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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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는 빨래비누로 머리를 감았다. 그러다 샴푸가 일반 가정에 공급이 되었지만 아주 귀했기에 아끼고 아껴 쓰곤 했다. 그러다 보니 그 당시 최고의 명절 선물 중의 하나가 비누 세트였다. 우리 집은 항상 ‘다이알’이라는 노란비누를 썼는데 가장 싼 비누였기 때문이었다. 그 비누, 향기도 별로고 품질도 별로였다. 사춘기의 예민한 여고생이었던 나는 명절의 비누 세트가 너무 좋았다. 선물 세트에는 ‘다이알’ 대신에 좋은 향기가 나는 비누들로 가득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 화장실의 빈 비누곽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 동안 비어 있었는데 관리집사님이 잊어버렸는지, 비누가 떨어졌는지 비누곽이 계속 비어있었다. 그 때 나는 비누를  가져다 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내게 그 비누는 너무 소증 했다. 그렇게 향기 좋은 비누를 쓰려면 다음 명절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고, 내 기억에 집에는 비누가 하나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교회 화장실의 비누가 없으니 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집에 있는 비누를 교회에 가져다 놨다. 아마 어머니는 사라진 비누를 찾아 화장실을 꽤 뒤지셨을 것이다. 그만큼 나는 우리 교회가 너무 좋았다. 날마다 교회에 가고 싶었고, 이 세상에서 우리 교회가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교회를 떠나는 것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피아노 전공자들마저 봉사할 자리가 없을 만큼 일꾼이 넘쳐나는 우리 교회를 떠나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는 너무 은혜가 넘치고 날마다 성장했다. 일할 사람도 너무 많았다. 그곳에서 나는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성령님께서도 교회를 떠나라고 권면하셨다. 그래서 기도하는 가운데 개척교회로 인도함을 받았고, 2년을 열심히 봉사하다 결혼을 했다.
담임 목사의 아내로 처음에 섬겼던 교회는 여러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교회 건물도 낡았었고, 교육관도 없었다. 불철주야 열심히 전도해서 성도가 좀 많아진다 싶으면 교회를 떠나려고 하는 성도들 때문에 속상할 때가 많았다. 주변의 큰 교회들이 제공하는 많은 편의 시설 때문에 자신들을 키워준 교회를 외면하는 성도들이 너무 많은 것이 오늘날의 목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작은 교회의 목회자들은 절망과 낙망으로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한국교회가 힘을 잃어가기 시작한 시점과 대형교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 맞물린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데 작금에 이르러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이 불미스러운 일들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 일련의 사건들은 교회와 성도들은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일의 책임은 당연히 목사에게 있겠지만 성도들의 책임도 없다할 수 없을 것 같다. 큰 교회, 매력이 넘치는 목회자를 찾아가는 성도들로 인해 목회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교만과 자기중심적인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자신이 봉사할 것이 있는 교회를 찾았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는 성도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사이는 내가 누릴 수 있는 교회, 나의 필요를 채워주는 교회를 찾는 성도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교회마저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대형교회의 성도들은 자신들이 믿음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대형교회의 성도들은 작은 교회의 성도들을 만나면 자신들이 더 수준이 높은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진 교회의 성도들은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의 성도들 보다 더 편한 환경에서 신앙생활을 한다. 그러다 보니 큰 갈등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며, 봉사도 자기가 할 것만 하면 된다. 그러니 교회 규모와 성도의 신앙의 수준은 비례할 수도 있지만  반비례할 때가 더 많을 수도 있다.
대구 대현교회에 있을 때, 서울의 모 대형교회에 다니던 권사님이 등록을 했다. 새벽기도도 빠지지 않고 나오셔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 권사님이 등록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교회가 건축을 하게 되었다. 그 분이 재정적으로 꽤 넉넉한 분이셨기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심방까지 가서 진심을 다해 건축헌금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그녀는 몇 주 지나지 않아 다른 교회로 옮겼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그녀의 신앙 수준 때문에 심히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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