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공간 안에 갇혀있는 기독교를 밖으로 이끌어 내야
사람들에 실제의 삶에서 체험되는 진정성으로 접근해야

본고는 지난 23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제17회 전국수련회에서 주제 발제한 임성빈 교수(장신대)의 원고 ‘한국사회의 흐름에  비춰 본 한국교회의 미래: 후기 세속화시대의 공공신학적 관점에서’ 중 ‘한국 교회 위기의 원인 분석과 대안 모색’ 단락을 일부 발췌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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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한국 교회 위기의 원인 분석과 대안 모색

1. 위기의 원인과 의미에 대한 기독교윤리학적 반성

1) 신앙/신학의 위기: 한국 교회의 신앙왜곡과 불신앙, 그로 인한 한국 교회의 위기는 사회적 영향력을 저하시킴으로써 결국 한국사회에 닥친 비극을 예방하지 못하였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이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앙인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청지기이다. 그러므로 청지기로서의 일차적 사명은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일이다(요 10:10). 생명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받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은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힘입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허락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명을 세상의 어떤 것보다 우선시한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직면한 한국 교회 위기의 근본원인은 한국 교회의 현실과 문화가 복음적 정체성에 확고한 토대를 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십자가-부활 신학의 부재로 인하여 복음의 핵심적 담론이 실천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히려 기복적 번영신학이 범람하고, 십자가의 사랑으로 상징되는 하나님의 값비싼 은혜 대신 천민자본주의와 야합한 값싼 은혜의 오염이 주된 요인이다. 이러한 신앙의 왜곡과 불신앙이 곧 오늘 한국 교회 위기의 핵심에 자리한다.

2) 맥락(context) 해석의 위기: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력의 부재도 오늘의 위기의 주된 원인이다. 21세기 문화가 세계화, 포스트모더니즘, 소비문화, 정보화라는 사회 문화적 바탕위에 서 있는 반면, 오늘날 교회는 사회 문화 변동에 대한 문화 지체(cultural lagging)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회맥락 이해의 부재 및 문화지체현상은 대사회적 소통의 문제를 야기했을 뿐 아니라, 교회가 교회의 시대적 소임을 오판하는 결과를 낳았다.

3) 행위자(agents) 동원과 자원(resources) 활용의 위기: 한국 교회는 어떤 시민 단체와 기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인적, 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교회 내의 인적, 물적 자원을 통전적으로 활용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신학적으로는 하나님 나라와 만인 제사장직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교직자 중심주의와 일부 중직자 중심의 개교회주의가 고착화 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신앙인들은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큰 꿈을 쉽게 이야기하면서도 공동체 안에서 협력과 하나 됨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을 수습하지 않고서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4) 연대와 소통의 위기: 오늘의 위기는 사회변화를 선도할 만큼의 실력을 두텁게 쌓지 못한 신앙인들의 얄팍함에도 중요한 원인이 있다.

소통과 연대는 사회에 대한 지식을 요청하지만 그보다 앞서 전제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확립하는 일이다. 예컨대 기독교회는 권력(power)에 대한 잘못된 사회이론의 무비판적 수용을 경계하여야 한다. 예수께서 이방인의 관행이라고 하였던 정복과 지배로 상징되는 콘스탄틴 식의 권력관을 수용한 적지 않은 신앙인들은 정치적인 권력 게임의 틀을 벗어날 수 없었다. 예컨대 신앙적 배경과 동기를 가지고 정치에 참여한 이들을 당선시키고, 특정한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정책을 입안하면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 과정에서 신앙인들은 세상적인 힘과 정치적 구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였다. 결국 세상을 바꾸고자 정치에 참여한 신앙인들이 바로 그 세상을 닮아가 버린, 모순적인 현실을 낳은 것이다.


2. 공공신학적 관점에서의 한국 교회 과제

그러나 오늘의 위기(危機)는 문자 그대로 위험한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 즉 교회와 신앙의 왜곡과 부족한 신앙과 화석화된 신앙은 복음적 신앙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회복의 기회이자 하나님의 부르심이기도 하다. 또한 교회와 신앙의 개인주의와 개교회주의에 대한 함몰로 인한 위기는 신앙의 사사화(privatization) 극복을 통한 신앙의 공공성 회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나라 참여를 위한 만인제사장적 청지기직 회복으로의 부르심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공공신학적 관점에서 교회의 교회됨을 모색할 수 있다.    

1) 신학적 토대강화-신앙의 공공성 및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의 확립

유례없는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의 복음적 정체성 확립을 위한 신학적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 신학적 토대 강화는 우리 신앙을 성경적 토대 위에 확고히 서도록 지속적으로 도전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즉 오직 말씀 위에 우리의 신앙과 삶을 세우는 것이다. 우리의 신앙은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충성을 뜻하며,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지향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교회는 신앙인들이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사적인 영역을 넘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야할 공적인 영역까지 끌고 갈 수 있도록, 복음적 신앙과 신앙의 공공성을 함께 담보하는 공공신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신학적 관심과 실천적인 노력이 신학자와 신학교, 목회자들뿐 아니라 모든 신앙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2) 교회의 인적/물적 자원의 전략적 활용을 위한 공공신학적 토대 강화와 실천 강화

한국 교회는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의 이해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인문-사회-자연과학과의 대화를 강화하여 나가야 한다. 이 모든 영역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속한 일반 은총의 영역이다. 이와 함께 기독신앙인으로서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영역에서 활약하는 학자들의 제사장적 청지기 역할을 도전하고 지원하며, 학제간의 대화와 연구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교회가 활용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의 전략적 활용은, 하나님 나라 중심의 교회관과 선교관의 확립, 만인제사장직과 청지기 직에 대한 올바른 신학적 이해를 중심으로 하는 신학적 토대 위에서 더욱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하나님 나라 중심 신학의 바탕위에서 21세기 사회문화의 특징인 네트워킹을 겸손한 태도로 그러나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교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하나님 나라의 비전과 실천을 공유하는 교회 및 기관들과 에큐메니컬 연대를 이어가는 역할에 이르기까지, 우수한 자원들을 활용해 교회가 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다.


3) 시민사회와의 긴밀한 소통과 연대

교회는 시민사회를 협력자로 인식해 이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며 선교친화적인 사회 문화 형성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사회는 여론 선도 집단인 동시에, 탁월한 전문가와 실천가들로 구성된 단체다. 그리고 시민운동단체 안에서 활동하는 운동가들의 상당수는 신앙적인 배경 하에 나름대로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을 지니고 있다. 교회는 이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 형성에 힘써야 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특성화된 전문성을 가진 시민단체와 구성원들을 매개하는 허브 역할을 하면서 보다 생산적이고 구체적인 하나님 나라 운동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독교적 배경을 지니고 시민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관들, 예컨대 기독경영연구원, 한반도평화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등의 전문연구기관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의 시민운동기관, 한국기독교언론포럼 등의 언론 전문기관들과의 긴밀한 연대는 더 중요하다.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시민사회 및 언론, 문화 단체와의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4) 목회적 과제:

4-1)포스트모던 문화와의 만남 이후의 강조점 변화

(1) 관계성에 대한 강조
포스트 모던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이들은 기존의 조직 교회를 영적 인도자로 보지 않는다. 예컨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교회로부터 영적 안내를 받기 보다는 영성에 관한 도서에 의존하는 이들이 많다. 반면 영적인 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중에 교회를 찾는 사람은 여섯 명중 한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영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 중 91%는 적어도 한 명의 기독신앙인들과 친밀한 관계이다. 현실이 이러하다면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초청하기보다는 진정한 영향력을 가진 기독신앙인들을 양육하여 파송하는 전략이 더욱 필요하지 않겠는가? 제도화된 조직교회를 찾는 17%의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독신앙을 가진 친구들이 있는 91%의 사람들에게 접근함이 절실한 전략이 아닐까?

(2) 진정성과 경험에 대한 강조
한때는 탁월함이 사람들의 관심의 초점이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관심은 진정성, 즉 실제의 삶에서 체험되는 진정성에 있다. 미디어에서도 체험적인 프로그램 들 즉 리얼러티 쇼가 대세인 이유이기도 하다.

요사이 극성을 부리는 이단의 발흥은 나름의 영적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종교영역에서만 목격되는 것이 아니다. 대중문화 영역에 있어서 익스트림 스포츠의 부상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기독교를 도서관으로부터 거리로 이끌어 내야 한다. 한때 어떤 교회에서는 영적 경험을 추구하려는 것을 정죄한 적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근대주의에 침잠된 영향이었다고 볼 수 있다.

(3) 신비성에 대한 강조
오늘날 정치와 종교는 사회적 조소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기업과 교육, 법조계와 의료계 모두가 의심의 대상이다.  이것이 권위를 억압으로 간주하는 포스트 모던적 문화현상이다.  사실 포스트모던은 해결책에 연연하지 않는다.  신비감이 해답보다는 매력적이다.  목적지 보다는 여정이라는 개념이 더욱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그런의미에서 오늘 개신교회는 신비성을 상실함이 가장 치명적 약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신비’가 사도 바울이 교회생활을 묘사할 때 가장 선호했던 단어 중 하나였음을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

4-2) 교회론적 전환

(1) 매력적인 교회보다는 선교적 교회로의 전환
매력적 교회란 교회를 중심으로 사람들과 자원들이 구심적 성향을 가지는 교회를 말한다. 반면에 선교적 교회란 교회 밖으로 사람들과 자원들이 투입되는 원심적 성향을 가지는 교회를 말한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앉아서 기다리는 곳이 아니다.  그보다는 보내는 곳, 즉 사도적 전승을 가진 곳이다.

(2) 고비용 구조로부터의 전환
유기적 교회란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조직적이며, 구도자에 민감한 교회거나 목적을 추구하는 교회가 아니다. 그보다 유기적 교회는 근본적으로 그리스도를 뜻한다. 그리스도만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심지어 교회가 하는 사역들이나 설교자나 찬양이 교회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사실 아직 신앙을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영적인 관심, 즉 그리스도에 대한 것이다.
오늘날의 교회, 특별히 대형교회들은 과연 교회를 매력적으로 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는지, 아니면 사람들을 신자다운 신자되게 함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물론 교회가 매력적이 된다는 것은 신자들을 신자답게 함에 목적을 두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교회 조직 자체를 유지하는 데에 너무 많은 힘을 쏟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사실 교회는 신앙인다운 이들, 즉 제자들에 의하여 출발된 것이다. 교회는 매우 중요하지만 구조나 건물이나 행사로서의 교회보다는 사람으로서의 교회의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3) 교인들을 진정으로 구비시키는 교회로의 전환
교인들을 만족시킴으로써 교회성장을 추구하는 교회의 문제점은 결국 새로운 신앙인들이 장성한 신앙에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교회는 다음과 같은 면에서 건강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새로운 신앙인들은 복음을 전달할 접촉 기회에서 제외된다. 예전에 신앙을 영접하기 전에 사귀었던 이들과 급속하게 멀어짐으로써 오히려 복음 전파의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교회 역시 일터와의 접촉점과 상관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결국 사회공동체는 하나님 나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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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한목협, ‘해방 분단 70년·선교 130년 이후, 한국교회의 미래를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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