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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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으로 쌓여진 흘러가 버린 시간들 속에 있었던 인류, 사회, 문화 등의 일들을 ‘히스토리에(Historie)’라 한다. 그런데 ‘히스토리에’는 물처럼 흘러가 버린 지나간 시간들 속에 있었던 일들로 역사(歷史)이고, 또 대부분 ‘나’ 와는 시간적으로 ‘나’ 공간적으로 상관없이 발생된 것들이기 때문에 실존적으로 ‘나’와 특별한 상관관계를 맺지 못한다.
그러나 오래 전에 있었던 사건이라 할지라도 그 사건이 의미 있는 시간 속에서 특별한 뜻을 가지고 일어난 일이라면 또 그 사건의 의미가 올바로 풀이되어 전해졌다면, 그 사건은 나와 특별한 상관관계를 갖게 된다. 또 그 사건은 나의 시간 곧 '나'와 관련된 시간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성서는 대부분 신앙인들의 삶의 역사이다. 픽션(fiction)이나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현장에서 기록된 진솔한 역사이다. 고난과 역경과 시련 속에서 살아간 수난의 역사이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는 희망의 역사이다. 꿈의 역사이다. 그들이 그 엄청난 시련 속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아니하고, 오히려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변함없는 양심과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꿈과 양심이 있는 자만이 역사를 의미 있게 만들 수 있고, 더구나 신앙인에게는 “구원의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며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시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흘러가는 시간도 있고, 그리고 의미 있는 시간이 있다. 흘러가는 시간을 헬라어로 ‘크로노스’(chronos)라 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카이로스’(kairos)라 한다. ‘크로노스’는 연대기적인 시간을 말한다. 그래서 연대기를 말할 때 영어로 ‘크라너클’(chronicle) 또는 ‘크러날러지’(chronology)라고 한다. 이는 천문학적으로 해가 뜨고 지면서 결정되는 시간이며, 지구가 공전과 자전을 하면서 결정되는 시간이다. 매일 한 번씩 어김없이 낮과 밤이 찾아오고, 매년 한 번씩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찾아오는 시간이다. 생물학적으로는 동식물이 낳고 늙고 병들고 죽는 시간이다. 철새들이 철 따라 이동하고,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와 알을 낳고 죽어 가는 시간이다. 이 속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이 웃고 울며, 분내고 기뻐하며, 번민하고 수고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여기에 시간의 의미를 살리는 ‘카이로스’는 특정한 시간 또는 정한 시간을 알아야 한다. 시간은 비록 흘러가는 것이지만, 시간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때에 이 의미 있는 이 시간을 ‘카이로스’라 부른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를 ‘하나님의 시간’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카이로스’는 어떤 일이 수행되기 위한 시간 또는 특정한 시간을 가리킨다. 계획이 세워지고 그 계획이 실행되는 시간을 가리킨다. 특히 하나님의 활동이 전개되고 그 분의 계획이 실현되는 시간을 가리킨다. 그리하여 우리 그리스도교에서는 이 시간을 '구원의 시간(카이로스)이라 한다.
역사(History)에도 두 가지가 있다. 조사나 탐구에 의한 순수 “역사”가 있고, 해석이나 뜻으로 본 풀이한 “역사”가 있다. 순수역사를 독일어로 ‘히스토리에’(Historie)라 하고, 풀이역사를 ‘게쉬크테’(Geschichte)라 한다. 역사는 시간적으로 보면 과거에 속한다. 흘러간 시간 속에서 발생했던 일들을 한 곳에 모아 적으면 역사가 된다. 개인의 역사를 모아 적으면 전기나 자서전이 되고, 신앙체험을 모아 적으면 간증집이 된다. 간증집은 ‘게쉬크테’로, 전기는 ‘히스토리에’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전기라고 해서 반드시 ‘히스토리에’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신약의 4복음서는 예수의 생애를 적은 글이지만 ‘히스토리에’이기보다는 ‘게쉬크테’이다. 그래서 4복음서를 ‘예수의 생애’라 하지 않고 ‘복음서’라는 이유를 알게 한다. 이는 복음서의 기록 목적이 단순히 예수가 역사적으로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복음서를 읽는 이들에게 예수를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아들로 믿고 구원에 이르게 하려 했기 때문에 복음서라 한다.
그리하여 복음서는 예수의 생애보다는 천국복음을 전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복음서가 예수의 생애를 조사 탐구해서 있는 그대로 적은 글이라면 ‘히스토리에’라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복음서는 예수의 생애의 대부분을 생략한 채 죽기 전 일 년 또는 삼 년 동안 예수께서 가르치셨던 말씀들과 베푸셨던 행적들 가운데서 일부만 골라서 전하고 있고, 그렇게 한 가장 큰 목적이 그것을 읽고 예수를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아들로 믿고 구원에 이르게 하려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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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에는 하늘의 때가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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