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신의 대리자’ 자청하고 교회 내에 독재적 권력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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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는 본래 가톨릭의 사제주의를 비난하는 루터의 종교개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교회는 어떠한가? 과연 한국교회가 가톨릭의 사제주의를 떨쳐냈다고 말할 수 있나? 아니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오히려 사제주의에 훨씬 함몰되어 있다.
백종국 교수(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는 최근 한국교회연구원(원장 전병금 목사) 주최로 열린 ‘종교개혁500주년기념심포지엄 “한국교회, 마르틴루터에게 길을 묻다”’에서 ‘한국교회 왜 민주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한국교회에 만연한 왜곡된 민주주의와 사제주의를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교회 신학의 태생적 한계
백 교수는 우선 가톨릭과 구분되는 한국교회의 최대 문제로 ‘신학의 혼란과 부실’을 꼽았다.
한국교회에 올바른 신학이 부재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입된 신학’ 이라는 점과 일제와 분단과 독재라는 극단적인 상태를 배경으로 형성됐다는 점을 들었다.
백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신학은 우리 내부에서 오랜 역사적 경로를 거쳐 성숙된 신학이 아니라, 매우 짧은 기간 동안 급히 수입된 신학이며, 극단적 역사적 배경에서 형성된 신학이기에 극단적 사고방식과 반지성주의가 득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혼란스러운 개념과 부실한 논리에 입각한 신학은 결국 종교권력자의 도구가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 내 갈등과 이단 사설들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앞뒤가 뒤바뀐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혹은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러나 부르짖지 않을 수 없는 다수의 설교자들이 오늘도 한국 개신교의 강단을 점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별된 성직자란 없다”
루터의 종교개혁정신의 핵심인, 만인제사장론이 왜곡된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만인제사장론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다 왕 같은 제사장이며, 그들 중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구별된 성직자임을 주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루터뿐 아니라 칼빈도 마찬가지다. 백 교수는 “만인제사장론에 대한 강조는 루터보다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지만 칼빈도 모든 성도들에게 돌아가야 할 명칭을 소수의 사제들이 독점하고 그 논리를 바탕으로 왜곡된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에 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 교수는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정신과 완전히 배치되어 성직자들이 그리스도와 성도 사이를 매개한다는 사제주의나 안수를 받은 목사들이 교회를 다스려야한다는 교권주의에 완전히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에서는 목사를 ‘기름 부은 받은 자’ 혹은 ‘성직자’ 혹은 ‘주의 종’이라 지칭하고 그 지위를 모세의 지위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목사에 대한 비판은 성직자에 대한 도전이며 그를 세우신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하며 목사의 잘못은 하나님이 심판하실 것이기 때문에 성도들은 언급해서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 민주주의=독재주의
백 교수는 한국교회가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복음의 본질마저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인간에 의한 지배’로 규정하고 이에 대비되는 ‘신에 의한 지배’를 규정하기 위해 ‘신본주의’나 ‘신정주의’ 심지어 ‘신주주의’와 같은 게토화된 용어를 마음대로 생산해내기도 한다”며 “빈번히 이들의 무지가 설교단에서 말씀을 빙자하여 선포되며 성도들은 아멘으로 화답하곤 한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몰이해는 심각한 반지성주의적 태도로서 마침내 이들이 보호하고자 하는 복음의 본질마저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백 교수는 “민주주의는 피치자의 동의에 의한 체제 운영방식으로 피치자의 동의에 의존한다는 뜻은 주권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있다는 뜻 즉 주권재민을 의미한다”며 “민주주의의 반대말로서 사용되는 독재주의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깨진 체제로 신이 지배하느냐 인간이 지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신의 지배하에 있는 인간의 공동체들이 어떤 체제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같은 호도는 결국 교회를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로 보는 루터의 종교개혁정신과 배치된다.
백 교수는 “루터에 따르면 개신교 공동체의 의사결정은 당연히 목사의 독단이 아니라 모든 성도들의 신앙 양심에 의해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바른 가르침에 대한 판단, 목사와 장로와 집사 등 각종 사역자들의 임명과 해임, 교회 재정의 운영 등 제반 사항은 교회 공동체의 합의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교회 운영의 제반 사항을 교황이나 사제나 목사가 가장 잘 판단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독재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이며 종교개혁정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가톨릭은 교황에 의한 독재주의를 선택한 반면에 개신교는 회중에 의한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개신교 내에서 신본주의나 신정주의나 신주주의와 같은 게토화된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신앙에 있어서 무지하거나 성도들을 속이는 사람들이다”며 “교회를 신이 직접 통치하는 것처럼 속이면서 실제로는 자신들이 신의 대리자로 나서서 독재적 권력을 행사하려는 자들이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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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한국교회 왜 민주적이어야 하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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