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기타소득세’ 부과 아닌 ‘종교세’ 신설로 해결해야
정부의 추진방안은 종교인의 ‘복지사각지대’만 만들어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조세소위원회(위원장 강석훈의원)를 열고 종교인과세에 대해 논의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종교인과세 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지속적으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의 법제화 반대를 주장해왔던 한장총은 지난 총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위원회를 한 회기 더 연장하면서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지속할 뜻을 내비치면서, 정부와 교계간의 이견차이가 다시 대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장총은 “이미 세금을 낼 수 있는 교회에서는 자발적으로 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법제화는 불필요한 부분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난 25일 한 장총의 사회인권위원장인 박종언목사가 JTBC 뉴스룸에서의 손석희 앵커와 가진 인터뷰는 오히려 개신교계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타종교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는 종교인과세 이슈에 있어 사회구성원들의 이해와 납득을 위한 구체적인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래된 목회자 과세 대한 논쟁
지금까지 목회자를 비롯한 종교인들은 엄밀하게 따져서 법에서 규정한 세금면제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정부에서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지금까지 종교인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것이 관습적으로 굳어지면서 당연히 종교인은 세금면제의 대상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목회자에 대한 과세논쟁이 시작된 것은 박정희정권시절인 1968년 7월 국세청장이 목사와 신부 등 성직자에게도 갑종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부터이다. 그러나 국세청장의 언급이후 실제 세금을 부과한 기록은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일차적인 언명에만 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198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개신교 최초로 ‘목회자납세’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를 계기로 교계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논쟁이 지속되어 왔으며, 이에 찬성하는 일부 목회자들이 자발적인 세금납부를 시작했다.
교계에서 세금문제로 벌어진 논쟁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고 한명수목사와 손봉교교수 사이의 논쟁이다. 한명수목사는 1992년 한 기독교월간지에 「성직자 자진납세 절대 안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현재의 법인세법도 성직자의 공익성을 중시해, 기부금의 성격을 띠고 있는 성직자의 수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고 있다”며, “헌금자가 원천과세를 이미 납부한 헌금에 또다시 세금을 내도록 한다면 이는 곧 이중과세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봉호교수는 「목회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반박글을 통해 “한명수목사의 주장은 성직자와 법인을 구별하지 못한데서 나온 것이다”며, “비영리법인인 교회가 세금을 면제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직자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손교수는 “경제생활을 하고 자녀교육을 시키는데 쓰이는 헌금은 기부차원을 넘어 엄연한 개인소득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견 대립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목회자과세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한명수목사의 주장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으며, 기윤실을 비롯한 목회자세금납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손봉호교수의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

세수부족을 채우기 위한 과세방침
정부는 현재 종교인 과세를 통한 추가 세수규모를 연간 1,0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로 인한 세수기반 확대뿐만 아니라 성역 없는 과세의지를 분명히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종교인납세 추진에는 현재 세수 부족과 함께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 OECD 회원국 대부분이 종교인에 대해서도 일반인과 같은 기준으로 과세를 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종교인에 대해 연방세와 의료보험세 등의 세금을 일반인과 동일하게 부과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종교인 과세방침이 무산된 이후 이러한 해외사례와 일반 국민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기독교와 불교 등의 지도자들을 만나 설득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정부가 이미 무산된 종교인과세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다시 추진하는 이유는 역시 세수부족이다. 현재 정부는 상반기에 심각한 세수부족 현상을 겪은 만큼, 면세대상을 최대한 줄여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해결과제이다. 때문에 정부의 이번 조치는 세금의 사각지대인 종교인들에게 실질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시작으로 재정기반을 넓히는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특히 지난해 종교인 과세논란이 불거진 이후 “종교단체가 세금을 회피한다”는 비판적 여론이 일었던 것 역시 단기간에 재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종교세 신설’이 문제 해결의 대안
그러나 목회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이전에 해결해야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목회자에 대한 세금이 근로소득세로 징수되게 된다면, 종교인에 대한 근로자성 규정도 명확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현재 목사와 전도사, 신부 등의 종교인은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구분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난 2008년 높은뜻숭의교회에서 목회자세금납부에 따른 목회자의 권리차원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4대보험 가입을 추진했으나, 당국에 의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거부되기도 했다.
특히 개척교회나 농어촌교회의 목회자들 가운데 정부의 기준으로 생활보호 대상자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종교인이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비과세 대상’이라는 점에 있다. 때문에 정부가 목회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면, 목회자들 역시 사회복지의 대상자로 받아들여져야만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일고 있다.
교계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목회자들에 대한 세금부과를 강행하겠다면, 지금까지 목회자들이 면세대상이란 이유로 주장하지 못했던 권리에 대해 명확히 하고, 이를 확보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부교역자들을 위한 4대보험 가입과 생활고를 겪고 있는 대다수의 목회자들을 위한 사회복지의 보장은 반드시 이끌어 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실제 한국교회에서 미자립교회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 만큼, 이들 목회자들에 대한 사회보장시스템의 적용은 반드시 이끌어내어야만 하는 부분이다.
실제 현재 목회자들이 법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세금만 납부하고 실질적인 혜택은 받지 못하는 것은 교계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소득세를 납부하는 만큼 목회자들 역시 근로자로 인정받고 4대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내어야만 한다. 또 목회자들 역시 사회복지의 대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대해 끊임없이 요구해야만 할 것이다. 이는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입장에서 국가에게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종교인의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하여 과세를 하려는 움직임이 목회자들에게 가장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종교인을 근로자로 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해 있지만, 사실상 종교인의 소득은 엄밀히 따져 ‘근로소득’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타소득’으로 규정함으로 근로소득자가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혜택이 제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금은 내면서도 사대보험 등에서 배제됨으로 인해 위에서 언급한 ‘종교인의 사회복지 사각지대’의 근원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교계에서는 ‘종교세’ 항목을 새로이 신설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종교인을 종교인으로 대우하면서, 국민의 의무인 납세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교계의 제안은 종교인을 근로자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반감을 줄일 뿐 아니라, 성실한 납세와 이로 인한 복지의 혜택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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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다시 떠오른 ‘종교인 과세 문제’ 그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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