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본고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 3월 8일 성락성결교회에서 개최한 제32차 열린대화마당 ‘한국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나?(2)’에서 김원배 목사가 발제한 원고를 일부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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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개혁 500주년을 눈앞에 두고 한국교회의 개혁을 꿈꾸는 일은 시의 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선교역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 세기 안에 이루어낸 한국교회의 성장은 밖에서 보면 “기적”같은 일이요, 안에서 신앙의 눈으로 보면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실로 한국교회의 성장은 하나님의 은혜와 선배 그리스도인들의 피나는 눈물과 기도와 헌신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몇 해 동안의 한국교회 신뢰도와 호감도 조사가 말해주듯이 한국교회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는 것 또한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사실입니다. 교회의 신뢰도는 낮아지고 호감도가 줄어들어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며 세상을 변화시켜야할 자리가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며 조롱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 지나온 날들을 꼼꼼히 짚어보면서 새로운 방향설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입니다.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긴급 제언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는 한국사회 안에서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는 공교회를 대표하는 진보적이고 보수적인 교단들이 대표를 파송하여 서로 협력하고 연합하여 시대와 사회의 도전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선교, 교육, 봉사 등의 과제들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먼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가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하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긴급한 과제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현재 한국교회를 명실 공히 대표할 수 있는 연합기구를 창출시키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고  연합기구가 한국교회를 위해 해야 할 과제도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지는 것은 일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을 불가능의 가능성으로 만들지 않으면 한국기독교의 창조적인 미래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한국기독교가 죽지 않고 살기위해서는 연합기구의 창출과 연합기구를 통한 한국교회의 개혁의 작업은 우리 시대가 필연코 성취해야 할 시대적인 과제이고 지혜를 모아 풀어야할 커다란 숙제입니다.

1. 신학교 난립과 목회자 과잉배출
첫째로 연합기구가 시급히 단행해야 할 개혁의 과제는 난립한 신학교들을 정리하여 목회자 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목회자가 되는 자격기준을 통일하여 부실한 목회자가 양산되는 구조를 막는 일입니다. 한국교회가 신학교의 정비를 통해서 목회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승려제도 때문에 망한 신라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르는 우려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삼국사기 내용중 천년왕국 신라가 망한 것은 사찰이 너무 많고 승려가 너무 많은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승려가 되면 군대에 가지를 않고, 세금을 내지 않고 노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국토방위에 헌신해야할 한창나이에 사내들이 군대에 가지 않으니 국방력이 약해지고, 세금을 내지 않으니 국가 예산이 줄어들게 되고, 노동을 하지 않으니 생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승려가 너무 많으니 국력이 약해져 망국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는 것이 김부식의 견해입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313개의 신학교에서 15,000명의 목회자들이 배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목회자 과잉배출에 따른 대혼란을 해결해야 하는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존경받는 장로교신학대학의 원로교수이신 박창환 박사께서 장신대에서 강연을 하면서 7개 신학대학이 당분간 몇 년 동안 신입생을 받지 말자는 제안을 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개교회는 신학대학교 교수들을 선교사로 생각하고 이들의 생활비를 부담하도록 하자는 대안까지 제시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바 있습니다.
오늘 한국기독교도 매년 신학교에서 양산되는 부실한 목회자의 문제를 속히 해결하지 않고는 한국교회 앞에 다가올 재앙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그렇지만 지방은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부실한 신학교 정도가 아니라 교수라는 군소교단의 목사가 평신도의 집을 찾아가 저녁시간에 신학공부를 몇 년 시키고 안수를 주는 웃지 못 할 일들도 많습니다. 이런 현장을 우리가 보더라도 그것이 타교단이고 통제할 하나 된 기구가 없다보니 누가 제제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가 창출되면 무엇보다도 먼저 부실한 목회자를 양산하는 신학교의 정리와 목회자가 되는 과정의 기준을 통일하는 작업을 창조적으로 잘 감당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목회자의 자질문제도 향상될 것이고 전문적인 사역자로서의 준비도 체계적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의 근원을 깊이 들여다보면 목회자의 위기에서 비롯된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목회자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교회에서 목회자가 다른 구성원들에 비해 보다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목회자의 수준은 곧 교회의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한국교회의 목회자의 질적 수준으로 영성과 전문성은 어떠한지, 과연 한국교회에서는 누가, 어떤 자격을 지닌 사람을, 어떤 절차와 방법을 통해 선발하고 있는지, 어떤 면을 가장 중시하면서 목회자를 선택하는지, 또한 목회자의 교육과 훈련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잠깐 한국교회의 현실을 떠나 종교개혁의 중요한 근거지 역할을 했던 16세기 제네바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칼뱅의 제네바는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541년 제네바의 교회법령에 따르면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는 성서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그 생활이 거룩하고 순전해야 했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내적소명을 받은 사람 중에서 교리와 생활의 외적 검증을 거친 사람만이 목회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건전한 교리뿐만 아니라 깨끗한 생활의 검증을 요구한 이유는 생활이 거룩하지 못하다면 목회자로서의 권위를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목회사역자체가 망신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목회자들의 성적 추문, 물질적 부정행위, 명예욕과 야망으로 인해 겪는 한국교회의 고통을 생각해 볼 때, 16세기 제네바교회에서 목회자의 자격 조건으로 거룩한 생활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눈에 띠는 대목입니다. 제네바의 목회자 선발 기준과 방식에 현재 우리의 실상을 비춰볼 때, 한국교회에서 목회자가 되는 길이 너무 쉽고, 넓고, 편안한 길이 아닌지 목회자 후보생의 영성, 인성, 지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아예 없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2. 목회자 사례비의 평준화 실현
둘째로 교회연합회가 기울여야 할 다음의 중요한 과제는 목회자가 되는 기준의 통일과 더불어 목회자들의 생활비의 평준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서 각 교회별로 천차만별로 지급되고 있는 목회자 사례비의 평준화를 통한 정의의 실현이 없이는 한국교회가 연합된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독일교회에서 선교동역자로 일했던 경험을 통해서 독일교회는 목회자들의 봉급 평준화를 실천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독일교회는 우리처럼 수많은 교파로 나누어져 있지 않고 주 지역총회(Landeskirche)라는 구조를 통하여 하나의 교회를 이루고 있고 그리스도인들이 매월 봉급에서 지불하고 있는 종교세를 통해서 교회의 재원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를 우리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 간의 정의의 실현이야말로 한국교회가 넘어야할 커다란 산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종교개혁 당시에는 수도원에 부가 많이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종교개혁교회는 개혁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수도원의 재산을 개방하여 가난과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기관을 만들어 정의롭고 은혜로운 구조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했던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현재 한국교회의 부가 축적된 곳은 어디입니까? 선교현장의 복음전파를 위한 것입니까? 한국과 세계의 굶주린 생명들을 위한 나눔의 현장입니까? 교회 세습 문제가 한국교회개혁의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연합기구는 하나님께서 축복으로 주신 은혜를 정의롭게 나누고 분배할 수 있는 은혜로운 방법을 창출하여 한국교회가 처한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고 결집된 힘으로 한국사회를 개혁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빵의 문제는 내 육신의 문제이고, 너의 빵의 문제는 나의 영적인 문제이다. 때문에 나의 빵보다도 너의 빵문제가 더 급하다”고 외치지는 못할지언정 나를 위한 소유와 축적의 불균형으로 양산된 한국교회의 문제를 푸는 것이 우리의 커다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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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한국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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