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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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폐암 진단을 받으셨을 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부산시 동구 수정 4동 수정아파트!
내가 어릴 때 살던 곳이다. 우리 네 남매와 부모님, 거기에 할머니와 고모가 같이 살았다. 고모가 시집을 간 후에는 삼촌이 함께 살았다. 그렇게 여덟 식구가 모여 살았던 아파트는  11평이었다. 요즘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지만 신기하게도 그 좁은 집에서 살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과 함께 그 동네를 찾아가곤 한다.
수정아파트에 가보자고 하니 아버지도 좋다고 하셨다. 내 생각에 아버지도 그곳에서 살 때가 가장 행복하셨을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린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좁은 곳에서 온 식구가 사는 것이 뭐가 좋았을까 싶지만 무엇을 소유하며 사느냐 하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집이 좁았기에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일이 많았다. 콩나물도 같이 다듬었고, 송편도 같이 만들었다. 명절에 할머니와 아버지가 조청을 서로 잡아당기기 시작하면 어느 새 엿가락이 되어 가는 장면을 지켜보는 볼 수밖에 없었다. 집이 좁으니 무엇을 하든지 함께 동참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많은 대화가 오갔다. 그런데 부모님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될 수 있으면 칭찬을 하셨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작은 음식이나마 무엇을 먹어도 다 함께 먹어야 했고, 놀아도 같이 놀아야 했다. 그렇다고 나만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 여름 매미 소리를 들으며 나른하게 낮잠을 청하면 아련한 뱃고동 소리가 자장가가 되어주었다. 학교에 다녀오면 나는 복도 끝에 걸터앉아 몇 시간이고 바다를 내려다보곤 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바다를 내려다 봤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랜 시간 사색할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은 내 정서의 자양분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입담이 좋은 경찰관 삼촌은 집에 올 때마다 수많은 무용담을 가지고 왔었다. 말솜씨가 얼마나 좋은 지 삼촌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면 모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시 돌이켜 봐도 우리 가족 모두가 가장 행복했던 때였던 것 같다. 그렇게 좁은 집에서 아웅다웅 사는 것이 우리 집만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가정이 아주 좁은 집에서 많은 식구들과 함께 살았다. 그래서 출근 시간과 등교시간이 되면 무수한 사람들이 골목을 가득 메웠다. 수정아파트를 고향으로 여기고 일생 내내 그리워하는 것은 그 수많은 사람들의 부대낌과 사람 냄새가 가슴 시리도록 그립기 때문이다. 
그 시절 내내 행복하다는 마음이 늘 자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인지 나는 사소하고 작은 것에 감격하고 만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가끔 나의 아이들에게 넌 행복하냐고 물어본다. 별로 행복하다는 것을 못 느낀다는 말을 들을 때 나의 자녀양육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미련을 갖기도 한다.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집의 크기는 커져가고, 결혼을 하면 분가 하는 자녀들이 늘어나면서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점점 늘어갔다. 그리고 사람과의 거리도 점점 멀어졌다. 그런 와중에 다시 부모와 함께 살고자 하는 신혼부부들이 늘어가고 있다. 부모와의 동거가 좋아서, 부모님을 사랑해서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자녀를 맡길 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분가할 만한 경제적인 힘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부모와 동거가 서로에게 불편하고 힘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왕 함께 살아야 한다면 불평보다는 감사의 조건들을 서로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아이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어릴 때처럼 온 가족이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 여겨도 좋을 것 같다.
부모와의 동거! 억지로 찾아보면 좋은 점도 많지만 독립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다. 참으로 하나님의 말씀은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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