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임성택 교수.jpg

 

자고로 대통령선거는 그 치열함에도 불구하고 그 나라의 최고 권력자를 국민이 선출한다는 면에서 신나는 축제의 마당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어떻게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살맛나는 세상을 구현해 줄지에 대한 후보자들의 열띤 토론을 보고 즐기는 것이 선거권을 가진 평범한 국민의 권리이다. 그런데 이 즐거움을 위한 기본 전제들이 있다.

 

그것은 후보자들의 지녀야 할 도덕성과 전문성이다. 먼저 도덕성은 선수가 링에 올라오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 당 후보 선발전부터 자체적인 검증 시스템을 통해 걸러내야 한다. 무소속이 아닌 이상 당은 자당의 명운을 걸고 도덕적, 법률적 하자를 어떻게든 걸러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런 검증 절차는 애시당초 무시되고 선정적이고 유치한 말장난으로 편가르기식 정치로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확보한 특정인들이 높은 지지도를 바탕으로 당 후보로 무혈 입성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당원이며 당연히 출마할 자격이 있지만 그것도 난립한 군소 정당이 아니고 집권당과 제1야당의 후보선발전이 이 정도이면 기분좋은 선거 축제를 치르기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일 것이다. 단순히 적극적 지지자들의 높은 충성도로 인해 사전에 걸러내지 못하면 승부를 떠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적 근심의 원인이 된다. 이런 검증의 책임은 일부 언론에도 있다. 언론 나름의 취재력을 바탕으로 후보로 거명되는 자들의 도덕적 문제들에 대하여 치열하게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두번째 전문성이다. 리더가 모든 면에서 탁월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으로서의 전문성은 (1)인재를 보는 탁월한 능력과 (2)국정의 조정 관리 능력, 그리고 (3)통치적 언어 구사력이다. 인재를 가려 쓸 줄 아는 능력에 관하여 적어도 거의 모든 정부에서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링컨처럼 핵심적인 정적을 불러서 핵심 장관에 앉히는 그런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두 번째 사태 관리 조정능력은 그 간의 그의 행적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세 번째로 제시한 통치적 언어 구사력이다. 이것은 대 국민, 대 언론, 대 외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촉새같은 입방정도 문제이지만, 페이퍼를 읽는 수준이면 곤란하다. 그리고 설화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인물을 정말 곤란하다. 그의 한마디가 국내외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사회적인 공포와 불안, 경제적인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전쟁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여, 야 모두 대통령 후보 선발전을 보면서 더럽고 지저분해서 두고 볼 수가 없다. 조폭 두목 뽑는 것도 아니고, 초등학교 반장 뽑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조폭들은 자기들 방법이 확실하고, 반장은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그리고 선생님 지도를 착실히 받기라도 한다. 그런데 지금 여야는 경우도 없고, 룰도 없고, 원칙도 없고, 서로 잘났다고 쌈박질하는 꼴에 국민들은 아예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지금은 다들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등으로 편이 갈려 서로 자기 의중에 있는 사람의 허물을 감추고 상대방 허물은 잔인하게 드러내 침소봉대하기를 예사로 하면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몸서리치게 무서운 생각은 그 싸움의 결과가 가져올 비참한 결과이다. 도덕성과 전문성을 결여한 채, 오직 대중적 인기와 충성도 높은 적극 지지층들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경우,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을 상상해 보면 더 이상 이 땅에는 희망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예선전이 이 정도이니 본선에 가면 어느 정도일까? 그야말로 생사결단의 대전이 벌어질텐데 그때도 경험해야 할 이 더럽고 지저분한 기분을 또 어찌할까? 결국 그것을 끝내고 심판할 사람은 역시 나, 즉 유권자들이다. 더럽고 지저분한 기분을 누르고 눈을 부릅뜨고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충 후보를 찾아내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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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임성택 교수의 ‘더럽고 지저분한 선거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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