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한국교회 주최로 차질 없이 세계대회 열 것”
한국그리스도교회, 제자파의 진보적 행보에 심한 부담



오는 2016년 개최키로 했던 그리스도교회의 세계대회가 취소됐다. 그리스도교회의 2016년 세계대회는 당초 한국 유치에 성공해, 그리스도교회협의회 전 회장이자 현 서울기독대 총장인 이강평목사가 세계대회장을 맡아 준비 중에 있었으나, 최근의 세계 그리스도의 교회의 정서와 세계대회의 주최인 월드컨벤션의 분위기 변화로 한국의 그리스도교회가 끝내 세계대회 개최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 그리스도교회는 월드컨벤션 주최의 세계대회를 포기했을 뿐, 자체 주최로 2016년 세계대회를 치른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한국 그리스도교회가 세계대회를 포기하게 된 데에는 3개로 구성된 그리스도교회 중 디사이플스(제자파)의 최근 변화가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극보수의 무악기파, 중도보수의 유악기파와는 달리, 진보 노선을 표방하는 디사이플스는 지난해 열린 WCC 부산총회에 회원자격으로 참여한 바 있는데, 한국 그리스도교회측은 WCC 반대운동에 가담해 양측의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그리스도의교회는 서로의 신학 노선을 존중해 온 바, WCC 총회 참여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얼마 전 디사이플스가 동성애를 인정하는 미국 그리스도의연합교회(UCC)와 손잡으며, 세계대회 개최를 두고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UCC는 미국 주류 개신교단 가운데서도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띄며, 일찍부터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목회를 허용해 왔으며, 다음달 클리블랜드에서 개최 예정된 성소수자들의 올림픽인 ‘게이 게임스’의 행사를 후원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무리 서로를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한다지만, 도를 넘는 디사이플스의 행보가 다른 두 교단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이번 한국그리스도교회의 세계대회 포기도 이런 맥락에서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디사이플스가 아무리 동성애지지 교단과 손잡았다 해도, 세계대회까지 포기해야 했을까하는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열린 WCC총회처럼 한국교회 상황을 고려해 대회가 열리는 동안 동성애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최대한의 모험을 자제하면, 대회를 치르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회의 내부적인 구조를 보면 이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회는 크게 유악기, 무악기, 디사이플스로 나뉘는데, 현재 한국에는 유악기인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회장 김탁기목사)와 그리스도의교회총회(회장 박윤성목사)가 있고, 무악기인 그리스도의교회교역자협의회(회장 최제봉목사)가 존재한다. 이 중 유악기인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가 가장 큰 규모로 현재 한국의 그리스도교회를 대표하고 있으며, 디사이플스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디사이플스가 가장 강성하다.
최근 유악기의 교세가 디사이플스와 비슷한 수준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디사이플스가 그리스도교회에서 가장 큰 힘을 자랑하는 데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이는 개교회주의를 표방해, 총회 중심으로 모이는 타교단과는 달리, 중앙집권적 정치를 배제하는 그리스도의교회의 특성을 지양하며 디사이플스는 총회 중심의 구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디사이플스는 총회장도 존재하며, 중앙에 유악기나 무악기에 비해 훨씬 많은 재정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유악기, 무악기, 디사이플스가 모인 월드컨벤션 내에 상당부분의 재정을 담당하는 디사이플스가 가장 큰 힘을 자랑하는 것도 당연, 월드컨벤션의 전체 이사 중 2/3가 디사이플스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구조 속에 열리는 세계대회다. 지난해 열린 WCC 총회는 한국의 준비위원회가 행사 기간 동안의 프로그램 및 진행을 모두 기획해, 본부의 검토를 받는 구조였지만, 그리스도교회의 세계대회는 대부분 본부인 월드컨벤션에서 대회의 전반을 기획하고 이끌어 간다.
그렇다보니 디사이플스의 진보적 성향이 대회에 그대로 투영되고, 특히 동성애에 대한 부분도 한국대회에서 어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 그리스도교회는 이 부분에서 심한 부담감을 느낀 것이다.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회장 김탁기목사는 “사실 한국에 디사이플스는 없고, 보수를 표방하는 유악기와 무악기만 있는 상황에서 이 대회로 인해 한국 그리스도교회가 많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면서 “보수적 성향이 강한 한국교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부분이 마치 그리스도교회 전체가 인정하는 것처럼 호도된다면, 한국 그리스도교회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너무 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협의회 총무 엄만동목사도 “월드컨벤션 내 많은 인사들과 교회들이 한국 대회를 지지하고, 끝까지 한국에서 세계대회를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너무 앞서가는 디사이플스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한국 그리스도교회가 준비하는 세계대회를 여는게 낫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최근들어 급격히 관계가 나빠진 미국의 유악기와 디사이플스의 영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악기측이 신학적인 부분에서 도저히 디사이플스와 함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며, 디사이플스와 갈등이 커졌고, 유악기측 일부에서는 세계대회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디사이플스쪽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이미 한국은 WCC 총회를 위해 2013년에 다녀온 바 있고, 한국 내 디사이플스 교단도 없는 상황에 굳이 2016년에 다시 갈 필요가 있느냐란 말들이 들려왔다.
그렇기에 사실상 2016년 세계대회가 유악기와 디사이플스간의 갈등 속에서 괜한 껍데기 대회로 전락할 우려마저 엿보인 상황이었다.
한편, 월드컨벤션에서 주최하는 2016년 세계대회는 한국의 포기로 인해, 인도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의 세계대회와 겹치는 관계로 인도의 세계대회는 2017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김탁기목사는 “중간에 혼란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2016년에 한국에서 그리스도교회의 세계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부분이다”면서 “한국 준비위원회가 열심히 노력해, 세계대회라는 이름에 걸맞는 은혜롭고, 풍성한 대회를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당초 2016년 세계대회는 한국 내 3개의 그리스도교회가 함께하기로 했으나, 상황이 바뀌면서 현재까지는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단독으로 추진되고 있다. 나머지 두 교단은 오는 정기총회에서 이 부분을 논의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차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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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그리스도교회의 세계대회’ 무산과 ‘새로운 세계대회’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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