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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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을 금하는 유대교의 전통을 이어받은 그리스도교회가 그 초기부터 성상(聖像)을 떠받들어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랬다 치기로 하고, 예수 혹은 그리스도의 용모에 대해서조차 엇갈리는 견해를 보여 온 교부나 신학자들의 생각들을 더듬다 보면 어리둥절해지기 십상이지만, 예술가와 문인 철학자들의 상상력까지 더하다보면 현기증을 일으키게 된다.           
전후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귄터 그라스(1927-2015)의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는 양철북을 치며 소리를 질러 유리를 깨뜨리는 희한한 능력을 가졌다. 태어났을 때 이미 성인의 지성을 지녔으나 멈춰버린 성장으로 해서 ‘영원한 아이’가 된 오스카는 나름의 시선으로 세계를 관찰한다. 그의 눈에 비친 예수의 초상과 이미지는 오늘의 크리스천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 안겨주고 있다. <양철북>중 ‘기적은 없다’에서, 오스카는 어머니와 더불어 단치히에 있는 예수 성심교회를 찾는데, 어머니가 고해성사를 하는 동안, 오스카가 교회 안의 예수 초상들을 보면서 뱉어내는 푸념들이 꽤나 짓궂고 날카로워 몇 구절 인용해본다. “‘예수의 마음’이란 것이 교회의 이름이지만...예수는 성사 때를 제외하고는 십자가의 수난을 그린 다채로운 그림에서만 몇 차례 그 모습을 보였을 뿐이었다. 각각 다른 자세를 하고 있는 채색된 조각도 셋 있었다. 그 중에 채색된 석고상이 하나. 긴 머리의 이 예수는 프로이센풍의 푸른 상의를 입고, 발에는 샌들을 신은 채, 금 대좌 위에 서 있었다. 그는 가슴 위의 옷을 풀어헤치고, 모든 자연스러움에 거역하는 토마토처럼 붉고, 영예로우며, 정해진 방식대로 피를 흘리는 심장을 흉곽 한복판에 드러내 보임으로써, 교회의 이름을 그렇게 붙일 수 있게 했던 것이다.”
“천진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한 열광한 저 푸른 눈! 언제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저 피어나는 장밋빛 입술! 눈썹에 나타나 있는 저 사나이다운 고뇌! 찰싹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혈기왕성한 두 뺨. 두 사람은 모두 여성으로 하여금 애무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하는 옆얼굴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연약하고 피로해 보이는 두 손은 일을 싫어하는 잘 가꾸어진 손, 궁정 보석상의 걸작과 똑 같은 성흔(聖痕)을 보이고 있었다...”
이어 오스카는 예수의 다른 초상을 만난다. “이 사나이는 정말 남자다운 근육을 갖고 있었다. 10종 경기 선수...나는 그를 친애하는 체조선생, 스포츠맨 중의 스포츠맨, 한 치 손톱만으로 십자가에 매달리는 승리자라 불렀다.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영원의 빛이 움직였을 뿐, 그는 고행을 완수했고 생각할 수 있는 최고점을 획득했다... ” 오스카가 다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소년 예수를 오른편 허벅다리 위에 안고 있는 처녀 마리아에게 다가 갔다... 세 살짜리 예수를 벌거벗겨 장미 빛으로 묘사한 것은 조각가의 장난이었다.” “그리고 한 장의 양탄자로 덮인 세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은 녹색의 옷을 걸친 마리아, 연한 초콜릿 빛 모피, 삶은 햄 빛깔의 소년 예수가 있는 곳이었다...장밋빛 예수의 머리 뒤쪽에는 접시 크기의 후광이 있었는데, 그 금박이 그 접시를 값비싼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내가 떨면서 소리도 없이 세 개의 창을 향해 바라보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내가 기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산산조각을 내고 싶었던 것이다...다만 기적 같은 건 더 이상 바라지 않을 것이다.”...
예수의 초상들, 적어도 교회가 이해하고 있는 예수라며 내걸고 있는 예수의 초상들을 고깝게 바라보는 이단아 오스카의 눈초리를 외면해가며, 시대마다가 남기고 있는 예수의 초상들은 그것이 회화가 되었건 조각이 되었건 혹은 문학작품이 되었건, 어느 것이나 예수의 한 면만을 표현한 것일 뿐 전체 상은 될 수 없다하고 우겨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어찌 예수의 초상 만이랴. 교회가 내뿜고 있는 모든 입김이 구역질을 유발하고 있지 않느냐며 나무란 인사들이 어디 한 둘이었던가. 그야 언제나 있어온 악마의 푸념이 아니었냐며...귄터 그라스라는 한 작가가 그린 오스카라는 가공인물의 비뚤어진 눈에 비친 예수의 초상에 너무 신경을 쓸 일은 아니라고 말해보지만...가톨릭이 책임질 문제이지 프로테스탄트가 나설 일은 아니라고 얼버무린다 해도...오늘날 우리의 교회가 발신하고 있는 얄궂기만 한 정보들이 하도 엄청난지라...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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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초상들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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