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교회협 단독개최 선언에 결국 완전한 연합 이루지 못해


장로교 300개 시대를 맞이한 한국교회에 있어 연합과 하나됨의 희망이었던 부활절연합예배가 분열로 치달은 지 벌써 수년째다. 하지만 올해도 부활절연합예배의 온전한 하나됨은 불가해 보인다.
지난해 재건된 한국교회교단장회의(이하 교단장회의)를 중심으로 한국교회 주요교단들이 부활절연합예배를 치르기로 한 상태지만, 부활절연합예배의 큰 축이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는 올해도 단독으로 부활절예배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두 개의 부활절예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또 다른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조일래 목사)의 경우는 주요 회원 교단들이 거의 교단장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레 교단장회의가 주관하는 부활절연합예배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며, 아직 자체적인 부활절예배 준비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미뤄, 이들 연합단체는 교단장회의와 함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까지 교단연합(한교연), 한기총, 교회협 등 3개로 나뉘어진 상황에 그나마 2개로 줄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야겠지만, 부활절연합예배가 가지는 한국교회 연합의 상징성과 역사적 의의를 생각한다면, 사실 하나가 아니고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교단장회의-교회협, 각자 개최 선언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지난 2월 12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회의를 갖고 올해 부활절연합예배의 설교자와 주요 일정 등을 결정했다.
교단장회의가 주관하는 부활절연합예배는 3월 27일 광림교회에서 열리며, 설교자는 현 예장통합 총회장인 채영남 목사로 선정됐다. 표어는 ‘부활의 생명을 온누리에’, 주제는 ‘내 양을 먹이라(요 21:17)’이다.
지난해 공식적으로 재건된 교단장회의는 창립 이후 첫 번째 과업으로 하나된 부활절연합예배를 꼽은 바 있다. 교단장회의는 만약 부활절연합예배가 하나되지 못한다면, 자신들이 직접 예배를 주관할 것이라고 밝혔고, 올 1회 모임에서 이를 준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기감 전용재 감독회장을 대표대회장으로 세우고, 박무용 목사(합동 총회장), 채영남 목사(통합 총회장), 장종현 목사(대신 총회장), 신상현 목사(고신 총회장), 최부옥 목사(기장 총회장), 유동신 목사(기성 총회장), 이영훈 목사(기하성여의도 총회장) 등 7개 교단 총회장들을 실행위원으로 선임했다. 준비위원장은 김창수 목사(합동 총무)가 맡았다.
반면, 교회협은 지난 2월 21일 열린 제64회 제1회 정기실행위원회에서 부활절예배를 독자적으로 개최할 것을 밝혔다. 특히 교단장회의의 부활절연합예배와 관련해서는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잘 준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부활절연합예배 분열 고착화 우려
한국교회의 부활절연합예배 분열은 이미 고착되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교회협이 부활절연합예배에서 ‘연합’이라는 말을 삭제하고, 부활절예배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한국교회 차원이 아닌, 교회협만의 부활절예배로 꾸리지만, 교회협이 한국교회의 대표 연합단체임을 감안할 때, 사실 이는 그리 의미없는 해석일 뿐이다. 그저 부활절연합예배의 분열일 뿐인 것이다.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의 지난 역사를 보면, 교회협은 한기총과 함께 한부연이 주관하고 있던 부활절연합예배의 주최권을 한국교회란 이름으로 가져오게 된다.
이는 부활절연합예배를 정치적으로, 특정 단체를 위해, 혹은 개인을 위해 이용치 않고, 오직 한국교회와 국민을 위해서 하나되어 치르겠다는 일종의 약속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부활절연합예배에서 교회협과 한기총이 서로 갈라지며, 이 약속은 깨졌다.
이후 교회협은 2006년 합의와 다르게 자신의 파트너로 한기총이 아닌 한교연을 택했다.
그런데 지난해는 이마저도 깨져버렸다. 2014년 부활절준비위원회가 조직을 유지하고 교회협을 배제한 채 2015년의 부활절 준비까지 이어가자 교회협은 이에 발끈했다.
이들 준비위원회에 대해 당시 기자회견에서 기감의 신복현목사는 “호적정리가 안된 단체다. 그렇기에 교회협은 공공성 차원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극심한 불쾌감까지 드러낸 바 있다.
이는 바로 지난해 ‘다양성’이라는 포장 이면에 숨겨진 분열의 진짜 이유인 것이다.
이후, 지난해 재건된 교단장회의가 부활절연합예배를 또다시 언급하고 나왔다. 사실 교단장회의는 그동안 한교연이 주축이 된 ‘교단연합’의 발전된 형태로, 분열 이후 가장 많은 교단이 참여하는 것은 맞지만, 교회협이 빠진 상태에서는 완전한 하나라고 보는 것도 모자람이 있다.
부활절연합예배의 관건은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다. 사실 한부연이 갖고 있던 부활절연합예배의 주최권을 가져올 때도, 교회협과 한기총이 함께였다. 이는 한국교회 내에서 부활절연합예배가 갖는 상징적 의미를 고려할 때, 결코 한 단체가 주도해서도 안되며, 한국교회의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양 단체가 맡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균형이 깨지고 나니, 공중으로 떠버린 주도권을 갖기 위해 서로가 한국교회란 이름을 앞세워 부활절연합예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부활절연합예배를 꼭 한기총과 교회협만 준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배제된다면, 결코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예배라 말하기 어렵다.
올해도 결국 분열된 부활절연합예배는 내년의 부활절을 준비할 한국교회에 진정 하나됨의 숙제를 다시 한 번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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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부활절연합예배의 분열 고착에 따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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