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기독교를 위한 정당 아닌, 세상과 국민을 위한 정당 돼야


이번 4.13 총선은 그간 4차례에 걸쳐 정치에 도전했던 기독교 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준 선거였다. 물론 결과적으로 실패하기는 했지만, 총 74만여표(기독자유당(62만6550표)+기독민주당(12만9871표))라는 득표는 이전 선거와 비교할 때, 엄청난 선전이며, 차기 총선에서의 입성을 충분히 기대케 하는 수치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의 기독교 정당으로는 힘들다. 이번에는 교계 원로 및 대표 목회자들을 앞세워, 성도들의 표를 얻었을지 몰라도, 4년 후 또다시 이들이 기독교 정당을 지지해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기독교 정당, 과연 필요한가?
사실 기독교 정당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분리의 원칙 내에서 기독교의 정치 참여가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말해야 하겠지만, 이미 4차례나 총선에 도전한 마당에, 이제는 원론적인 논쟁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단계로 보인다.

현실적인 문제로 들어섰을 때 가장 쟁점이 되는 논쟁은 바로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이다. 사실 아직도 한국교회의 다수는 비단 종교분리의 원칙이 아니더라도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에 대해 그리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독교 정당으로 인해 종교간의 갈등이 깊어질 것과, 기독교 내 정치싸움이 더욱 가속화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물론 기독교 정당들도 나름의 이유는 갖췄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이슬람 반대와 동성애 반대를 주요 정책으로 삼아, 기독교 정당이 성공해야만 이슬람과 동성애를 막을 수 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이슬람과 동성애가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을 대변할 수는 없으며, 아무런 설득력도 갖추지 못한다. 이는 직전 총선에서 종북척결이라는 기독교와 하등 관계없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기독교 정당이 차기 총선을 대비하려면 한국교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 정당에서 단 한명이라도 국회에 들어가면 세상이 뒤집어질 것 같은 허황된 거짓 선전은 이제 그만 멈추고, 현실적 측면에서 기독교 정당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제대로 정리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의 가치 담은 정책 필요
또한 기독교 정당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 정당이 아무리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기독교를 위해 존재하는 당이라면 이는 종교 이기주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정당은 한국교회가 아닌 한국사회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펴야 하며, 기독교를 대변해서도, 기독교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도 더더욱 안될 것이다.

다만 기독교 정당이라 함은 기독교의 가치를 세상 정치에 반영하는데 목적을 둬야 하고,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물론 기독교인의 표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 이런 원칙을 담백하게 담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 기독교인들에 일방적인 지지와 표를 호소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교회를 세상과 고립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또한 정책에 있어 기독교의 가치가 온전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종북척결’ ‘동성애 반대’나 ‘이슬람 반대’도 얼마든지 기독교의 가치와 연결 지을 수는 있겠지만, 마치 이 정책이 기독교의 중심인양 호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독교 가치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사랑이다. 이를 배제한 채 기독교 정책을 세울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위와 같은 식의 정책은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기독교 정당 초기에는 통일교의 가정평화당을 막자는게 주요 정책이었고, 이후는 ‘종북척결’, 그리고 현재는 ‘동성애’와 ‘이슬람’이다.

아무런 원칙도 없이 그때그때 이슈에 맞게 급조된 정책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은 사실 애초부터 실패를 안고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반대로 기독교 정당들이 아직 기독교의 온전한 가치를 담은 기독교 정당만의 정책을 찾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기독교인 의식 수준 높아져
온전한 정책을 갖고, 기독교가 아닌 세상을 향한 정당을 표방했다면, 더 이상 기독교인들의 신앙에 기댄 일방적 호소도 중단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목회자란 존재에 대해 유난한 존경을 보낸다. 목사님이 말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며, 이를 어기는 것은 죄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여태까지의 선거에서 한국교회 성도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한다기 보다는 목사 몇몇만을 상대로 끌어들이기에 열중하는 모습이 주를 이뤘다. 목사와 성도가 상하관계로 형성된 한국교회의 구조에서 매우 효율적인 전략임이 분명하지만, 결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과거와 다르게 한국교회에서도 의식수준이 높은 젊은층의 성도들이 대거 형성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교회 분위기가 점점 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더 이상 기독교인이니 무조건 기독교 정당을 찍으라고 하는 반 강제적 호소보다는 의식있는 성도들이 공감할 수준 높은 정책이 입안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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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기독교 정당, 4년 간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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