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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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다. 날씨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성서 점이라도 쳐보기로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자주 시도했었다는 수순을 따랐더니, <사사기> 6장이 떨어진다. 기왕이면 하고 난청치료를 겸해 소리 내어 읽는다. 약간은 후련해지는 것 같다. 내친 김에 7장까지 내리 읽는다.

참고 서적을 뒤졌더니 러시아정교회에서는 926(현대력=109)<기드온의 날>로 기린단다. 기드온을 성자로 받들고 있다는 뜻일 터. 그런데 러시아 정교회가 제공하는 자료들에서는 번듯하고 힘찬 기드온의 이콘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사연이 있을 터이다.

 

미디안 사람의 세력이 이스라엘을 억누르니, 이스라엘 자손은 미디안 사람들 때문에 산에 있는 동굴과 요새에 도피처를 마련하였다.”

이스라엘 자손이 씨앗을 심어 놓으면, 미디안 사람과 아말렉 사람과 동방 사람들이 쳐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마주보고 진을 쳐놓고는, 가사에 이르기까지, 온 땅의 소산물을 망쳐 놓았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먹을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으며, 양이나 소나 나귀까지도 남기지 않았다.”

 

너무나 초라한 이스라엘의 모습이 아닌가. 초라하긴 하나님이 지도자로 선택한 기드온도 못지않아 보인다.

 

기드온이 포도주 틀에서 몰래 밀 이삭을 타작하고 있었다.” 에서 포도주 틀이란 바위를 뚫어 만든 구멍이라지 않는가. 그 속에서라면 적의 눈데 뜨이지 않게 몸을 감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나이가 몰래 숨어서 밀을 타작할 수 있는 공간은 못 되었던 것 같다. 기드온은 남달리 겁이 많은 사람이었음을 은근히 일러주자는 속셈일까.

 

그러나 하나님은 이 사나이를 미디안 사람들과의 싸움을 이끌 지도자로 내세운다. 당시 이스라엘을 포위하고 있는 것은 미디안 사람만이 아니었다. 아말렉 족속과 동방의 여러 민족들의 연합군 135. 그들이 이스라엘을 공략하고자 집결하고 있었는데도.

 

이스라엘이 미디안 때문에 전혀 기를 펴지 못하게 되자, 마침내 이스라엘 자손이 주께 울부짖었다.” 사태가 달라지는 것은 이제부터.”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나타나서 힘 센 장사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하신다.

 

바위구멍에 숨어있는 기드온을 일컬어 힘 센 장사라 부른다. 기드온이 의용군을 모집하지만, 모인 사람은 겨우 32. 누구의 눈에도 이스라엘은 열세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님은 기드온에게 말씀하신다.

 

네가 거느린 군대의 수가 너무 많다. 이대로는 내가 미디안 사람들을 네가 거느린 군대의 손에 넘겨주지 않겠다. 이스라엘 백성이 나를 제쳐 놓고서, 제가 힘이 세어서 이긴 줄 알고 스스로 자랑할까 염려된다.

 

그러니 너는 이제라도 그들에게 말하여, 두려워서 떨리는 사람은 누구든지, 길르앗 산을 떠나서 돌아가게 하여라." 기드온이 두려워서 떠는 자를 돌아가게 하니, 그들 가운데서 이만 이천 명이 돌아가고 만 명이 남는다.

 

주께서 또 기드온에게 말씀하셨다. "군인이 아직도 많다. 그들을 물가로 데리고 내려가거라. 내가 너를 도와 거기에서 그들을 시험하여 보겠다. 내가 너에게 '이 사람이 너와 함께 나갈 사람'이라 일러주면, 너는 그 사람을 데리고 가거라. 내가 또 너에게 '이 사람은 너와 함께 나가지 못할 사람'이라 일러주면, 너는 그 사람은 데리고 가지 말아라."

 

하나님이 병사들의 능력을 판별하는 기준은 활솜씨나 칼솜씨가 아니라 물을 마시는 자세였다. “기드온이 군대를 물가로 데리고 내려가니, 주께서 기드온에게 이렇게 일러주셨다. "개가 핥는 것처럼 혀로 물을 핥는 사람과 무릎을 꿇고 물을 마시는 사람을, 모두 구별하여 세워라."

 

얼핏 개처럼 혀로 물을 핥는 사람보다는 무릎을 꿇어 물을 마시는 쪽의 폼이 더 나아 보일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주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셨다. "손으로 물을 움켜 입에 대고 핥아먹은 삼백 명으로 너희를 구원하겠다.”

 

정리를 해본다. 항상 전투에 대비해서 물을 손으로 떠서 핥는 사람만을 전투요원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남은 인원은 불과 3백 명. 수량 놀음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는 무의미해진 교훈일까?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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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칼럼] ‘힘센 장사 기드온’ 의 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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