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교단 스스로 책임지고 나서야 국민의 신뢰 회복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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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목회자들의 흉기 상해사건으로 교계는 물론이고, 전 국민을 경악케 했던 황규철 목사와 박석구 목사에 대해 예장합동측(총회장 박무용 목사)이 ‘면직 및 제명출교’와 함께 ‘해당자 총회 및 노회의 공직 역임 기록 및 각 명부상 이름 영구 삭제’를 결정했다.
합동측은 지난 11월 9일 서울 대치동 총회본부에서 열린 제100회기 1차 실행위원회에서 두 목사와 관련해 상정된 ‘교단 탈퇴 및 범죄 행위자 신분 정리 건’을 위와 같은 조치사항과 함께 통과시켰다.
교회 성도는 물론이고 국민들 앞에 모범이 되어야 할 목회자들이 주먹질도 아니고, 칼부림까지 한 경악할 사건 앞에 합동측이 교단 헌법 내 최고수위의 징계인 ‘면직 및 제명출교’를 결정한 것은 매우 당연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조치사항인 ‘해당자 총회 및 노회의 공직 역임 기록 및 각 명부상 이름 영구 삭제’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위 인물들이 그간 총회와 노회에 몸담고, 직무를 역임했던 기록을 모두 삭제하고, 이름 역시 영구히 삭제해 애초부터 교단에 없던 인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게 그리 현명한 대처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목회자 흉기 상해사건이라는 초유의 사건 앞에 아직 해당 교단은 국민과 교회를 향해 어떠한 책임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과연 이번 사건에 있어 교단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인가? 한국교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목회자들의 도덕성 문제와 그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 부정·역사 삭제는 우매함의 극치
오색 깃털을 뽐내며 화려하기 그지없는 ‘꿩’의 참으로 우매한 특성 중에 하나는 자신에 위기에 닥쳤을 때의 특이한 대처법이다. 대부분의 새는 매나 부엉이, 혹은 사냥꾼과 같은 포식자가 자신을 공격하면, 재빨리 도망가거나, 혹은 역공을 펼쳐 위기를 극복하기 마련인데, 꿩은 특이하게도 우선 수풀에 자기 머리부터 처박고 본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수풀 속에서 자신이 완전히 숨었다고 착각하며, 쉬이 안정을 취한다. 하지만 머리를 처박았다고 한들 그 큰 덩치가 보이지 않겠는가? 오히려 포식자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꿩을 힘 한번 안들이고 낚아채게 된다. 자기 눈을 가려놓고, 포식자가 자기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참으로 우매한 습성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합동측의 대처가 꼭 그러하다. 금번에 징계를 받은 이들은 목회자로서 결코 저지르지 말아야 할 죄를 저질렀는데 이는 교단적으로 볼 때 참으로 부끄러운 사건이며, 교단이 오랜 기간 쌓아온 명성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 믿기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사건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무너진 공든 탑을 다시 재건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함이 공교단으로서의 상식적인 대처다.
하지만 합동측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아닌 이들과 관련했던 교단의 모든 역사를 지우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더 이상은 교단과 관련 없는 일인 양 선을 그어버린 기분이다.
하지만 역사가 지운다고 과연 지워지는 것인가?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교단 명부에서 삭제한다고 해서 과연 사람들의 기억마저 삭제될 수 있을까?
이는 꿩이 수풀에 고개를 처박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착각이다. 혹여 합동측이 범죄한 자들에 대한 상징적 조치로 취한 대처일 수도 있겠으나, 세상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합동측의 어리석음을 더욱 기억할 뿐이다.

공교단으로서의 현명한 대처 보여야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 과연 합동측교단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인가? 합동측의 조치대로 출교시키고, 교단 역사에서 모든 관련 기록을 삭제했으니 합동측은 사건과 하등 무관한 것일까?
현재 합동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당사자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한 것 외에 교단 차원의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는 공교단으로서 결코 바람직한 대처가 아니다. 오히려 교단 차원에서 교회와 국민에 진심어린 사과를 전하고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당사자에 대한 일벌백계를 지적만 하면서, 교단의 과오는 언급하지 않는 것은 너무 큰 오만이다.
더구나 당사자들은 교단의 중직을 맡았던 인물들이고, 그 중 한 사람은 최근까지 교단의 총무를 역임했다.
한국교회의 장자교단을 자처하는 합동측의 총무는 교단의 대표 얼굴이다. 그런 인물에게 교단과 한국교회를 대표해 활동할 수 있는 총무 자리를 맡긴 것만으로도 이미 교단의 책임은 무겁다. 여기에 해당 인물은 이미 수년 전 9월 총회에서 가스총을 들고, 용역을 동원해 사회와 교계의 비난에 직면했던 전력이 있지만, 이후에도 총무로서 계속 일해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단순히 명부를 삭제하고, 책임과 사과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한국교회와 국민을 기망하는 일이다.
더구나 한국교회와 같이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하는 보편화된 종교라면 일련의 사건들에 그 어느 집단보다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구성원들 개개인의 잘못이라도, 그들을 제대로 선도하고, 관리하지 못한 교단과 단체가 먼저 자기들의 과오를 고백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약속하는 신뢰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흉기 상해사건으로 가뜩이나 바닥을 맴돌았던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완전히 추락하고 말았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와 앞장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만 조금이나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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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예장합동 흉기 상해사건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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