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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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서 내린 예수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어머니 마리아를 주제로 하는 그림이나 조각을 <피에타(Pieta)> 라고 한다. 이탈리아어 “피에타”는 “연민” 또는 “슬픔”이라 번역할 수 있지만 “신앙”이라는 뜻도 함축하고 있기에 굳이  번역하지 않고 “피에타”라 부르고 있다고 들었다.
숱하게 많은 피에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을 들자면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입구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일 터. 높이 175cm의 흰 대리석 <피에타>는 보는 이의 눈과 가슴을 사로잡는다.  
막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어머니 마리아. 조용한  기품은 고혹적이기도 하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 어떤 엉뚱한 녀석이 작품 위로 올라가 마리아의 손가락을 잘랐다는 이야기가 그럴듯해 지는 것을. 정말 아름답다.
<황금전설>에 따르면 예수는 서른셋, 어머니 마리아는 마흔 여덟이었다는데, 작품의 여인이 너무 젊으니, 막달라 마리아일 것이라는 속설이 제법 그럴듯해보이기조차 한다. 적잖은 <피에타>의 성모들은 차라리  할머니라 불러야 어울릴 것 같으니 말이다. 또 오른 쪽 치맛자락 밑으로 내밀고 있는 발가락이 막달라 마리아의 전용 상징이라며 막달라 마리아 설을 우기는 호사가들도 있다는데...  
미켈란젤로 생전에도 이미 그러한 낭설들이 떠돌고 있었을까. 작가는 제자 아스카디오 콘디비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단다. “순결한 여인이 그렇지 않은 여인보다 더욱 젊음을 잘 유지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티끌만큼도 추잡한 욕망의 때가 묻지 않은 육체를 지닌 동정녀라면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아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지. 아들은 인간의 몸을 지녔기에 늙은 것이지...그러니 내가 가장 신성한 동정녀 성모 마리아, 즉 하나님의 어머니를,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게 표현하고, 아들 그리스도는 나이에 어울리게 표현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지 않는가.”
관심을 갖게 하는 또 하나의 <피에타>가 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앙게랑 칼톤의 <아비뇽의 피에타>(218*162cm, 1415-1466년). 목판에 유채로 그려진 이 그림의 작가가 다른 사람이라는 설도 있다. 다만 <아비뇽의 피에타>로 일컬어지고 있는 것은 작품이 당시는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이었던 아비뇽에 있었기 때문이다.  
감상자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는 예수의 시신이 너무나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리라. 그래서인지 많은 비평가들이 남다른 구도와 깊은 종교성을 바탕으로 하는 높은 완성도에 주목해서 보아달라고 사정하고 있을 지경이다.  
굳어진 시신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의욕 때문일까. 부자연스럽게 뒤틀린, 마치 마른 나뭇가지 같은 예수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각도로는 예수의 오른 팔과 두 다리가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처절하고 강력한 인상은 유사한 다른 작품들에서는 볼 수가 없다. 또 중세적인 황금빛이 예수의 머리를 방사선으로 받치고 있다. 날카로운  금속성의 감촉이 굳을 대로 굳어진 시신의 모습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있는 듯도 싶다.   
어머니 마리아의 표정은 사도 요한과 막달라의 마리아 보다 더 처절하다. 예수의 시신보다도 더 창백한 안색을 띠고 있으니. 모자람이 없는 “피에타”의 중심인물답다고나 할까. 전통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마리아의 푸른 옷은 거의 검은 색에 가깝고 속옷의 붉은 천은 흰머리수건으로 거의 가려져 있다.
곧잘 예수의 발아래에서 울고 있는 여인으로 그려지는 막달라의 마리아. 옷깃으로 눈가를 훔치며 왼손에 든 향유 병으로 예수를 받들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의 상징인 그 향유 병 말이다. 블론드 빛 긴 머리채와 못다 타버린 불꽃인양 빛나는 사랑의 옷깃은 음영을 띄면서도 속에 입고 있는 상복과 뚜렷하게 대조를 이룬다.  
그림 왼편 예수의 머리맡에서 약간 상체를 숙이고 있는 사랑하는 제자 요한. 왼손으로는 예수의 머리를 받치고 오른 손으로는 예수의 후광을 쓰다듬고 있는 품이 마치 하프를 연주하는 것 같다. 귀로 들을 수는 없지만 슬프디 슬픈 그러나 단정한 엘레지가 화면을 감싼다. 세 사람 모두 금빛 바탕에 라틴어 이름이 새겨진 후광을 받치고 있다. 왼쪽 아래쪽에 이 그림을 바친 이의 모습도 그려져 있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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