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류태선목사가 당선됐어도 이렇게까지 했겠는가?”
참다못한 총대들, 예장통합측 독선에 비난 쇄도



결국 연합과 일치의 상징과도 같았던 에큐메니칼 진영의 연합기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마저 내분에 빠졌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다툼과 분열을 반복할 때,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교회협이었기에, 이번 교회협의 내분은 앞으로 한국교회에 끼칠 영향이 매우 커보인다.
하지만 눈여겨 볼 것은 지난 한기총 한교연 분열과 마찬가지로 이번 교회협 내분의 중심에도 예장통합측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회의 장자교단을 자처하며, 지난해 제10회 WCC 부산총회를 주도하고,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영향력을 끼쳐온 예장통합이지만, 이번 내분 과정에서 보인 통합측의 자세는 실망 그 자체였다.

통합측, 입장문 배포
통합측은 금번 총회 직전 배포한 유인물에서 ‘총무 제청 결의 무효 가처분신청’의 기각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통합측은 “명시된 법규보다 관례를 앞세운 주장과 잘못된 정관 인용에 의해 오도된 회의 자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기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며 “비록 제51민사부에서는 심각하게 고려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관례를 왜곡되게 적용해 결석을 실행위원 교체사유로 인정한 점과 잘못된 회칙을 근거로 강행된 회의를 그대로 묵인하고 넘어간 점 등은 도덕적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할 에큐메니칼 운동의 본산인 교회협의 정체성과 공공성에 심각한 상처를 남긴 것으로, 우리 모두는 이에 공분을 느끼며 진정한 사과와 개선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한 총무 선거에 대해 “법규와 법 상식의 기준 안에서 행해온 관례의 범주를 투표의 힘으로 넘어서서 총무 인선과정을 진행한 것은 이제까지 교회협이 걸어온 에큐메니칼 정치의 바른 길을 집단적 이기주의에 의해 왜곡시킨 것으로 오래도록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에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억지도 너무 심한 억지”
지난 실행위에서도 예장통합이 총무 인선과정을 문제삼고, 퇴장까지 하기는 했지만, 당시 실행위원들은 이에 대해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장통합이 교회협 사상 초유의 사회법 소송을 제기하고, 이후 기각을 당했음에도, 이에 대한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정기총회에서마저 기존의 관례를 깨뜨리려 하자 결국 타 교단 총대들은 예장통합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우선 구세군 임헌택사관은 예장통합을 향해 “통합측에 물어 보겠다. 류태선목사가 됐어도 이렇게 했을 것인가?”라며 불쾌한 감정을 대놓고 드러냈다.
이어 총회장에 뿌려진 예장통합측의 입장문을 놓고 “유인물을 보면, 통합측이 다 잘했고, 나머지는 다 못했다. 이것이 독선적이지 않고 대체 뭐겠는가”라며 “대화를 하는 중에 법적인 조치를 하고, 사회법정까지 가서 기각이 되고, 어려운 결과를 초래한 통합측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가처분을 신청한 3명은 지금 이 곳에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기감 박경양목사도 박수 추대가 아닌 투표를 주장하는 통합측에 대해 “억지도 너무 심한 억지다”며 “감리교 대표 대의원으로서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감 신복협목사와 성공회 김근상주교는 통합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신목사는 “총무 선거 결과에 의문이 있어 사회법에 갔다. 논란은 묻지 않겠으나 기각이 됐으면 최소한 그 당사자들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을 했어야 할 것이다”고 했으며, 김주교는 “투표행위를 해야만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굳이 해야 한다면, 예장통합측이 우리에게 이해를 구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의장의 미숙한 회의진행 아쉬워
이날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장 아쉬웠던 것은 회장 박종덕사령관의 의장으로서의 회의 진행 능력이다. 박사령관은 총회 곳곳에서 미숙한 진행을 보이며, 혼란을 더욱 야기시켰다.
이는 총무 선임에 있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박사령관은 “박수로 추대하자”는 동의와 제청이 있은 후, 가부를 물었을 때, 통합측이 “아니요, 법이요”라며 “투표로 하자”는 개의를 내자, 이에 대한 결정은 하지 않은 채 투표 방식을 거수로 할 것인지 무기명으로 할 것인지를 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한 총대가 “우선 개의가 들어왔으니 개의에 대한 가부를 묻고, 다시 동의에 대한 가부를 묻는 것이 순서다”라고 친절히 지적까지 했으나, 이를 무시한 채 회의를 이끌어 갔다. 결국 총무 선임에 대한 방법이 가부에 의해 정해지는게 아니라, 분위기에 휩쓸려 정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와중에 각종 혼란이 야기된 것은 당연했다.
이제 새로운 회장으로 들어선 황용대목사가 교회협 역사상 초유의 내분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을지 그 능력을 기대해 봐야 할 듯 하다.
  <차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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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63회 정기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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