다시 연두빛으로 태어날 소망의 눈물입니다
.
꼭 하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인생이란 결코 가을낙엽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물론 인간의 삶도 육신으로만 보면 우리와 다를 바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 푸르던 나뭇잎이 어느새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지듯 인간의 육신도 후패하는 잠깐의 삶에 불과한 것이죠.(고후4:16) 아니, 겉사람이야말로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리는 장막집과도 같지요.(고후5:1) 그러나 인생은 겉사람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속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와도 또 그 계절이 수십 번, 아니 백 번 이상을 반복한다 하더라도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고후4:16) 더구나 예수님을 믿는 삶은 죽어도 다시 산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것을 성령께서 보증해 주셨고(고후5:5) 그걸 믿는 것이 믿음이지요. 그 믿음의 눈으로 우리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세요. 땅에 떨어진 모든 낙엽들이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보내신 가을엽서로 느껴지게 될 것입니다.
부디, 우리를 바라보며 쓸쓸하고 우울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를 여러분에게 보내신 하나님의 초대장으로 여기시며 부디 예수님을 믿고 교회 나가세요. 그리고 하나님과 더 가까워져 보세요. 그냥 낙엽 밟는 낭만에만 빠지지 마시고 가을에 받은 사명의 길을 걸어가시면 더 좋겠습니다.
“주여,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더 많은 영혼을 추수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십자가를 지고 낙엽이 쌓인 길을 걷게 하소서.”
가을낙엽의 눈물
, 곧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이런 의미일 것입니다
. 부디 올해는 낙엽을 밟을 때마다 우리 안에 새겨진 사랑과 눈물
, 그리고 아직 잎새에 남겨져 있는 생명의 신비를 느끼시길 바랍니다
. 그러면서 오히려 하나님께 환희의 찬가를 부르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