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임성택 교수.jpg

 

평생을 학자와 목회자로서 살면서 참 많은 글을 썼고, 많은 강연과 집회를 다녔다. 그러던 필자가 지난 3년간 절필하다시피 하고, 강연과 집회를 자제했다. 물론 코로나라는 외적인 요소가 있었지만, 굳이 그 이유만은 아니다. 촛불 정권에 대한 절망감과 소위 이 시대 리더들에게서 발견한 도덕적 불감증과 분열적 편가르기 앞에서는 더 이상 글과 강연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편싸움에서 도덕적 가치는 중립을 상실했고, 인간의 가치는 진영의 논리에 함몰되고, 정당성은 주장의 힘에 실려 떠밀렸다. 글을 쓸 의욕은 물론이요, 이런 글로 무엇을 할수 있을까라는 펜의 힘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었다. 그런 필자가 다시 글과 말에 힘을 내기로 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한번 더 믿어보자는 소탈하고도 조금은 어리석어 보이는 생각 때문이다.

 

이 필에 먼저 부딪히는 것이 청와대의 용산이전이다. 필자는 청와대 이전에 반대한다.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은 제왕적 대통령의 국민과의 이격(離隔)이며 소통에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주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국민적 비용은 차지하고, 가소롭기까지하다. 역대 대통령들의 청와대 이전 공약은 가장 대표적인 표풀리즘 공약이다. 청와대가 구중궁궐이라서 소통이 안된다고? 말 같지도 않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은 그 동안 청와대 주인들이 보여온 행태 때문다. 청와대 주인의 행태만 바꾸면 될 일을 혈세를 퍼부어 청와대를 옮길 일인가? 불가한 이유가 다음과 같다.

 

첫째, 정권 교체기 국방의 위협이다. 전시 상황에서 청와대 위치의 중요성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그 청와대가 전혀 운용해본 경험이 없는 생소한 시설로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시점에 옮기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포퍼먼스에 불과하다.

 

둘째,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보도에 의하면 국방부는 이전을 위하여 오천억원을 제시했다. 청와대 이전 비용에 국방부 이전과 그 이전에 뒤따르는 이전 도미노 비용이 과연 얼마일까? 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용산에서 청와대처럼 살면 그때 반발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셋째, 필요한 것은 진심으로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대통령의 결심과 실천이다. 그 비용이 바로 청와대 이전 비용을 대신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자주 언론 앞에 나서고, 국민과 동행하는 행보를 보인다면, 그야말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가장 경제적인 청와대 이전, 국민의 가슴 속으로의 이전일 것이다.

 

더불어 야당은 무조건 새 정부의 청와대 이전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그 앞선 같은 당 대통령들의 약속이었다. 이행하지 못한 공약이었음을 안다면, 실천하지도 못할 공약을 번번히 내건 것에 대한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할 것인데, 정작 자신들이 못하던 것을 당선인이 하는 것을 배아파 하는 심술인가? 적어도 야당은 제대로 된 정치적 판단이 있다면 새 정부의 청와대 이전을 돕던지 아니면 침묵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필자는 다시 한번 새 정부의 청와대 이전을 재고해 줄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정말 이전이 절대적 필요라면, 최소한 일년의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부드럽게 이전해야 한다. 개인도 이사하는 데 한달도 부족한데, 어찌 청와대 이전을 두달만에 끝내겠다는가?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행정이며, 정치적 실수이며, 새 정부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차라리 그 힘과 재원을 이미 60만을 넘어선 오미크론 확진자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너무나 쉽고 단순한 문제를 정략적 판단에 따라, 혹은 인기에 영합하여 일을 저지르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안게 될 것임을 새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를 국민의 가슴속으로 이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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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임성택 교수의 ‘청와대, 국민의 가슴으로 이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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