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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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에스트로(Maestro)”하면 “마이스터징어(Meistersinger)”가 연상되는 것은 소시 적 바그너의 역사 드라마 ‘누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에서 받은 강렬했던 인상 때문일 것이다. LP 재킷을 더듬어가며 다듬어낸 주인공 한스 작스의 모습이 그대로 “마이스터징어”의 이미지가 되어버린 것이리라. 덩달아 “마에스트로”라는 칭호조차도 함부로 쓰기를 주저하는 버릇이 생겨버린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마에스트로”를 흔히 거장(巨匠)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거(巨)”란 예술적으로는 물론 정신적, 인격적으로도, 나아가서는 지성과 경험의 크기까지를 아우르고 있는 말 같아 더욱 그렇다. 그러니까 오늘날 교향악단의 지휘자를 흔하게 “마에스트로”로 불러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더러 목사님들이 성가대 지휘자를 마에스트로라 불러 주는 것은 자신이 음악을 비롯한 예술 쪽에 관심과 지식이 없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려는 의도가 배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현상은 그 범위를 넓혀 국가적 차원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술 방면에서 활발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영국의 노만 레브레히트(Norman Lebrecht)는 ‘마에스트로 신화(The Maestro Myth, Great Conduc tors in Pursuit of Power)’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지휘자의 헌신적인 팬이 되어간다. 영국의 수상 마가렛 대처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절대주의를 공공연하게 시기했다.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이 한참이었을 즈음에도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에게 안부편지를 썼고, 그의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의 연주에 참여하고자 틈을 냈었다. 헬무트 슈미트가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저명한 마에스트로가 서독 땅에 발을 들여 놓을 때 마다 관저의 저녁식탁에 초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비교적 음악에 관심이 적은 나라라는 평을 받고 있는 프랑스에서 조차도, 피에르 불레즈의 귀국과 다니엘 바렌보임의 바스티유 취임에 장관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바렌보임의 바스티유 취임은 우리의 정명훈과도 관계가 있는 사건이었다.)”
레브레히트의 익살은 계속된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선물을 바치려는 욕구에 사로잡히고 있다.’ 하고 말한 것은 번시타인의 친구였다 ”하고 운을 떼면서, 자신의 불만을 쏟아낸다. “영국의 지배층은 작곡가는 무시하면서도 많은 지휘자들에게는 작위를 주는가하면, 카라얀이 이렇다 할 학문에의 공헌을 한 적이 없음에도 옥스퍼드에서 박사로 만들어주었다. 번시타인은 프랑스를 위해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누구나 탐을 내는 ’레존 드누르 훈장‘을 수여받았다. 음악가들 중에서는 가장 외교수완이 모자란다는 로린 마젤은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친선대사의 임명장을 받았다. 리카르토 무티는 바쁜 스케줄 때문에 한 번도 ’난민 캠프프‘라면 울타리를 쳐다본 적도 없는데 ’난민고등판무관‘으로 임명받았다.”
사실이지 지휘자가 대중의 영웅이었던 적은 없었다. 소위 마에스트로는 엘리트의 “아이돌”이었을 뿐이다. 축구장이나 야구장 그것도 저가석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팬이나, 지방정부의 복지예산을 축내는 계층의 눈높이에서는 마에스트로란 특권계급일 뿐일 것이다. 물론 토스카니니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고, 영상으로나마 카라얀의 지휘 폼을 보지 못한 이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이나 영상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는 것은 그들의 음악적 기교나 영향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 참으로 묘한 것은 평등의 깃발을 쳐들고 있는 정치지도자라 할지라도, 아니 그들일수록 그러한 사실에 눈을 돌리려하지 않는 법이다. 
“뮤즈의 여신” 때문일 것이라고 핑계하는 이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충 보기에도 여느 때에는 뮤즈 여신의 치맛자락도 쳐다보기 싫어하는 정객들이 그럴듯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날이면 마에스트로 라는 호칭을 입에 달게 되는 것을 보면 필시 뮤즈의 여신 아닌 다른 어떤 신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진다.
마에스트로들이 권력가들의 힘을 의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은 도처에 널려있다. 한편 권세 잡은 이들이 마에스트로가 뿜어내는 설명하기 어려운 신화적 마법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노리려 드는 꼼수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은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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