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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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단코 그대들에게 미움이라는 선물을 안겨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폭력에 대해서 분노로 응답하게 되면 그대들과 똑같은 무지에 굴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안뜨완느 레이리스-

 

20151113일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는 130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나서, 파리에 살고 있는 안뜨완느 레이리스가 페이스 북에 당신들은 나에게 미움을 품게 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다.

 

금요일 밤, 그대들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녀는 나의 생애를 걸고 사랑하는 나의 아내이고, 내 아들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러나 그대들은 나에게 증오를 품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그대들이 누군지 알지 못합니다. 또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대들은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그대들은 신의 이름으로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였습니다. 만약 신이 자신의 모습을 따라 인간을 지었다고 한다면, 아내의 몸에 쏘아붙인 총탄 하나하나는 그 신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흠집이 되어 있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결단코 그대들이 원하는 대로 증오라는 선물을 안겨드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대들이 바라는 대로 증오에 대해서 분노로 응답한다면, 지금의 그대들과 같이 무지의 희생자가 될 뿐입니다. 그대들은 내가 두려움에 떨며 이웃을 의심의 눈으로 대하며, 안전을 위해서 자유를 희생하기를 바라고 있겠지요.

 

그러나 그대들은 졌습니다. 나는 변하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에 나는 아내를 만났습니다. 여러 날 기다리던 끝에.

금요일 밤에 외출했을 때와 다름없이, 그리고 12년 이상 내가 사랑에 빠져있었던 때와 똑 같이 아름다웠다오.

물론 나는 그 아픔으로 인하여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대들은 어느 정도 승리를 얻어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픔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아내는 앞으로도 우리와 같이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다시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낙원에서 만날 것입니다. 그 곳은 그대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곳입니다.

나와 아들은 두 사람일 뿐이지만, 세계 어떤 군대보다 강하답니다. 더 이상 그대들을 위해 사용할 시간은 없습니다. 막 낮잠을 깬 멜빌(아들)에게 가야하겠기에.

태어난 지 17개월이 되는 그는 늘 그랬듯이 간식을 먹고 나와 놀아줄 것입니다. 그리고 행복하고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로써 그대들에게 승리할 것이고 그대들을 부끄럽게 할 것입니다.

 

그대들은 그의 미움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기에. “

 

레이리스는 길지 않는 자신의 글이 세계에 얼마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될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속해있는 나라 프랑스의 대통령 올란드는 테러 주모자들에게 용서 없는 보복을 선언했고, 정부는 비상사태로 들어갔다. 이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 세계는 여전히 테러와 폭력 앞에서 떨고 있다는 사실도.

BBC 취재진에게 레이리스는 말했다.

내가 그 편지를 쓴 것은 자기방어이기도 했습니다. 그 누구도 견딜 수 없는 공포를 체험하고 암흑 속에 갇히게 되면서, 자신 속에서 과 같은 무엇을 찾아내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미움과 결별하고 미래를 향하기를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테러리스트에게 편지를 쓴 그날, 레이리스는 병원 시신안치소에서 아내를 만났다. 차디 찬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 수만 있다면 일생을 여기에서 보내고 싶소.”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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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칼럼] “나에게 미움을 품게 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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