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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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를 거쳐 나폴리를 찾았다. 중학생 때 배웠던 이탈리아의 노래 몇 곡이 60여 년이 지나도록 우리가곡 못지않게 내 마음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절에는 너나없이 음악시간에 배운 독일과 이탈리아, 영국과 미국 민요 몇 곡씩을 불렀는데, 이탈리아 노래를 더 선호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이탈리아 노래가 취향에 맞아 지금껏 그 때의 기분으로 애창하고 있다.
더구나 나폴리 사람들의 음식문화와 음악적 성향이 우리와도 닮은 데가 많다고 하는 데서 친근감이 들었다. 그러한 연유에서인지 우리나라에도 한국의 나폴리 혹은 동양의 나폴리라고 자칭하는 곳이 남해안에도 있고 동해안에도 있다. 근자에 와서는 나폴리가 예전과 같지 않고 마피아들에게 휘둘려 후지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나폴리는 여전히 벨칸토의 노래가 있어 사랑을 받고, 이탈리아 특유의 마피아 문화마저도 나폴리를 찾게 하는데 보탬이 되지 않겠나 싶다.
세계 3대 미항에 든다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아직 못가 봤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고 교민들도 많이 사는 호주의 시드니는 특이하고 유명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있고 해변의 풍광 또한 나폴리보다 훨씬 나아보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시드니나 리우데자네이루라고 부르는 데가 아직은 없다. 나폴리를 선호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만한 역사와 문화에 젖은 매혹적인 음악이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견해로 서정적인 감미로운 노래와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라틴계 민초들의 질펀한 삶이 구미에 와 닿는다.
나폴리의 해안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특이하게도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싫어하는 마늘냄새에 익숙해서 곱창과 뱀장어 요리를 잘해 먹는다고 한다. 다만 정치적 배경과 경제가 중부와 북부에 비해 열악하고 집시들처럼 수다스러운 편이지만, 그들의 삶이 녹아있는 노래는 미풍을 타고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처럼 가슴속을 적셔준다.
그러기에 누구나 한 번쯤 로마를 거처 나폴리에 가보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고전음악으로 사랑받는 바이올린 협주곡 4계절의 비발디(Vivaldi 1678-1741)와 오페라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을 발표한 푸치니(Puccini 1858-1924)와 같은 오페라의 거장들과 위대한 성악가 스테파노와 파파로티가 나폴리를 사랑하는 노래를 불렀고, 지금도 기라성 같은 성악가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
나는 소년시절, 부산영도 바닷가에 살면서 산타루치아를 즐겨 불렀다. 그 무렵 소피아 로렌이 첫 출연한 하녀(河女)라는 영화를 보게 되어 나폴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처음으로 소개된 이탈리아의 원색적인 영화로 나폴리 해변에서 그녀가 생선을 다루는 장면이 얼핏 스친다. 관능미가 이글거리는 그녀의 자태에 마음이 흠뻑 빠져들어 그녀가 출연한 여타 작품과 이탈리아 영화의 열성팬이 되었다.
드디어 소피아 로렌의 고향 나폴리를 찾게 되어 감격스러웠다. 비극적인 폼페이의 유적지는 안내하는 데로만 돌아보고 통감자 튀김에 핫 소스가 뿌려진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나폴리를 느끼며 빠져들었다.
싼타루치아 해안을 달려 솔렌토의 언덕에 올라 오 쏠레미오와 싼타루치아를 열창했다. 올리브가 익어가는 비탈길을 돌아 바닷가를 거닐 때는 돌아오라 쏘렌토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불러봤다. 제2차 세계대전 시 나폴리에 상륙한 미군을 따라 가버린 연인을 원망스럽게 그리는 남자의 심정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보며….
멀리 싼타루치아 해변과 나폴리 만이 뜨겁게 펼쳐져 보이는 곳으로 마음이 달렸다. 푸른 바다위에 노래의 돛을 달고 나폴리를 떠나가는 나그네의 심정으로 애창곡 먼-싼타루치아를 부른다.
잔잔한 바다 위로 저 배는 떠나가며 / 노래를 부르니 나폴리라네 / 황혼의 바다에는 저 달이 비치이고 / 물 위에 덮인 하얀 안개 속에 나폴리는 잠 잔다 / 싼타루치아 잘 있어 서러워 말아다오.♬
 한껏 부르고 나서 아름다운 석양이 파노라마 치는 솔렌토를 떠나 나폴리로 향했다.
 나폴리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서정적인 감정이 충전된다. 감미롭게 엮어지는 발성, 벨칸토 기법의 본고장의 음악이라서 그러는 것 같다. 나폴리 사람들의 낙천적이면서도 구슬픈 노래는 모두가 고향의 친구와 연인을 그리워하는 가락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시적으로 표현하면서 우정의 아름다움과 연인과의 사랑을 노래하는 감동의 대 서사시(敍事詩)다. 이러한 나폴리의 노래는 전 세계의 오페라 가수들과 성악가들은 물론 클래식 팬들의 사랑받는 영원한 연인이다.
나폴리의 연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이탈리아 국보, 소피아 로렌은 건재한 것 같다. 그녀와 같이 이탈리아를 대변하며 나폴리 노래를 많이 불렀던 루치아노 파파로티가 그립다. 그가 40대의 절정기에 취입한 <사랑받는 나폴리 민요집>이라는 테이프를 보물처럼 갖고 있다. 파파로티는 갔지만 그가 부른 오 나의 태양과 마리아 마리, 토스티의 작은 입술과 공허한 마음, 돌아오라 쏘렌토와 후니쿨리 후니쿨라 등을 애청하며 나도 나폴리의 연인으로 남고 싶다.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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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나폴리 - 최건차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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