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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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주요한(1900-1979)과 소설가 주요섭(1902-1972)이 형제란 사실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형제에게 “요한”과 “요섭”이라는 소위 크리스천 네임을 지어 준 이는 아마도 부친 주공삼 목사였다는 사실까지도.       
그러면 주공삼 목사가 아들들에게 요한과 요셉으로 이름 지어줄 때에, 성서의 어느 요한과 어느 요셉을 염두에 두었을까?
요한과 요셉은 서양에서는 아주 흔한 이름. 특히 요한의 변형, 죤(John)은 11세기 이래 영어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자의 이름이었고, 16세기 후반의 런던에서는 4명 중 한 사람은 존이었다고 한다.  존 F. 케네디, 존 포드(John Ford), 존 웨인(John Wayne), 존 레논(John Lennon) 등, 오늘날에도 유명인사들 중에는 존이란 이름이 흔하다.  
<신약성서>에는 요단강에서 예수에게 세례를 준 요한과, “예수의 사랑하는 제자”로 불렸다는 사도 요한이 있다. 세례 요한은 젊어서 헤롯에게 참수 당한다. 반면에 사도 요한은 사도들 가운데 가장 장수해서 95세를 누렸다는 전설이 있다. 
우리의 정서에 따른다면, 아들의 이름으로는 “세례 요한”보다는 “사도 요한”의 “요한”을 따를 법한데, 초기 그리스도 교인들은 세례 요한 쪽을 따랐다. 그것으로 우리는 초기 그리스도 교인들의 의식 상태를 엿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세례 요한은 그리스도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순교자였고, 예수도 그를 “여인이 낳은 자 중에 최고의 인물”로 평가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요한이란 이름은 그리스도교 전파와 더불어 유럽 각지에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불려진다. 역대 교황들 중에서도 우리 시대의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까지, 모두 24명이 요한이란 이름이었다.    
“존”에서 파생된 이름도 많다. 영국에서는 존슨(Johnson), 존즈(Jones), 존스튼(Jonston), 잭슨(Jackson), 영국 웨일즈 지방에서는 젠킨스(Jenkins), 이탈리아에서는 잔니니(Giannini), 네덜란드에서는 얀센(Jansen, 독일에서는 헨델(Handel) 폴란드에서는 야노비치(Janowicz), 러시아에서는 이바노프(Ivanov) 로.       
“요하난”이나 “요시아”의 “Y”가 “존”이나 “조슈아”의 “J”로 변화한 것은 라틴어 표기법의 영향 때문. “요셉”이란 이름도 그랬다. 
히브리어 요셉은 영어와 프랑스어로는 Joseph이 되고, 독일어로는 요제프(Josef)가 된다. 그리고 스페인어로는 호세(Jose), 이탈리어로는 주제페(Giuseppe)가 되고, 러시아어로는 이오시프(Iosif)로 변한다. 애칭은 “조(Joe)”.
그리스도교 초기에서는 “성” 요셉하면 의례히 창세기에 등장하는 야곱의 아들이요 족장인 요셉을 일컬었다. 우리가 교부라 부르는 당시의 신학자들이 족장 요셉의 이름 앞에 거룩한 성자를 붙여서, (영어계열에서는 St.) 받든 것은 요셉을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로 보았기 때문이다.
창세기 37장 9절, “얼마 뒤에 그는 또 다른 꿈을 꾸고, 그것을 형들에게 말하였다. “들어 보셔요. 또 꿈을 꾸었어요. 이번에는 해와 달과 별 열한 개가 나에게 절을 했어요.”
이 꿈을 두고 교부들은 “부활한 예수 앞에서, 달로 상징된 성모 마리아, 태양으로 상징된 요셉, 그리고 11개의 별(배신자 유다를 제외한 사도들)이 절을 한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여기서 “성”요셉이라 한 것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이 아니라, 아리마테 요셉을 가리킨다. 부자이고 의회의원이지만, 선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동료의 결의나 행동에 동의하기보다는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며 경건하게 살았다.
한 때, 유대인이 두려워 예수의 제자임을 숨겼으나(요19: 38) 예수가 처형되자, 도망친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총독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거두겠다고 나섰다.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려서 세마포에 싸서는 자신을  위해 바위를 파서 만들어두었던 묘에 장사한 것이다(마 27: 57-60).
성모 마리아의 남편으로 예수 탄생 이야기의 주역이었던 요셉이 “성”요셉으로 추앙을 받게 된 것은, 1870년, 교황 비오 9세 때 일. 아마도 성모의 남편 요셉이 예수의 동정녀 탄생을 입증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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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과 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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