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연합지의 영세화 고조… 언론 사명 감당키 어려워져 가

지난날 전 세계가 부러워할 기적과도 같은 대부흥의 시기를 경험했던 한국교회가 어느 순간 접어든 쇠락의 길에서 도무지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우려는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인 한국교회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가감없는 일갈을 통해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할 교계언론들마저 그 역할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 현실은 더욱 답답할 뿐이다.
더구나 요 몇년 새 극심해진 인터넷 언론들의 난립은 교계언론 시장의 수용치를 훌쩍 넘어섰고, 결국 전체적으로 볼 때 매우 비정상적인 경쟁구도를 만들어 냈다. 또한 이런 비정상적 경쟁구도 속에 기존 언론들 역시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교계 연합기관마저 교단의 홍보역을 담당하는 교단지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며, 제3의 시선에서 교계를 평가하던 순수 연합지들은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문제는 순수 연합지의 쇠락이 궁극적으로는 한국교회의 몰락으로 직결될 것이라는데 있다. 건강한 연합지는 한국교회의 건강을 지켜나간다. 한국교회가 잘못된 습관과 행동으로 병들 때, 입에는 쓰고, 역할지라도 몸에 좋은 약을 처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쓴 약이 싫어 우호 언론이나 친언론만 양성하려 한다면, 결국은 자기만족에 빠져 썩어가는 제 몸뚱아리는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계언론의 난립 현상
지난 25년 전 교회연합신문이 창간되던 당시, 교회연합신문은 창간 일성으로 당시 4~5개에 달하던 교계 연합지를 ‘난립’이라 표현하며 이에 대한 폐해를 우려했었다. 하지만 지금 교계언론의 현실은 그 숫자를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늘어났다. 최소 10배 아니 20배 이상 늘어난 교계언론이지만, 예전에 비해 언론시장의 건강은 저해됐고, 그 역할도 충실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대체 교계언론이 난립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교계언론의 숫자가 이처럼 많이 늘어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그 첫째는 한국교회의 분열이다. 현재 한국교회는 장로교단만 300여개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교단 분열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분열의 역사에 교단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각 교단은 분열 이후 자기 교단의 홍보와 분립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언론에 관심을 가졌고, 그 결과 교단지의 숫자가 급작스레 늘어나게 됐다. 정통성을 가진 몇몇 교단지를 제외한 수많은 교단지들이 이런 맥락에서 발간되다 보니 언론이기는 하나, 간판만 있을 뿐 언론의 기본적 역할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둘째는 인터넷 언론의 활성이다. 지면신문의 시대에는 신문사를 꾸리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자본이 필요했다. 신문 편집비, 인쇄비, 발송비, 인건비 등, 최소한의 금액만 따져도 아무나 감당키 쉬운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 언론은 이 모든 것을 생략해 버렸다. 그렇다보니 아무나 언론을 만들 수 있고, 아무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영세화된 교계언론의 폐해
그런데 이들 모두가 교계 언론의 사명을 갖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가? 건강하고, 사명감 있는 인터넷 언론도 많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언론이 더 허다하다.
교단으로부터 운영비나 광고를 지원받는 교단지에 비해 마땅한 스폰서가 없는 연합지가 제대로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광고수입이 절실하다. 연합지의 광고는 매주 신문을 발간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입이다. 하지만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신문사 간판만 내걸어 광고를 통해 몇 푼의 돈을 벌려 하는 신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광고 시장의 질서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일례로 무한경쟁체제로 들어선 교계 광고시장은 수십년째 광고비 수준이 제자리를 반복하거나, 오히려 하락세마저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의 흐름을 역행하는 이런 광고시장은 광고수입으로 근근히 매주 신문을 발간하는 기존 연합지들에게는 심각한 운영난을 안겨줬고, 연합지들도 교계 언론의 사명감보다는 생존을 위한 신문사 운영에 들어가게 됐다.
언론사가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운영능력이 있어야 할진대, 재정악화로 당장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된다면 더 이상 언론사는 언론으로서의 고유 사명을 감당키가 어렵게 된다.
이같은 언론의 영세 현상은 교계 분쟁에 있어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단의 사건 앞에 진실은 뒤로 둔 채 신문사에 이익을 안겨주는 줄서기식 기사를 남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사는 또 다른 교계에 분란을 일으키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요 몇년 사이 교계 사건 중 분쟁이 오래 지속된 경우를 살펴보면, 진실을 밝혀 분쟁을 종식시켜야 할 언론이 오히려 어느 한 편에 서서 기사를 왜곡하며 싸움을 부추기는 경우가 더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합지의 독립적 운영능력 보장해야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공동체는 결코 오래 존재할 수 없다. 암흑과도 같은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한치 앞을 분간하지 못할 때, 진실의 등불로 그들의 갈 길을 인도해줘야 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특히 교계언론은 스스로의 정화작용과 더불어, 외부세력으로부터 호도된 한국교회의 진실을 제대로 밝혀, 사회와 교회가 공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렇기에 교계를 정화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연합지는 교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처럼 연합지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게 되면, 교계 전체의 건강 또한 함께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교계 상황으로는 단순한 자유경쟁만으로 이를 타개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교계 연합기관들이 반드시 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연합기관들이 회원 교단만을 우선시 해, 그들 단체의 언론 중심에 교단지를 세운다면, 이는 향후 한국교회의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교단들의 연합체인 연합기관은 일정 사안을 두고 교단들 간 입장이 상이하게 대립하기도 하며, 때로는 교단간의 극심한 마찰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단지 역시 기사의 논조가 사실과는 관계없이 자기 교단의 입장에 맞춰지기 마련이다. 교단지가 자기 교단을 비난할 수는 없는 법, 결국은 혼란만 더욱 가중될 우려가 있다.
연합지는 한국교회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연합지의 독립적인 운영능력을 보장해주는 것은 결국 한국교회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나아가 교계 공기관은 교계언론의 건강을 위해 기독 언론인들을 ‘정도를 걷는 언론인’으로 육성하는 일에 적극적인 지원을 펼칠 필요가 있다. 건강한 기독언론인들이 많이 양성되어 그들이 한국교회의 갈등과 분쟁의 중재자로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한국교회는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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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5주년 기념특집/ 교계언론의 현실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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