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암반에서 나온 물을 드세요!


 
오늘은 모처럼 사택에 정수기를 설치했다. 정수기의 필요성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교회의 정수기를 활용해 오고 있던 차에 어제는 오랜만에 지방에서 목회 할 때 성가대 지휘를 맡아 헌신하던 집사님께서 오신단다.
반갑게 맞이하고 대화 중 목사님 오늘 제가 정수기를 설치해 드리니 “이제부터 암반에서 나오는 물을 드세요” 라고 말을 건넨다.
사연은 그동안 정수기 판매를 해오던 중 이제는 사업을 접고 다른 직종으로 옮기려 하니 한대가 남아있어 언제인가 목사님 댁에 방문 했다가 정수기가 없는 것을 보고 정수기를 꼭 자기가 설치해 드리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마침 한대가 남아 있어 가지고 왔노라고 한다.
그 동안은 가족이 좋지 않은 물이라도 마시고 살아왔나? 가족에게 미안한 생각이 떠 올리면서 마침 오늘이 물의 날 이란다. 물에 대한 상념을 떠 올린다.
우리는 물이 없다면 살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은 가장 좋은 주거 환경으로 무-나무-양식이라 했다 무(=물)가 첫째요 땔감 나무가 둘째요 양식이 셋째라는 것이다. 인체의 70%도 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밥은 한두 달 안 먹어도 살지만 물은 일주일만 안 마셔도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배교 했던 것도 옥중에서 물을 배급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막의 나뭇잎이나 풀잎이 모두 비닐처럼 반질반질하며 바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어쩌다 비가 올 때 최대한 흡수해서 잘 증발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대부분의 풀들은 물주머니를 갖고 있는데 꾹 누르면 터지는 주머니란다. 그래서 희랍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 말했다.
물은 우리에게 자신의 흐름으로 생명의 본질을 잘 설파 하고 있다. ‘상태가 아니라 변화이고, 양이 아니라 질이며, 유동적이며, 물질과 운동의 단순한 재분배가 아니라 부단한 창조라는 철학자 앙리베르그송의 생명의 정의에 물 말고 대입 할 것이 어디 있는가? 물은 자연 법칙을 철저히 잘 지킨다.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권력자가 물에게 낮은데서 높은 데로 흐르라 명령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물은 반드시 작은 방울로 시작해서 시내와 강을 이루며 드디어는 바다를 이룬다. 조그만 물 방 울이모여 하나로 모여 엄청난 힘을 낸다. 또한 물은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도 잘한다.
세모난 그릇에 넣으면 세모로 네모난 그릇에 넣으면 네모가 난다. 그뿐이랴! 물은 항상 채우는 성질이 있다. 가득차야 넘친다. 빈 수레 일수록 요란한 사람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면서 물은 절대로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빈틈이 없다는 말이다. 물은 굉장히 끈질긴 성질이 있다.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도 부드럽고 여린 한 두 방울의 낙수에 결국 뚫어지고 만다.
물은 성서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역시 생명력을 살리는 구원 하는 역할로 나타난다. 에덴동산 한 가운데도 물이 있었고 노아의 홍수도 결국 죄악을 말끔히 씻어낸 사건이었다. 이스라엘은 전국토의 80%가 사막임으로 물이 굉장히 귀하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달라고 하신다.(요한 4:5)이처럼 물이 귀한 곳에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을 주겠노라고 말씀 하시니 사마리아 여인이 솔깃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나 보다.
‘영원히 솟을 샘물’ 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 자신이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사람은 그 속에서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 (요7:37-38)바로 예수님이 지상에서의 일을 끝내시고 승천하신 후 우리 안에 보내주신 성령을 뜻하기도 한다.
예수님은 이 물을 당신 자신으로 비유하시면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주시고자 우리를 초대하고 계신다. 일반 자연수나 약수는 일시적인 해갈을 주지만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구원의 샘이기 때문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이 생수를 주시기 위해 기도의 동산에서 땀과, 눈물, 그리고 피땀을 흘리셨나보다. 그리고 이일을 완성 하시고 ‘내가 다 이루었다고’ 외치셨나 보다.
여기에 소창자기의 시를 옮겨 본다.
맑은 차의 청랭淸冷) 한 향기를 누구와 함께 나눌까!/ 수류화개 (水流 花開 ) 다반향초 (多反 香草)/ 한 모금 차를 머금어 내리면 내속에 시내가 흐르고 향그런 꽃이 핀다./ 회심의 벗과 말없이 마주 않아 차를 마신다./ 새도 무료한지 이따끔씩 울어 대고 그 곡조에 따라서 꽃잎도 제 몸을 땅에 떨군다./ 혼자면 어떠리 뜨락을 바라보며 피가 도는 대지의 순환하는 이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옛 시인의 감상에 젖어 본다. 오늘도 주님은 내가 너에게 이런 생수를 주건만 너는 어느 물을 찾고 있느냐하시는 음성이 들려 오는듯하다. 밖을 내다보니 봄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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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에서 나온 물을 드세요! - 이선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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