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임성택 교수.jpg

 

연애 중에 첫사랑의 배신이 가장 가슴 아프고, 인생 중에서 믿었던 사람의 배신이 또한 가슴 쓰라리며. 역사 중에서 충신의 배신이 가장 치명적이다. 그래서 배신한 첫사랑에 대한 보복은 때로 잔인한 결과에 이르고, 믿었던 사람의 배신에 대한 응징은 때로 제로섬에 가까운 투쟁을 유발하며, 충신의 간신 짓은 두고두고 후대의 조롱과 놀림이 된다.

 

지난 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영어의 몸은 배신의 댓가라기 보다 세력 대 세력의 싸움에서 패한 패전지장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패전한 세력의 회복 정도에 따라 그 다음 운명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새로운 울림으로 들리는 정권교체론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이 소리에 귀를 기울일 밖에 없는 것은 이 정권교체론의 근저가 적대 세력이 아닌 과거 촛불 세력, 즉 지금의 정권 수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민심의 이반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태 앞에서 집권 여당은 지지세력의 이탈과 민심이반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과 처방을 찾아야 하는데, 여전히 대통령은 자화자찬에 몰두하고, 참모들은 간신배성 아첨 경쟁에 치열하고, 당은 당대로 거대한 의석의 힘을 믿고 여전히 태만한 바, 그 이탈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결국 국민은 정권교체라는 권리를 내밀며 대안을 찾기에 이른 것이다. 필자는 진심으로 이 정권이 성공적으로 권력을 이양하고, 공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통해 다음 정권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헌신할 것을 기대한다.

 

지금 이재명 후보의 태도는 국민의 분노와 의혹을 불러일으킴에 모자람이 없다. 대장동 문제에 대한 특검에 동의했으면, 깨끗하게 이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야당 후보를 같이 물고 들어가는 모습은 추하다 못해, 겨우 이 정도의 후보가 집권여당의 후보이고, 이런 후보를 엄호하기 위해 전혀 논리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버티는 여당 인사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금 국민은 국민의 당과 그 후보에 대한 호불호 평가의 결과를 갖지도 않은 채, 이미 이재명 후보에 대한 심정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이럼에도 대안이 없이 뚝심과 어설픈 정면돌파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더욱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다.

 

이에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허물에 대해 정직하고 진솔한 해명으로 국민의 가슴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적 수준과 의식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자기 진영에 있는 절대 충성파들의 말만 들으면 이미 선거는 끝난 것이다. 충성파는 진정한 충언을 하지 않고, 오로지 상대를 격파해야 한다고만 주장한다. 이것이 충성으로 망가뜨리는 반역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이런 충성파들이 여전히 후보를 감싸고 있고, 후보 역시 이들의 가마 위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다.

 

버려야 얻는다. 충성파를 버려도 어차피 그들의 표는 다른 데로 갈 데가 없다. 버리라는 의미는 그들을 등지라는 말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버릴 용기가 없고 버릴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그 마음 속에 패전을 예상하고 있고, 그 패전 이후를 위해 그들이 제공한 가마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패배주의자들의 슬픈 가면극이며 무의미한 객기가 보인다.

 

살펴보면 비록 패하더라도 국민 속에 깊은 여운으로 남아 차기라도 기약하려면, 적어도 그 사람은 자신의 실수와 허물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인상이라도 남겨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인사들이 얼마나 정상인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지를 살피고 이들과 분리되어야 한다. 만일 이런 무뢰배들과 분리될 수 없다면 그는 이번 대통령 후보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것이 적어도 국민에 대한 예의이며 그나마 차기라도 기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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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임성택 교수의 ‘정권교체론의 시대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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