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사람이 위안이다


                            박 재 화

살다 보면
사람에 무너지는 날 있다
사람에 다치는 날 있다

그런 날엔
혼자서 산을 오른다
해거름까지 오른다

오르다 보면
작은 묏새 언덕을 넘나든다
그 서슬에 들찔레 흔들리고
개미떼 숨 죽이는 것 보인다

그림자 없이 내려오는 숲속
순한 짐승들
어깨 비비는 소리 가득하여

사람에 무너지는 날에도
사람은 그립고
사람에 다치는 날에도
사람은 위안이다
하나님이 그 분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고  지으신 모든 것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에덴동산에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니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피조물, 하지만 인간은 하나님의 뜻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음을 시인은 고백하고 있다 상형문자인 인(人)자는 서로 의지하여 기대어 있는 두 개의 획으로 되어 있다, 인간은 서로 버팀목이 되어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암시하고 있다.
인간(人間)이라는 의미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을 드러내는 절묘한 상형문자다.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또 미워하기도 하는 애증의 갈등에 묶여 살아가는 아이러니한 내면을 보여 주고 있다, 사람에 / 무너지는 /날 있다/사람에 /다치는 /날 있다
시인은 그런 날엔 산을 오른다, 날이 저무는 해거름까지, 하나님 지으신 모든 생명체가 어우러져 합일(合一)되어 있는 산에서 작은 묏새 무리가 날아가고 그 파장으로 들찔레가 흔들려도 아무 일도 없는 듯 여전히 피어 있고 부지런한 개미떼도 일손을 놓고 있어도 말없이 순응하고 있다. 이 섭리 앞에 마음의 그림자 내려놓고 산을 내려온다.
사람이 다시 그리워지고 상처도 지긋이 누르며 사람에게 다가가 어깨를 비비며 위로의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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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사람이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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