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수)세월
2016/09/29 17:0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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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신 을 소

마석 사거리 도로변 한 귀퉁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노파
오일장도 아닌데
영하의 추위도 아랑곳없이 벌려놓은 좌판
도라지, 시금치, 고사리, 마늘

가던 길 되돌아 할머니 쪽을 향하는
나의 주문을 미리 알았다는 듯
검은 비닐봉지에 이것저것 담는다

오늘은 고사리가 좋으니 가져가요
재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거친 손
찢기고 할퀸 모진 상흔의 더께

고속도로 내리막길의 미끄럼 방지 주름 닮은
그 얼굴에 활짝 피어나는 웃음이
잦아드는 석양보다 더 밝다.

시간이란 쉬지도 않고 잠시 졸지도 않으며 가고 또 가기만한다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세월이란, 시간이 많이 축적 된 몇 십 년, 아니 그 보다 더 긴 시간의 개념이 아닐까,
표제(標題)에 내포된 의미는 마치 낡은 골목길을 돌아 아득하고 먼지 낀 지나간 시간의 이미지다. 그 세월의 무게를 진 고달픈 삶을 견뎌내는 노파의 모습과 시골길에 쓸쓸하고 황량하기 조차 한 무심한 풍경을 놓치지 않고 연민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따뜻하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시골 장터를 벗어난 외진 곳, 외곽으로 진입하는 차량들만 바쁘게 스쳐지나는 도로변 귀퉁이, 소외되고 지친 노파의 삶 앞에 지나치지 않고 시인은 한 줄의 시를 건져 올리듯 발길 멈추어 나물거리 몇 가지 받아 들고 돌아 선다.
순간,  팍팍한 현실을 힘겹게 헤쳐나가는 늙은 여인은 새롭게 온기가 돌고 힘이 솟는다.
굵게 주름진 얼굴은 노을 처럼 환하게 피어나고 있다 시인도 검은 비닐봉지 속 노파의 거친 손길을 어루만지며 집으로 가고 있음에__ .
도로변 좌판에 나뒹굴고 있는 세월이 아스라이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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